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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날씨

2015년 8월 6일 : 한여름의 귀싸닥션

 

△ 선배, 사막은 어땠어요? 막 좋고 막 덥고 그랬어요?

 

 

 

 

장기하가 대학시절에 만든 청년실업이란 밴드의 노래 하나, <기상시간은 정해져있다>. 잠은 오질 않는데 기상시간은 정해져있다~ 새벽이 밝아오는데 기상시간은 정해져있다~ 경박한 박자에 얹은 다급한 목소리를 듣다보면 정말로 지금 당장 일어나 문을 박차고 뛰어나가야할 것 같은 조급한 마음이 든다.

 

 

기상시간은 정해져있다. 커텐은 없고 나는 빛과 소리에 매우 민감한 족속이고 여름의 해는 늘 제시간에 뜨고 매미도 제 시간에 운다. 동도 채 트기전의 어두컴컴한 하늘을 수놓는건, 쓸어담으면 한 양동이는 족히 될법한 매미소리다. 젠장. 일전에 직장동료와 회사숙소에서 잠을 자다가 아침의 적막을 찢는 새소리에 벌떡 일어나 "저게 새야 원숭이야!" 라며 신경질을 내고 잠들어버린 일도 있잖은가. 매미가 퍼붓는 달갑지 않은 소리에 잠을 벌떡깼다. 다섯시가 안됐다. 어떻게든 자보려고 발버둥을 치지만 곧 햇살이 커다란 창문으로 들이친다. 다 잤다. 새벽 두시에 겨우 잠들었으니 세시간을 잤을까. 커텐을 어떻게든 맞추려고 어제 밤늦도록 몇번이나 창의 사이즈를 재고 또 쟀다. 잴때마다 틀려서 난감했지만, 창문에 사이즈가 뻔히 써있었지만 그래도 몇번이나 쟀다.

 

 

이건 한여름의 귀싸닥션이야.

 

 

일찍 깨는 해도, 울부짖는 매미도, 이게 다 한여름의 귀싸닥션이다. 여름이 살짝 발을 디밀때쯤 본 <한여름의 판타지아>는 참 좋아하지만 여름은 여름대로 지랄맞은 맛이 있구나.

 

 

*

 

 

새벽에 일어나 광노(씨)가 새벽 3시쯤에 보내온 메일을 확인했다. 'ㄱㄴ' 이라는 간촐한 제목에 피식 웃었다. 오늘까지 추가 인터뷰에 대한 답신을 보내달라고 했는데 이렇게 새벽에 보내왔구나. 멋있다. 일을 일답게 잘 하는 사람. 착 달라붙다못해 쫙 달라붙는 형광 주황색 바지는 보기에 버겁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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