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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lon de alone/어떤 낱말들의 모임

김은덕, 백종민 부부의 <한 달에 한 도시>



언젠가부터 여행책을 잘 사지 않는다. 가보기도 전에 미지의 세계에 대한 설렘을 뺏긴다는 게 주된 이유이지만, 배가 몹시 아프다는 것이 진짜 이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달에 한 도시>를 구입했다. 이 부부가 마냥 좋기 때문이다.

이 부부를 처음 본 것은 작년 여름이었나, 이야기나무 출판사에서 열었던 <어떤 결혼식> 워크샵에 참가했을 때다. 김은덕, 백종민 두 부부가 한 달에 한 도시에 살아본다는 컨셉으로 세계여행 중 인 것은 이미 알고 있었지만, 그들의 이야기에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다. 앞서 말했듯이 배가 아프기 때문이다. 몹시.

다들 쌍쌍으로 참가한 워크샵에 홀몸(?)으로 꿋꿋이 참가해 강의를 들었는데, <어떤 결혼식>의 필진이었던 이 부부가 잠시 짬을 내 들러 주었다. 함께 앉아있는 두 사람의 눈빛이 어찌나 좋아보였던지. 백종민 씨는 추후에 쓴 글에서 자기 아내를 가리켜 '은덕은 내게 대체 불가능한 존재'라고 표현했는데, 우와. '자기들만의 결혼식 + 세계여행 + 표현력 죽여주는 남편' 이 쓰리콤보에 나는 배가 아프다못해 장이 뒤틀릴 지경이 되었다. 아무튼 나는 그 날의 잠깐 이후로 그 부부를 좋아하게 됐다. 게다가 백종민 씨는 글을 참 잘쓰는데 '대체 불가능한 존재'에 그쳤다면 나에게 '대체 가능한 작가'로 남았겠으나, 얼마전 페이스북에 아내를 가리켜 '여차하면 쪼인트도 깔 수 있는' 이라고 표현해 나에게 대체 불가능한 작가 반열에 올랐다. 낄낄.

두 사람의 일상을 부지런히 염탐하고 있기에 그들의 꿀맛나는 사진을 감사히 보고 있다. 그들은 겨울이 싫어 서울집을 빌려주고 태국으로 떠났으며, 지금은 대만의 타이난에 머무르고 있다. 물론 제 3권을 열심히 준비 중이고. 그들은 참 기분좋은 에너지를 가졌다. 행복한 사람 곁에 있으면 나까지 덩달아 행복해지는 기분을 느끼게 되는데, 그들의 에너지가 꼭 그렇다. 그 때 친한 척 좀 해둘껄. 친한 척엔 영 젬병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