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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lon de alone

김영하의 <보다>_ 이제는 탐침을 찔러넣을 때 새해 선물로 내게 책을 사줬다. 뭐 별다르게 '새해 선물'이라는 타이틀을 붙이지 않아도 책은 여전히 사고 있지만, 그래도 의미있게 새해 시작에 맞춰 3권 세트의 비닐포장을 기분좋게 뜯었다. 올해는, 아 작년이구나. 지난해에는 알라딘 이라는 사이트에서 대부분의 도서를 구매했는데, 한해의 끝자락에 이르자 1년동안 구입한 책의 인사이트를 제공하고 있었다. 나는 마포구에서 상위 0.7퍼센트의 도서 구매력을 자랑하는, 그러니까 나름 상위 1%의 독자였고 구입한 책은 백권 남짓. 알라딘에서만 책을 구매한 것이 아니므로 어림잡아 130권 정도 구매했을 것이라 추산한다. 다 읽었냐고? 내 책장에 아름답게 꽂혀있다. 요즘은 책을 좀 읽는다. 직업 때문이기도 했거니와 - 내공이 후달달 딸려서 - 직업이 사라진 당분간의 지.. 더보기
꽃피는 학교 따뜻한 음악회 두어주 전이었을거다. 텅빈 마을버스를 타고 집으로 귀가하는 늦은 밤, 겨울 밤. 컴컴한 창밖으로 멍하니 시선을 던지는데 문득 창문에 붙은 전단지 하나가 눈을, 곧이어 마음을 사로 잡는다. '따뜻한 음악회'. 그리고 어젯밤. 서둘러 퇴근하고 음악회가 열리는 작은 갤러리를 찾았다. 1층은 꽃집, 지하는 홀로 운영되고 있었는데 1층의 예쁜 아주머니가 웃으며 맞아주었다. 아 꽃향기. 생활에 여유만 좀 생기면 늘 꽃을 만지며 살고 싶다는 잊고 있던 바람. 서울생활이 힘에 부칠때면 하루에도 족히 열댓번은 이제 그만둘까, 라는 생각을 하지만 곳곳에 아무렇지도 않게 널려있는 작은 음악때문에 여기를 아직은 그만둘 수가 없다. 이렇게 버스를 타도 음악이 나 여기있다며 내 발목을 붙드는 도시인데. 지하로 조심스레 내려가 계.. 더보기
따뜻한 음악회 http://blog.naver.com/woorimeel/220571727062 더보기
배명훈 <첫숨>_ 그리고 첫 전화 며칠전부터 을 읽고있다. 그리고 처음으로 문지에 전화를 했다. 96에서 113으로 뛰는건 어쩌면 문제가 아닌데, 여기가 꽤 중요한 대목이라 하는 수 없이 전화를 했다. 퇴근 10분전. 야근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정규 퇴근 시각 10분전에 걸려오는 '민폐' 전화는 꽤 예민할터. 건조하고 예민한 목소리가 전화를 받았다. '저 제본 불량으로 전화 드렸는데요.' '어떤 책 말씀이시죠.' ' 읽고 있는데 96에서 113으로 바로 뛰네요. 출판사에서 교환 가능한걸로 알고 있습니다.' 출판사 짬밥 3년 아닌가. 내가 그동안 손으로 고이싸 보낸 책들만 해도 몇 권인데. 족히 백 권은 넘을 것이다. 안 바꿔주면 찾아갈 심산이었으나 다음주쯤에 수령가능할 것으로 예상. 이야기가 이어지지 않아 일단은 여기서 덮자. 더보기
김형경 <오늘의 남자>_ 한 남자한테 세 번 차였는데요! 겨울이면 늘 이민을 결심한다. 얼어붙겠는 얼굴을 하고서 입을 앙 다물고서 '언젠가는 겨울이 없는 나라에 가버릴꺼야!' 겨울 사이를 헤집으며 부득부득 결심한다. 그리고 이 겨울은 이민가면 영원히 못 누릴 겨울이니 이번만큼은 특별히 온몸으로 누려주마, 호기로운 척을 한다. 내년에도 이민 못 갈꺼면서. 알면서. 김형경 작가의 저서들 중 를 특히 재미있게 읽었는데, 최근에 나온 는 사실 전작만큼 깊숙하진 않은 느낌이라 내심 아쉬웠더랬다. 겨울과 남자. 이 둘 중에 무엇을 택할까. 퇴근 후에 잠시 고민하다 또 기필코 이민을 부르짖으며 차가운 밤공기를 비집고 강연장을 찾았다. 나란 여자, 남자를 택했다. 이 겨울을 무릅쓰고. 유선과 함께 와서 들었으면 좋았겠다, 라는 생각을 했다. 1. 남자의 무게 "여러분, 생각.. 더보기
김민철의 <모든 요일의 기록> _ 질투로 속이, 삶이 뒤틀릴 뻔 △ 춘천가는 기차 안. 세상에 부러운 사람 많고 부러울 이유는 차고 넘치지만, 이 책을 읽고는 질투로 속이 뒤틀렸다. 속된 말로 '배알이 꼴린다'고들 하지. 1. 남자 이름을 가진 여자 2. 카피라이터 3. 자기 이름으로 낸 책 4. 음악 가까이 있는 삶 5. 좋은 스승 6. 사는 동네 (우리집 옆동네) * 1. 김민철 나는 중성적인 이름을 좋아한다. 정확히 말하면 남자인지 여자인지 가늠할 수 없는 이름을 좋아하며, 조금 더 자세히 말하자면 남자에게 붙은 여성스러운 이름과 여자에게 붙은 지극히 남성스런 이름을 좋아한다. 늘 그런 이름을 갈망했다. 고등학교 1학년, 같은 반에 김철수 라는 아이가 있었는데 - 여고를 나왔으니 당연히 여자 - 철수라는 이름과는 도통 매치가 하나도 되지 않는, 얼굴이 하얗고 눈..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