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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12일 : 난 아티스트야

 

△ 코작가가 기린 기림

 

 

 

 

굳모닝. 어제 사무실에 선물로 들어온 케이크 하나를 둘러서서 젓가락으로 퍼먹다보니 상큼한 그 자태가 금세 처연해졌다. 코가 플라스틱 칼을 빼들고 처참한 케이크를 진정시킨다.

 

'코작가, 이쁘게 좀 다듬어 봐. 디자이너니깐.'

 

나의 한마디에 코가 특유의 빤한 얼굴로 나를 들여다보며 대답한다. 

 

'나 디자이너 아니야. 난 아티스트야.' 아티스트에 힘이 실린다. 

 

'디자이너랑 아티스트 차이가 뭔데? 상업성?'

'응. 난 아티스트야.

근데 난 반은 디자이너이기도 해.'

 

 

 

자리로 돌아와 어제 끼적인 시 몇줄을 현진에게 보여줬다. 현진은 늘 '좋다'라는 말밖에 안하므로, 사실 매번 현진에게 글을 보여주고 의견을 묻는것은 어쩌면 칭찬받고 싶은 드글드글한 욕망의 표출이 아닐까. 현진이 좋다고 했다. 시인이네.

 

 

'야. 시인은 영어로 뭐냐? 아티스트처럼 그런거.'

'포...포에트리?'

 

 

문득 나는 그럼 아티스트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아티스트를 찾아보니 예술가란다. 예술을 다시 찾아보니 '특별한 재료, 기교, 양식 따위로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인간의 활동 및 그 작품' 이라네. 그러면 글쓰기는 뭘까. 연필과 키보드가 특별한 재료는 아니지만 글을 잘 쓴다는건 기교인걸까. 누구나 할 수 있지만 누구나 할 수 있는 일로 밥을 버는 사람은 예술가일까 아닐까.

 

 

 

 

글쓰기와 예술 사이의 간극을 고민하며 이런저런 글을 읽어보다 글쓰기는 예술과 노동사이의 어디쯤에 있다고 정의한 글을 읽었다. (출처 : http://blog.naver.com/road2show/220316259630)

 

 

 

 

회사를 나서 집으로 가는 길에서도 늘 고민한다. 어떻게 쓸까. 어떻게 풀까. 이런 단어를 넣어볼까. 이런 표현은 어떨까. 집에 가서도 웬만하면 한편씩을 꼭 쓰려고 한다. 집에 돌아와 훌훌 벗어던지고 편한 티셔츠 한 장을 걸치는 것처럼 가벼운 마음으로 이것저것 막 쓴다. 잘 쓰려고 잔뜩 힘준 어깨를 탁 풀고 한편의 글을 쓰고 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