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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lon de alone

가장 소중한 것 어머니와 어제 나눈 통화에서 '요즘 를 다시 읽고있다'라는 말씀을 들었다. 아주 예전에 읽었는데 어렴풋이 더듬어 본다면 보물을 찾아 겁내 돌아다녔는데 사실 집 뒷마당에 있더라, 하는 이야기였다. 얼마전 겨울의 끄트머리에서 만난 스무살짜리 사촌동생이 을 물어왔다. 다시 읽어보고 이야기 해주겠노라 했는데 엄두가 안나 아직도 미루고 있다. 짚신이 다 닳도록 봄을, 보물을, 자기를 찾아 아프게 돌아다녀야 할까. 그 힘든 여정을 굳이 떠날 필요가 있을까. 예전에는 너무 어려서 그들을 '바보'라 생각했고 지금은 너무 어리석어서 그들을 여전히 '바보'라 생각하고 있었다. 아, 삶에서 진정한 바보가 되는 것은 얼마나 어렵고 또 얼마나 아름다운가. 바보될 자격도 없는 이들이 바보를 손가락질 하는 세상이다. 더보기
가슴 속의 어둠을 견디는 법 https://brunch.co.kr/@ringringstar/25 더보기
계속해서 사노 요코 <죽는게 뭐라고> "나쁜 할머니야..." 새벽 세시가 다 되어간다. 창밖에는 빗소리가 어렴풋이 들린다. 자야지. 삶이란 요상한 것이다. '요상하다'라는 말이 아예 사전에 등재되어 있지도 않은 것처럼. 하긴 그것만큼 요상함과 어울리는 뜻풀이도 없겠지. 줄곧 존재하지만 절대 찾을 수 없는. 왜 요상한 것들은 죄다 아름다울까. 제길. * 아직 잠들지 않았으니 실은 2월 15일의 연장선인 셈인데, 하루동안 너무나 많은 글을 썼다. 써댔다 가 맞는 표현이겠지. 오늘따라 더 많이 쓰고 싶고 쓰고 싶은 것들이 넘쳐나는데 참고 있다. 요코 할머니라면 어땠을까. 문득 고향집 어딘가에 처박혀있을 가 읽고 싶다. 요코 할머니는 '일본인은 사랑을 믿지 않는다' 라고 했지만 누구보다 사랑을 사랑했던 그녀일 것이야. 쓰벌. 삶도 사랑도 너무나 요.. 더보기
사노 요코의 <사는게 뭐라고> 그다지 인기있는 블로그가 아니라서 때로는 다행이다. 도대체 하루에 포스팅을 몇 개나 하는건지. 방안으로 쭈악 들어오는 기세좋은 햇살을 받으면서 침대에 엎드려있다. 사노 요코 할머니의 겨된장 이야기를 읽다가 -겨된장은 꼭 한번 만들어보고 싶던 거라 - 차라도 한잔 마셔야지 싶어서 전기포트에 물을 데우는 중. 일본인 작가의 책을 읽고 있어 그런지 문득 일본의 다도 생각이 난다. 뭘 그렇게 귀찮고 복잡하고 쫌스럽게 하하호호 불고 돌리고 따르나? 그냥 한잔 쫙 마시면 될껄, 하고 줄곧 생각해왔지만 작은 일도 허투루 넘기려는 법이 없는 일본인의 정서가 사실은 요즘 시대에 참 귀하고 반가운 법이다. 나도 정좌하고 이런저런 다기를 갖춰놓고 허공에 잔을 돌렸다가 따랐다가 작은 빗자루로 찻잔을 막 휘저었다가 하고 싶은 .. 더보기
김은덕, 백종민 부부의 <한 달에 한 도시> 언젠가부터 여행책을 잘 사지 않는다. 가보기도 전에 미지의 세계에 대한 설렘을 뺏긴다는 게 주된 이유이지만, 배가 몹시 아프다는 것이 진짜 이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를 구입했다. 이 부부가 마냥 좋기 때문이다. 이 부부를 처음 본 것은 작년 여름이었나, 이야기나무 출판사에서 열었던 워크샵에 참가했을 때다. 김은덕, 백종민 두 부부가 한 달에 한 도시에 살아본다는 컨셉으로 세계여행 중 인 것은 이미 알고 있었지만, 그들의 이야기에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다. 앞서 말했듯이 배가 아프기 때문이다. 몹시. 다들 쌍쌍으로 참가한 워크샵에 홀몸(?)으로 꿋꿋이 참가해 강의를 들었는데, 의 필진이었던 이 부부가 잠시 짬을 내 들러 주었다. 함께 앉아있는 두 사람의 눈빛이 어찌나 좋아보였던지. 백종민 씨는 추후에 쓴.. 더보기
<캐롤>_당신은 하늘에서 떨어진 사람 한순간이 모든 것을 압도하게 되는 때가 있다. 멋드러진 분위기의 포스터와 '오직 그 사람만 보이는 순간이 있다' 라고 쓰인 간결한 문구가 내 마음을 콱 사로잡아서 꽤 오래 벼르다가 생일선물로 받은 영화티켓으로 을 보러 다녀왔다. 오직 그 사람만 보이는 순간. 누군가는 언젠가 나에게 '살면서 정말로 첫눈에 반하는게 있어?' 라고 묻기도 했는데, 미소로 대답을 대신했지만 그 친구가 좀 안타깝게 여겨지기도 했더랬다. 그 한 사람이 주위의 풍경을, 소리를, 색채를 다 잡아먹고 순식간에 그 사람에게 빨려들어가는 그 강렬한 순간을 어찌 설명할 수 있을까. 대학시절 꽤 오래 좋아했던 사람이 있는데, 좋지 않은 시력에도 다들 고개를 처박고 공부하는 그 넓은 도서관에서 그 사람 뒷통수를 단박에 찾아낼 정도였으니까. 여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