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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날씨

2015년 8월 10일 : 남자 팬티를 고르는 마음

 

△ 기획이 획기적이지 않아. 오 라임좋은데. 쇼미더머~니~

 

 

 

 

점심먹고 코작가가 유니클로에 속옷을 사러 간다기에 따라나섰다.

그러자 코작가가 은밀하게 나에게 속삭여줬다.

 

 

'사실 남자친구 팬티 고르러 가는거야.'

'아 그래?'

'응 같이 밥을 먹는데 갑자기 남자친구 팬티가 찢어졌어.'

'어쩌다가?'

'살이 너무 많이쪄서 일어나면서 찢어졌어.'

'바지는 안 찢어졌고?'

'응'

'와 신기하다'

 

 

남자친구 팬티 고르는 일에 나까지 동참시키는게 미안했던지 날더러 2층에서 여자옷을 보고 있으면 자기가 3층에서 후딱사서 오겠단다.

 

 

'뭐 어때. 같이 가자. 다음에 너 남자친구 만나면 팬티 잘 입고 계시냐고 물어보지 뭐.'

'너 그러면 안돼!'

'야 농담이지~ 내가 설마 그러겠어?'

'너 좀 그럴꺼 같애.'

'엉. 나 사실 그런말 잘해.'

'나도 사실 그렇거든.'

 

 

코작가는 남자 팬티를 유심히 봤다. 나도 엄마가 아빠나 남동생 속옷 개는 장면 혹은 팬티에 들어있는 내동생 엉덩이 - 남의 집도 그러는지는 모르겠는데 나이도 거의 동갑인 남동생 놈이 자꾸 팬티만 입고 돌아다닙니다. 물론 아주 쫙 붙는걸로요. 색은 섹시한 와인색 -, 그러니까 엄마손 + 팬티 세트, 혹은 팬티 + 엉덩이 세트만 봤지 단독으로 남자 팬티만 보는건 처음이라 왠지 좀 머쓱한 기분.

 

 

'코야. 이거 구멍이 있어! 설마 이쪽으로 빼라는거냐.'

'어. 웃기지. 남자친구가 구멍이 있는게 편하다고 하더라고.'

'야 근데 구멍이 한쪽밖에 없어. 방향 선택의 자유도 없는거야? 남자들은?'

 

 

남자속옷을 들여다보며 남자들의 인권(?)에 대해 인상을 찌푸리고 있으려니 코작가는 에어리즘을 사겠다며 유심히 남자팬티를 들여다본다.

그리고 문득 코와 함께 남자팬티를 지그시 들여다보고 있다가 3,4년전 쯤의 첫사랑 팬티 사건이 떠올랐다.

 

 

'엑스라지를 사야하는데 없네.'

'나 근데 갑자기 첫사랑 생각이 났어. 내가 어떤 남자애 팬티를 사준적이 있어. 분홍색.'

'왜?'

'아니. 예전에 날 짝사랑하던 초등학교 동창이랑 연락이 닿아서 만났는데, 걔가 나한테 팬티를 사달라는거야. 내 생각하면서 입는다고.'

'그래서 사줬어?'

'어떡해. 걔가 자꾸 조르는데. 색깔도 같이 골라달래서 골랐는데 분홍색이었어.'

 

 

팬티를 덜렁덜렁 사들고 회사로 들어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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