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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날씨

2015년 6월 9일 : 아랑곳이 어느메요 △ 노련해 노련해. 물만 쭉쭉 빼던 지난번과는 달라. 눈뜨니 일곱시 반. 엌. 평소보다 한 시간 늦었다. 잠시 공황상태에 빠졌다가 서둘러 온몸에 물부터 적시고 보는 대역죄인. 어제의 출근길 대부는 하루아침에 대역죄인으로 전락했다. 책 잡긴 커녕 책 잡힐 판. 세포들아 깨어나라! 츄아아아아! 엊저녁 친구가 운동을 간다길래 따라나갔다가, 서래마을을 끼고 동네를 장장 세시간이나 돌며 쉴새없이 노래를 불러댄 것이 화근. 누가 먼저 시작했던가. 쥬얼리의 부터 시작해 룰라, 언타이틀, OPPA, 가라가라갇혀확갇혀~샤크라, 클릭비, UP... 8090 가수들이 손에 손잡고 쏟아진다. 둘이 짝이 안 맞으면 금세 시들해질법한데, '이 노래 뭐였지?' 라고 첫 소절만 불러줘도 바로 춤이 나오는 놀라운 인체의 신비. 우리의.. 더보기
2015년 6월 8일 : 잠시의 여의도 라이프 △ 요-이-도 다시 돌아온 한 주. 다시 돌아온 우주의 귀염둥이(푸훗). 꼭 이레 전, 장장 반년의 공백을 깨고 출근하는 심정은 병아리가 알을 깨는 그것과 조금은 닮은 구석이 있지 않을까나. 몸을 뉘이던 시각에 갑자기 몸을 일으키고, 아직 익숙치 않은 몇 개의 비밀번호 - 친구가 사는 건물의 입구, 친구의 집 현관, 사무실 현관 - 를 잃어버릴까 늘 염려하고, 버스 노선표를 몇 번이나 확인하고, 낯선 동네를 동동거리며 달려서 지하철을 타고, 누군가의 몸에 내 몸을 꾸역꾸역 포개는 정기적인 피로감과 불쾌감을 감내해야 하는 아침. 동동거리며 분주하던 지난주의 모습과는 사뭇 다른 오늘. 여덟시를 넘겨서도 여유있게 꼼지락거리는 나를 보고 친구가 '지금 늦은거 아니야?' 걱정을 해준다. 고맙다. 친구야. 그러나 .. 더보기
2015년 6월 7일 오늘까지가 장미축제라 메르스 공포와 내리쬐는 태양에도 불구하고 다녀오는 길. 피곤에 젖어 아무 생각도 나지 않는데, 버스에서 문득 흘러나오는 Starry, starry night. 별담은 밤처럼 눈동자가 반짝. 가만히 따라부르는 유월의 어느날. Starry, starry night. Paint your palette blue and gray. Look out on a summer's day With eyes that know the darkness in my soul. Shadows on the hills. Sketch the trees and the daffodils. Catch the breeze and the winter chills In colors on the snowy linen land. (.. 더보기
2015년 6월 6일 : 쏠로몬 나빠요 △ 아. '아위 커피'랑 '할리스 커피' 사이에는 얼마만큼의 갭이 존재하는 걸까. 아위 커피를 찾아 얼마나 헤메었던가. 나도 미국 유학 가야하나. 솔로몬은 내 제주도 친구다. 올해초 어느날 밤, 방바닥에 배를 깔고 엎드려 있다 아무 계획도 없이 갑자기 가방을 벌떡 싸 제주행 밤비행기를 타고 내 인생 첫 제주를 디뎠고, 솔로몬은 나의 첫 제주도 친구가 되었다. 맛있는 고기국수집도 데려가고, 가까운 버스정류장까지 오토바이를 태워준 것도 솔로몬이다. 솔로몬과 마주하고 호로록 국수를 먹으면서 앉아있으면, 주인 아저씨가 '너 얘랑 무슨 사이냐. 애가 얼굴이 흉악하게 생겼다. 조심해라.' 라는 코멘트를 서슴치 않았다. 솔로몬이 다 알아듣고 한국말로 대답하면 움찔거리는 아저씨 어깨를 보는 것도 꽤 재미가 쏠쏠했고. .. 더보기
2015년 6월 5일 : 아름다운 이 유월 △ 이 계절은 모든 것이 아름답다. 버스에 아끼는 우산을 두고 내렸다. 사무실에 놓고 나왔다가 부러 다시 들러 챙겨 나온 것인데, 잃어버리려고 챙긴 셈이 되었다. 사람이든 사랑이든 그 무엇이든 때로는 챙기려다 잃어버리기도 하니까. 잃어버릴 우주적 타이밍 앞에서는 나도 어찌할 재간이 없다. 검정색의 날씬한 장우산. 검정색 우산을 쓰고 다니는 나를 보고 오래 알던 친구가 '우산이 의외다. 너라면 화려한 꽃무늬나 밝은 원색을 쓰고 다닐 것 같은데' 라고 말한 적이 있을만큼, 어쩌면 검정색 우산은 나와 어울리지 않는 물건이었을 수도 있겠다. 의도한건 아니지만 삶에 검정색을 좀처럼 들이지 않는 나는, 대학을 졸업하기 전까지는 검정색 옷을 입어본 적이 거의 없다. 졸업식 때 입은 검정색 원피스와 그 뒤 몇 번의 면.. 더보기
2015년 6월 3일 → 4일 : 아님 말고 '아님 말고' 정신이 나에게 있었으면 좋겠다. 온갖 정성을 몽창 갈아넣고도 '그까이꺼 아님 말고' 정신이 나에게 있었으면. 흥. 아님말고. 돌아서면 나는 늘 '아멘'이다. ※ 아멘 :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소서. 에이~ 맨!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