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날씨 썸네일형 리스트형 2015년 6월 1일 : 겨를 △ 알지도 못하면서. * 겨를이란 말에 대해서 계속 생각했다. 의존명사. 무엇에 기대야만 겨우 쉴 틈이라도 생기는게다. * 더 이상 적막하지 않기로 하고, 꼭 여섯달만에 다시 세상 속으로 나를 던지는 아침. 뚜벅뚜벅 뒤섞이는 유월의 굳모닝. 힐을 신고 치마를 입고 앞섶에는 리본을 가지런히 달고 버스를 기다리며 어느 창窓에 나를 비춰보는 아침. 긴 머리가 덜말라 빗을 꺼내어 몇 번 벅벅 빗는다. 어찌하여 도시의 사람들은 운동 부족일까. 조사 결과가 잘못된건 아닐까. 이렇게 하나같이 열심히 달리고, 버스를 타고, 다시 지하철을 타기위해 위에서 아래로 혹은 아래에서 위로 부지런히 움직이는데. 수많은 인파가 나를 향해 다가왔다가 멀어진다. 빠르게 다가와 멀어지는 발걸음들을 바라보며 걸었다. 사랑에 빠지려면 이 .. 더보기 2015년 5월 31일 : 사랑에 빠질 것 같다 △ 나는야 짝사랑 카사노바. 이번 시즌 짝사랑은 롹스타 너로 정했다. 사랑에 빠질 것 같다. 라고 적어놓고 이 문장을 물끄러미 들여다 보았다. 달뜬 온기가 무릎과 팔꿈치를 적당히 데우는 이 밤. * 오늘 작은 공연을 보러 갔다. 내가 얼마전에 적은 글 중에 '봄눈별' 에 관한 글이 있는데, 오늘 마침 그 분이 노래 몇 곡을 부른다는 게 아닌가. 작년부터 열리기를 기대하던 공연이었기에, 우주가 하는 일은 정말로 놀랍다는 생각이 들었다. 꼭 가고 싶은 공연에 꼭 보고 싶은 사람이 합을 맞춘 것처럼 짜잔하고. '봄눈별' 이란 분은 꼭 한 번 눈으로 그의 삶을 확인해보고 싶었다. 그의 말대로 삶을 꾸려가면 얼마나 담백하고 간결한 인간이 될 수 있는지 궁금해서. 나도 좀 담백하고 간결하고 싶은 마음에. * '봄눈.. 더보기 2015년 5월 30일 : 멍 △ 우리집 가는 반대방향에서 버스를 기다리니 기분이 이상해. 고된 이사로 지친 다음 날, 고상하게 클래식 공연에 앉아있을 줄 예상이나 했던가. 한치앞을 못 내다보는 것이 사람이다. 이미 한 달도 전에 기쁜 마음으로 예매해둔 티켓이라서 지친 몸을 끌고 한 시간이나 걸려서- 엉엉. 우리동네에선 한번에 쏜살같이 가는 버스도 있었는데. 어쩌고 저쩌고 투덜투덜투덜이-. 몇며칠을 푹 고아낸 걸죽한 피곤을 안고 앉아있으니 온갖 상념이 몰려온다. 그렇게 좋아하는 첼로도 하나도 귀에 안 들어오고, 아 속상해라. 더보기 2015년 5월 30일 : 잠시 서초 생각보다 빨리, 그리고 급작스럽게 친구들의 도움으로 서초에 왔다. 돌봄 총량의 법칙. 언제부터 내가 나를, 그리고 남이 나를 '독립적'이라고 생각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머니의 몫-특히 물리적인 손길-이 내 삶에서 점차 축소되어가면서, 비는 공간만큼 내 스스로 채우려고 노력해왔고 내 힘으로 채워왔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오늘 문득 이사를 마치고 보니, 갈 곳도 안 정하고 방을 빼는 태연한 세입자와는 다르게 친구들이 더 마음이 동동거렸나보다. 어제 문득 한 친구의 생일 축하를 하며 안부를 묻다가 이사를 한다는 나의 말에, 마침 집이 비니까 언제든 들어오라며 문을 활짝 열어준 고마운 친구 1. 나의 sos에 늦은 퇴근 후에도 달려와서 짐을 다 싣고 한 시간 거리를 가준 친구 2. 급작스런 만남에도 이사간다는 말에.. 더보기 2015년 5월 29일 : 안녕 △ 예쁜이가 놓고간 신발 한 짝. 곧 보자. * 이 집에서 쓰는 마지막 기록. * 드디어 소리들이 울린다. * 몇 번이나 도어락을 틀린다. 다음 세입자를 위해 건물 입구와 똑같은 번호로 바꾸어 두었지만, 이년동안 문이 닳도록 눌러댄 번호를 손가락이 잊을리가 있나. * 삼년간의 삶이 무섭게 정리되었다. * 떠나는 트럭 뒤통수를 바라보면서 좀 울었다. 나도 모르게. (청승) * 엄마 지갑 뒤지는 심정으로, 동전아 제발 나와라 하는중. 물을 한병씩 사다먹고 있다. 벌써 몇번째인가. 이럴줄 알았으면 그냥 짝으로 사다놓아도 될뻔. * 이 집에 처음 누웠을 때 '나는 왜 이런집을 골랐을까' 라는 심정으로 눈물짓던 기억이 난다. 새벽 세 시를 넘겨서도 신나게 웃고 떠드는 옆방 남녀의 목소리 때문에. (아무리 꼼꼼 따.. 더보기 2015년 5월 28일 : 뚝뚝뚝 △ 오늘 이별하는 여자처럼 눈물 닦느라 휴지 한 통을 다 뽑아썼다. 맥주든 물이든 마시면 죄다 눈으로 나오는 느낌. 이삿짐을 싸느라 고개를 숙이기만 했는데 박스 위로 눈물이 뚝뚝 떨어진다. 힘드신게구만. 어찌할 바 없어서 묵묵히 짐을 계속 싸는데 조립식 책꽂이를 분해하는 과정에서 손목을 다쳐 피가 났고, 스며나오는 피를 보고 있자니 눈물샘이 폭발했다. (이 무슨 청승의 대 향연!) 아. 이 놈의 선배는 촉이 좋다. 어쩔줄도 모르고 뚝뚝 울고 있는데 술먹으러 나오라며 수화기 너머로 취기를 뿜어댄다. 꼴이 말이 아닌데다 폭격맞은 것처럼 엉망진창인 방과 마음 상태 때문에 거절을 했더니, 나오라고 끊어버렸다. 너 배 안고프냐? 어어어? 어어어? 테이블에 앉아서 선배가 자고 있었다. 앉자마자 맥주를 벌컥벌컥. 선.. 더보기 이전 1 ··· 115 116 117 118 119 120 121 ··· 159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