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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뜰꺼야, 반짝 △ 우리동네에 의류수거함이 있는지 처음 알았다. 예술혼이 난무하는구만. 눈을 뜨니 정오가 좀 넘었나 어쨌나. 좀 더 일찍 일어나서 정리를 했어야 하는건데. 이사가 D-1으로 다가왔건만 아직까지 갈 길이 멀다. 굳이 비유하자면, 오늘 시험 세 개를 치른 후 공부할 시간이 반나절 밖에 없는데 내일 전공 시험이 네 개 있는 그런 심정. (그 짓을 어떻게 4년이나 했나 몰라.) 요 며칠 동네를 다니며 빈 박스가 있나없나를 나도 모르게 살피게 된다. 오늘도 침 맞으러 가는 길에 괜찮은 박스가 보여서 얼른 집으로 집어왔다. 다시 같은 길을 나서는데, 박스를 찾는듯 한 아주머니의 정처없는 시선에 왠지 한 건 했다는 알 수 없는 마음이 생긴다. 이 쓸데없는 호승심이여. 이래저래 하루를 보내는 가운데, 홍차 우러나는 양.. 더보기
2015년 5월 27일 : 행복하기란 얼마나 쉬운가 △ 정신적인 면역 기능이 필요해요. 나는요. 견디기위해 한 줄 쓴다. 면접에서 떨어진 것 같다. '같다'는 정신방어용이니 떨어졌다. 오늘까지 연락이었는데, 조금전인 네 시까지는 어쩔줄 모르면서 무심한 척 하다가 네시 반 께에는 처연한 마음이 되었고 다섯시가 넘어서는 드디어 초연해졌다. 이번에는 뭐가 모자랐던가. 차라리 '귀하의 자질은 이래서 구리다' 라고 말이라도 속시원히 해주면 좋을텐데, 인권침해에 대한 소송과 이미지 타격을 걱정한 기업들은 항상 '넌 존나게 멋진 친구지만 함께 못해서 아쉽다'라고 얼버무린다. 헤어짐 앞에서 종종 '내가 어떤 부분이 부족했는지 말해줄 수 있어? 다음번 연애는 잘 해보고 싶어서' 라고 자기 발전에의 의지를 피력한 구남친들이 더러 있었는데, 뭔 개코방구같은 소리냐! 라는 대.. 더보기
계속해서 5월 26일 : 서사정리도 계속해서 △ 아름답다고 생각하고, 잊어버리지 혹은 잃어버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서서히 혹은 삽시간에 잊어버리고 잃어버릴테지만. 기다리는 전화 한 통이 있어서 낯선 번호가 울릴 때마다 온통 덜컥거렸다. 오늘 오후 다섯시에 오기로 한 가스검침원의 이른 방문을 알리는 전화였으며, 새벽에 문득 구입한 얼마전부터 몹시 읽고싶던 시집의 도착을 알리는 전화였다. 짐을 싸는둥 마는둥 어지러운 물건들 사이에 어설프게 쭈그리고 앉아 시 몇 편을 읽기 시작했다. 방 한 귀퉁이에 빼곡쌓인 책 때문에 어쩔 줄 몰라하면서도 또 짐의 무게를 늘이고 있다니. 오랫동안 읽지도 않던 시는 왜 또 갑자기 읽겠다는건지는 알 턱이 없다. 짐을 싸다말고 종이박스 몇 개를 구해다주기로 한 친구에게 '나 좀 구해줘' 라는 SOS를 보냈더니 깜짝.. 더보기
나의 일부 : 그 사람들이 나의 일부라는 생각이 들어요 △ 할머니도 풍경의 일부. 누구네 삶의 일부. 어쩌면 내 스치는 한 순간의 전부. 2015년 5월 24일 오후 11:05, 회원님 : 그거 알아? 그....꽃들에게 희망을 이란 책? 2015년 5월 24일 오후 11:05, 김진회 : 아 2015년 5월 24일 오후 11:05, 회원님 : 애벌레가 막 기어오르는? 2015년 5월 24일 오후 11:05, 김진회 : 들어본거같은데.. 2015년 5월 24일 오후 11:05, 회원님 : 동화책인데, 2015년 5월 24일 오후 11:05, 회원님 : 애벌레들이 막 어디로를 향해 기어오르거든 2015년 5월 24일 오후 11:05, 회원님 : 그래서 다른 애벌레들도 열심히 기어올라 2015년 5월 24일 오후 11:05, 김진회 : 네 2015년 5월 24일 .. 더보기
2015년 5월 24일 : 아주 새로운 사업 △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다면서요. 진짜냐고 여러번 되묻고 싶은 오늘 동화를 무척 좋아했다. 우리나라 동화뿐만 아니라 트롤이 나오는 먼 나라의 동화도 참 좋아했다. 유년시절 읽었던 동화들 중 오늘따라 생각이 나는 동화는 말을 할 때마다 입에서 보석이 튀어나오는 소녀의 이야기이다. 그 소녀는 마음이 참 예쁘고 고와서 말을 할 때마다 자기도 모르게 온갖 보석이 튀어나왔다. 그 소녀를 시샘한 언니들의 입에서는 말을 할 때마다 세상의 온갖 징그러운 것들이 튀어나왔다. 쥐, 바퀴벌레, 뱀... 오늘 입에서 보석이 튀어나오는 분을 만나서 꽤 오랜 시간을 보냈다. 그 입에서 다이아며 루비 따위의 온갖 아름다운 보석들이 쏟아졌고, 그 보석들에 비할 수 없을만큼 아름다운 광채를 자랑하는 미래의 꿈과 희망도 줄줄이 쏟아졌다.. 더보기
2015년 5월 20일 : 레디, 개새... 아니 겟셋. △ 나의 불안, 스트레스, 번뇌, 잡념, 고민 좀 철거해주오. 혼자하는 욕이 많아진다. 내 안에 꽉 찼다는 신호다. 본격적으로 이삿짐을 싸보려니 엄두가 나지 않는다. 근 일주일간 머릿 속에만 있었던 '동네 우체국 방문의 날'을 드디어 현실로 이루었다. 꿈은☆이루어진다. 집에서 걸어서 10분이 채 걸릴까말까한 거리에 있는 우체국을 방문해서 6호 박스의 크기를 눈으로 가늠해보았다. 6호박스를 지그시 째려보기도 하고, 어루만져보기도 하며, 가까이 다가섰다가 멀찌감치 떨어지기도 했다. 이런 나를 우체국 직원이 흘끗 쳐다본다. 어제 새벽까지 용달차 아저씨와 이러쿵 저러쿵 이야기를 했는데, 새벽 3시까지 이어진 통화의 결과(심야에 남정네와 통화라닛! 꺄아앙) 우체국 6호 박스 12개로 맞추면 얼마까지 해주겠다는 이..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