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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날씨

2015년 8월 8일 : 전투복 창간파티의 중간에 셋이서 빠져나온 밤. 노래방가면 웃긴 춤을 보여주겠다던 현진의 말에 걸음을 옮기다가 옷가게 앞에 코가 걸음을 멈춰선다. '얘들아, 우리 이거 잠깐만 보고 가면 안돼?' 여자들이란. 피식 웃으면서 그래 그러자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서로 이거 너에게 잘 어울려, 이건 어때라며 막 갖다대다가 정신을 차려보니 나는 그 두 여자가 갖다댄 옷들을 결재하려고 카드를 꺼내고 있었다. 여자들이란. 거참. '너 안 입어봐?' '난 원래 옷 안 입어보고 사' '야 그런게 어딨어.' '귀찮은데? 난 한번도 입어보고 산 적 없는데' '옷 진짜 빨리 산다. 원피스잖아!' 왠만한 기성복에 맞춰 태어난 표준 사이즈의 신체라 한번도 옷을 입어보고 산 적 없는데, 여자 둘이 등을 떠미는 통에 입고 있던 원피스를 벗고.. 더보기
2015년 8월 7일 : 처음 △ 나는 너를 보면서 어떤 표정을 지어야할까. 짓고 있을까. 회사에 강아지가 왔다. 대다수 여직원들의 열화와 같은 꺄흥♡에 힘입어 회사에 강아지가 생겼다. 아. 세상에 난지 백일이 채 안되었다는 강아지. 작고 따뜻하고 동그마한 너를 어떻게 품에 안지 않을 수 있을까. 까맣고 반들반들한 두 눈을 들여다보았다. 세상에 대한 견해없는 착한 눈. 그저 착한 눈. 입을 뻐끔거려 손가락을 물려주었더니 앙증맞은 이빨로 비벼댄다. 마른 하늘에 문득 벼락이 쳤다. 이렇게 날씨가 맑은데 비가 오니 이상해, 라고 누군가 말했고 강아지가 천둥소리에 놀라 작은 몸을 움찔 떨었다. 너는 세상이 처음이구나. 그 처음이 부럽구나 싶다가 문득 방금 뱉은 말은 취소할까 싶다. 다시 모든걸 처음부터 배워야 한다면 너무너무 힘들꺼야. 누군.. 더보기
2015년 8월 6일 : 한여름의 귀싸닥션 △ 선배, 사막은 어땠어요? 막 좋고 막 덥고 그랬어요? 장기하가 대학시절에 만든 청년실업이란 밴드의 노래 하나, . 잠은 오질 않는데 기상시간은 정해져있다~ 새벽이 밝아오는데 기상시간은 정해져있다~ 경박한 박자에 얹은 다급한 목소리를 듣다보면 정말로 지금 당장 일어나 문을 박차고 뛰어나가야할 것 같은 조급한 마음이 든다. 기상시간은 정해져있다. 커텐은 없고 나는 빛과 소리에 매우 민감한 족속이고 여름의 해는 늘 제시간에 뜨고 매미도 제 시간에 운다. 동도 채 트기전의 어두컴컴한 하늘을 수놓는건, 쓸어담으면 한 양동이는 족히 될법한 매미소리다. 젠장. 일전에 직장동료와 회사숙소에서 잠을 자다가 아침의 적막을 찢는 새소리에 벌떡 일어나 "저게 새야 원숭이야!" 라며 신경질을 내고 잠들어버린 일도 있잖은가... 더보기
2015년 8월 4일 : 예쁘지현 △ 누군가 내 책상위에 올려두었다. 맛있게 먹으라는 의미인 듯. 출근한 나를 보고 밝게 웃으며 '오늘 예쁘지현!' 하고 말하는 짝꿍의 물오른 생기가 좋다. 엉거주춤 머리띠를 하고 간 날은 '지현, 왜 이렇게 상큼해?' 건네는 목소리가 상큼하다못해 시큼하기까지 하다. 네 덕에 언제나 예쁘지현. 고맙지현. 더보기
2015년 8월 3일 : 신고해 신고해 너네들이 신고할수록 나는 더 격렬하게 불타오를 뿐. 더보기
혁오를 만났다 △ 카키색 바지 입은 애가 혁오 . 및 나머지 멤버들 회사 근처에서 혁오를 만났다. 오. 연예인을 이렇게 '가까이서' 본 것은 두번째인데 하나는 십년전인가 눈앞에 나타난 양동근이 양동근인지도 모르다가 그냥 휙 - 뭐 알았대도 별반 다를 건 없을 것이다만 - 지나친 일과 오늘 홍대 골목길에서 혁오를 만난 일. 멤버들끼리 커피숍에 들렀다가 나오는 길인 모양. 자기들끼리 핸드폰을 만지작 거리며 포즈를 취하고 서로를 찍어주고 있었는데 흘긋거리며 '어머 혁오' 라고 지나가는 무리들과는 달리 나는 그 모습을 꽤 지켜보고 있었다. 골목 한 귀퉁이에 붙어서서. 그들도 불편했을 것이다. 떠나지 않고 일정거리를 유지하며 지켜보는 누군가의 시선이. 그러다 불쑥 용기를 내어 "저 사진 한 장 찍으면 안되요?" 라고 말을 붙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