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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날씨

2015년 8월 15일 : 찌이잉 △ 찌이잉~ 하고 미국에서 가을을 보내줬어요. 찌이잉. 지난 가을이 올해로 전송되는 소리. 아직까지 골목의 꽃 빛깔이 선연하고 초록들도 환하고 고와서 가을을 기다리진 않지만 늘 9월은 좋아요. 두 볼에 엉기는 공기가 살며시 차갑고 달아요. 발끝에는 사락사락 낙엽밟는 소리. 기타를 메고 숲속에 앉아서 똑같은 노래만 쳐도 좋을 계절. 더보기
8월 12일 : 난 아티스트야 △ 코작가가 기린 기림 굳모닝. 어제 사무실에 선물로 들어온 케이크 하나를 둘러서서 젓가락으로 퍼먹다보니 상큼한 그 자태가 금세 처연해졌다. 코가 플라스틱 칼을 빼들고 처참한 케이크를 진정시킨다. '코작가, 이쁘게 좀 다듬어 봐. 디자이너니깐.' 나의 한마디에 코가 특유의 빤한 얼굴로 나를 들여다보며 대답한다. '나 디자이너 아니야. 난 아티스트야.' 아티스트에 힘이 실린다. '디자이너랑 아티스트 차이가 뭔데? 상업성?' '응. 난 아티스트야. 근데 난 반은 디자이너이기도 해.' 자리로 돌아와 어제 끼적인 시 몇줄을 현진에게 보여줬다. 현진은 늘 '좋다'라는 말밖에 안하므로, 사실 매번 현진에게 글을 보여주고 의견을 묻는것은 어쩌면 칭찬받고 싶은 드글드글한 욕망의 표출이 아닐까. 현진이 좋다고 했다. 시.. 더보기
2015년 8월 11일 : 쏘잉 쏘리 △ 우쮸쮸 내 새끼... 아마 두어해 전에 사두고는 개시도 안 한 블라우스 단추가 똑 떨어졌다. 특히 여자 옷은 단추 하나가 빠지면 똑같은 단추를 구할 수 없는 경우가 더러 있어서 옷 전체의 단추를 갈아야 하는 일도 있다. 전체의 단추를 갈고 싶어도 마땅히 옷과 어울리는 예쁜 단추를 발견하지 못하는 날엔 쎄굿바. 단추 떨어진지는 한달은 족히 지났을거다. 단추를 잃어버릴까봐 벽에 딱 붙여두고는 늘 바라보며 지냈다. 그래 언젠간 달아줘야지, 언젠간 달아줘야지. 언젠간...누가 좀 대신 달아줘야지. 암. 내가 절대 안하는게 세 가지 있는데 걸레질이랑 바느질이랑 다림질이다. 요즘은 밀대로 방을 쓰삭 밀 수도 있지만, 아무튼 예전에는 어머니가 시켜 마지못해 걸레질을 할 때마다 걸레와 함께 내 무릎이 닳는 느낌이었.. 더보기
레디, 겟 셋, 고 △ 막내야 커피 한 잔 타오너라. 이름에 이니셜 J가 들어가는 사람만 참여할 수 있는 프로젝트. 어쩌다보니 함께하는 사람들이 다 J. 그래서 제이 프로젝트. '이이제이'라는 멋있는 고사성어를 떠올리곤 무릎을 탁 쳤으나 이미 팟캐스트에서 누군가 쓰고 있어서 아쉽. 자. 갑니다. 인생의 변화가 작고 보잘것 없는 순간에서 출발할 수도 있는거라면 우리는 그 출발선 위에 가지런히 손잡고 서있는거겠지. 얘들아 가자. 더보기
2015년 8월 10일 : 남자 팬티를 고르는 마음 △ 기획이 획기적이지 않아. 오 라임좋은데. 쇼미더머~니~ 점심먹고 코작가가 유니클로에 속옷을 사러 간다기에 따라나섰다. 그러자 코작가가 은밀하게 나에게 속삭여줬다. '사실 남자친구 팬티 고르러 가는거야.' '아 그래?' '응 같이 밥을 먹는데 갑자기 남자친구 팬티가 찢어졌어.' '어쩌다가?' '살이 너무 많이쪄서 일어나면서 찢어졌어.' '바지는 안 찢어졌고?' '응' '와 신기하다' 남자친구 팬티 고르는 일에 나까지 동참시키는게 미안했던지 날더러 2층에서 여자옷을 보고 있으면 자기가 3층에서 후딱사서 오겠단다. '뭐 어때. 같이 가자. 다음에 너 남자친구 만나면 팬티 잘 입고 계시냐고 물어보지 뭐.' '너 그러면 안돼!' '야 농담이지~ 내가 설마 그러겠어?' '너 좀 그럴꺼 같애.' '엉. 나 사실 .. 더보기
2015년 8월 10일 : 9월중 새벽 한 시. 일요일 저녁에 잠깐 출근했다가 텅빈 회사에서 혼자 우쿨렐레만 실컷 치다왔다. 둥기둥기둥기둥기. 빨리 취재가야하는데. 기획은 좋았지만 구체적인 밑그림이 그려지지 않아서 내내내내내내내내내내 미루다가 방향을 틀어볼까 싶어 종이위에 펜선만 직직 그어대는 중. 9월이 되면 사라지는 것들에 대해서 써볼까한다. 9월이 가져가버리는 것들 정도. 아직 9월이 오지 않았으니 사진을 찍으러 나가도 8월이 담길텐데. 9월이 어떤 모양 어떤 빛깔이었더라. 내 블로그가 마치 내 인생 포트폴리오가 되어버렸네. 9월에 대한 글들을 뒤적거리다가 작년 9월을 들여다보았다. 아. 나 작년 9월까지 연애했었구나. 그러니까 9월이 오자마자 과천의 어린이대공원으로 함께 놀러간 것도 기억난다. 그 며칠뒤에 헤어졌었네. 연애 안한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