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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족같은 세상 : 진품명품 티비쇼 + 안녕하세요오오 집은 가장 축소된 사회 단위로, 한 종족이 무리를 지어 모여사는 공간이다. 한 집家에 사는 종족이라해서 이름도 '가족'이다. 오크족이나 병만족처럼, 종족의 이름에 다름 아니란 말씀. 시장경제의 차가운 이미지를 불식시키기 위해, 많은 기업들이 흔히 쓰는 수법이 '가족'의 이미지를 차용하는 것인데- '또 하나의 가족' '가족같은 ○○'- '가족같은 회사'를 다니는 이들에게 '가족같이 대해주느냐'고 물어보면 '가를 빼'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족같다는 거다. 족은 알아서 생각하시고. 한 종족은 그들만의 암묵적인 룰이 있다. 당연히 가족에게도 그들만의 룰이 있고. 구성원들은 암묵적으로 이를 지켜나가거나 깨부수려다 깨지기도 하면서, 어쨌든 그들만의 룰을 발전 계승해나간다. 많은 기업들이 차용하는 '가족같은'이 사실.. 더보기
도너츠 원정대 △ 츄이스티가 맛있긴 한데, 아무래도 모양은. 도너츠를 잃어버렸다. 요즘따라 뭘 이렇게 자꾸만 잃어버리는지. 아끼는 물건 잃어버리는게 나한테 얼마나 힘든 일인데. 일주일 전의 우산에 이어 두번째다. 어제도 오늘도 도너츠를 찾느라 가방을 뒤집어 싹 털고, 친구집 구석구석을 샅샅이 들여다보고, 건물 입구까지 나가서 이동경로를 거꾸로 흝어보지만 없다. 회사에 두고 온걸까. 분명히 금요일 오후까지는 가지고 있었는데. 아주머니가 건물을 청소하기 전에 일찍 출근해 도너츠를 찾아봐야겠다는 나의 말에, 친구가 당장 태워주겠다며 여의도까지 태워준다. 사실 조그만 이어폰 줄감개 하나 찾겠다고 이틀 내내 동동거리는 나도 나지만, 태워주는 친구한테도 참 미안하고 고맙다. 내도 낸데, 니도 참 니다. 이게 뭐라고 여의도까지 태.. 더보기
2015년 6월 14일 : 유월의 일요일 오후 △ 시간의 풍경 일요일 오후. 오후라는 낱말에 가장 잘 어울리는 짝꿍이 일요일이라고 끄적여둔 날이 언제였더라. 친구와 친구의 남자친구와 함께 한 공간에서 사흘을 보내고 있다. 새로산 선풍기 이름이 '쿨 가이' 더라고. 낄낄. 냉장고를 털어 무어라도 해주려 했으나 재료가 없어 반셰프 편은 다음 기회에. 배달의 민족답게 엊저녁의 보쌈에 이어 또 한번의 배달음식으로 점심을 때웠다. 친구는 느른한 단잠에 빠져있고, 나는 이제 슬슬 내 공간을 마련해야하지 않을까 싶어 두어군데 전화를 넣어보았다. 어제는 '우주의 좌표'라는 글을 썼다. 뭔가를 쓰기에 실로 악독한 상황이었지만, 글을 쓰려면(?) 어떤 상황이든 견딜 줄 알아야 한다며 차분하고 진지하게 밀고 나가려 나름의 노력을 다했다. 한 문장인가 두 문장을 쓰고는 .. 더보기
존슨 효과 (부제 : 친구야, 이빨은 괜찮은거니) △ 메르스에 좋다는 파인애플을 사왔는데, 왜 먹질 못하니. 먹질 못해. 김첨지 아저씨가 생각난다. * '왜 이렇게 안 도와주냐' 퇴근하고 한숨이 푸우욱. 딱 한대만 태우고 싶은 하늘. The love게도 예쁘네. 한평생 어떻게 지켜온 청정 폐인데 한낱 감정에 휩쓸려 옥체에 해를 가할쏘냐 싶지만 - 노 니코틴, 노 카페인, 예스 오예스 - 오늘같은 날은 행인1 담배연기라도 좀 맡고싶다 진짜. '비밀번호 알려줄테니까 집에 가 있어.' 나무 밑에 우두커니서서 맞은 편을 멍하니 바라보며 버스 몇 대를 보냈다. 아침에는 지하철 변태, 내 듣기로는 말도 안되는 논리로 감정만 앞세우는 회의, 하루종일 마음 불편한 업무, 상처되는 말과 눈빛. 하루종일 바짝 곤두선 몸과 마음의 날. 이게 다 그 변태 새끼때문이다. 어디.. 더보기
2015년 6월 11일 : 부뉴모고똥 △ 친구가 아침부터 분유를 퍼먹고 있다. 한 숟갈 잡수라는 그 말에 물에 태워 흔들어 달라고 할 뻔. 동짓달 기나긴 밤을 한허리를 버혀내어 춘풍 니불 아래 서리서리 너헛다가 어론님 오신 날 밤이뎌든 구뷔구뷔 펴리라. -, 지니지니 황지니 쀼잉- 우리 인슈타인 오빠와 용호상박은 겨뤄봐야 알겠지만, '남아도는 밤시간 짤라놨다가 오빠야 만날때 쓰고싶다'고 말한 지니언니도 참 대단한 여자다. 아무도 어찌하지 못하는 시간을 가지고 어찌해볼 생각을 어찌 했을까. 십년도 훌쩍 지났다만, 문학 교과서에 실린 이 시조를 읽자마자 훅 하고 예고도 없이 들어오는 그때의 느낌이란. 뭐야 이 여자. 어린 나도 뻥 뚫고 들어와서 깜짝 놀랐는데, 지니 손글씨 받아본 오빠 마음은 오죽 했을까. 어디에 밑줄을 치라니, 빨간 동그라미를.. 더보기
월남스키부대 △ 나의 친구들은 내 이메일과 전화번호를 외운다. 입에 쩍쩍 붙거든. 친구가 준 초대권으로 라는 연극을 보러갔다. 선택할 수 있는 연극이 딱 세 편 있었는데, 셋 중에 둘은 흔해빠진 연애 이야기라 - 뭐 모든 연애가 한편으론 하나같이 흔해빠졌다만 - 월남으로 선택. 그냥 부대 이름인가보다 했지. 월남키스부대였대도 별 생각 없었을거다. △ 월남스키부대가 왜 이상한지 몰랐어. 그냥 그런가보다 했지. 막이 오르고 군복입은 배우가 대사를 하는데 어째 이상하다. 왜 표준어를 쓰지? 월남이면 북에서 남으로 내려왔다는거 아닌가? 그럼 북한말을 써야되는거 아닌가, 왜 둘다 서울말을 쓰지. 이상하다. 월남이 남에서 북으로 올라가는건가? 머릿속으로 궁싯대느라 분주한 관객 일인. 극이 좀 진행되고서야 월남이 베트남인줄 알았..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