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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가지 피클 만들기 오늘 새벽 꽤 많은 비가 내렸습니다. 빗소리에 깨어 '의심할 수 없는 빗소리' 라고 짤막하게 적어둔 뒤, 이번엔 창밖을 내다보지도 않았어요. 어두컴컴해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테지만 분명 너무 많은 비가 내리고 있었으니까요. 어둔 방에서 침대에 어정쩡하게 몸을 걸치고 있다가 그만, 그만! 가슴을 묵직하게 짓누르는 생각은 그만두고 요리를 하자! 라는 다짐을 하며 몸을 벌떡 일으켰습니다. 여자들의 유리병을 향한 욕망은 상상초월입니다. 유리병만큼 여자들을 자극하는 주방의 요소가 또 있을까요. 텅빈 채로 가만히 두어도 예쁘고, 뭔가를 채워도 참 예쁘죠. 저는 유독 주방기기들에 드글드글한 욕망을 숨기지 못하는데요, 자취생 신분에 식품건조기며 미니 오븐 따위를 구비하고 있습니다. (물론 1년에 한 두번 꺼낼까 싶습니.. 더보기
<한여름의 판타지아>_ 내래 고조, 고조에 한번 가보고 싶습네다 "영화 보자!" 여느 모녀들처럼 함께 쇼핑을 하거나 목욕탕을 가거나 하는 대신, 나와 엄마는 그간의 소회를 영화로 푼다. 이틀내내 세 편의 영화를 때려넣었다. 를 보고 나와, 곧바로 로 입성. 그 다음날은 마침 개봉일이라 개봉에 맞춰 보았다. 어머니가 김윤석 배우를 무척 좋아한다. 나는 이 배우가 좀 더 다양한 옷을 입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지만. 흑백의 색 일본의 고조라는 자그마한 시골이 영화의 풍경. 영화는 1부와 2부로 나뉘는데, 같은 배우들이 같은 풍경 속에서 다른 역할을 맡는다. 배우라는게 이래서 배우구나, 할 정도로 1부와 2부의 사람들이 묘하게 닮고 다르다. 1부에서 바로 2부로 이어지는데도 같은 사람을 다른 사람이라 의심하게 만드는 분위기란. 나도 아마 몸의 언어에 탁월했다면 배우의 꿈을.. 더보기
서민의 <집 나간 책>_ 집 나간 정신이여, 돌아오소서 (2/100) △ 어릴때부터 외모 콤플렉스에 시달렸다는 서민 교수님을 위해, 조인성의 기럭지를 잠시 빌렸다. (아... 안 어울린다) 다 읽었다! 고향집 골방에서 책을 붙잡고 있는 내 모습을 보고, 남동생이 '오 문학 소녀' 라며 한마디 하고 지나간다. 어제 아침 일찍 일어나 책을 붙들고 있는 내 모습을 보고는 함께 사는 친구도 '오 지성인' 이라며 실시간 리플을 달아주지 않던가. 그러고보면 책 읽는 풍경이 참 생경하긴 생경한갑다. 하루종일 스마트폰을 붙들고 있을때는 그 누구도 '오 기계 소녀' 라던가 '오 최첨단 테크놀로지시대의 수혜자' 라고 해주지 않더니, 디지털에서 아날로그로 바꿔잡자마자 다들 한마디씩하고 지나가니 말이다. 계획없이 고향으로 내려오게 되어, 기차에서 시간때울 요량으로 스마트폰에 몇 개의 동영상을 .. 더보기
김형경의 <남자를 위하여>_ 여자들아, 정신차리자 (1/100) △ 어젯밤, 같이 사는 친구의 진두지휘 하에 처음으로 셀프 염색이라는 것을 (당)해보았다. 염색약을 바르고 걱정스런 맘으로 앉아, 내가 바른 제품의 후기를 검색했는데 '색은 숯검댕이가 되고, 결은 개털이 된다'라는 120여개의 혹평 발견. 두려움에 온 몸이 떨리기 시작했고, 패키지에 그려진 모 뷰티살롱 원장님의 살며시 올라간 입꼬리가 내게 뭔가를 말하는 듯 느껴진다. 기분 탓이겠지. '너도 결혼하면 저렇게 해 줄 수 있어?' 영화관에서 옆자리를 지키던 남자친구의 귀엣말. 함께 보고 있던 영화는 일본 영화. 기모노를 곱게 차려입은 일본 여성이 무릎을 반듯하게 꿇고 앉아 남편의 출장 가방에 옷가지를 착착 개켜넣는다. 옷 개는걸 무척 싫어하고 소질도 없는 나지만 '그으럼!' 이라 대답했다. 세글자 중에서 앞뒤.. 더보기
서민과 귀족녀 <집 나간 책> △ '난 이제 더 이상 소녀가 아니예요 그대 더 이상 망설이지 말아요 ♪' 실천의 최전방이다. 더 이상 미루지말고 의지 탑재 할 때. 어영부영하다 훅간다. 짐 중의 짐이 책 짐이다. 책의 무게 때문에 넌덜머리를 내면서도 이삿짐을 빼는 그 날 아침까지 책을 받아봤다. 이사에 지친 나를 위한 책 처방이라 합리화하면서. 나에게는 늘 책이 사유의 대상이 아니라 소유의 대상이라, 손에 들어오는 순간 안심하고 방치하는 본인의 성미를 잘 안다. 읽지도 않을 책에 대한 욕심은 왜 끝내 떨어 낼 수 없는 건지. 오죽하면 아버지가 내 고향방 서재를 보고 감탄인지 비통인지 경계가 흐릿한 한마디를 뱉었던가. "내가 여태 번 돈이 다 여기있구나!" (아버지에게 용돈을 받아쓴 적이 거의 없으며, 모든 컬렉션은 제가 번 돈으로 채.. 더보기
을밀대 * 냉면은 겨울음식이다. 왜냐. 옛날에는 냉장고가 없었거든. * 평양냉면을 별로 즐기지않는 친구야를 꼬드겨 을밀대에 왔다. 을밀대 맛이 변하긴 변한것 같은데, 그래도 슴슴한 이 맛이 나는야 좋아라. 점심때를 피해 오후 세시경 도착했는데도 줄이 길게 늘어져 기역자로 한 번 꺾어야할 정도. 메뉴판에 회냉면과 비빔냉면도 마련되어 있지만, 다들 약속이나 한 듯이 물냉에 녹두전이다. 우래옥이 그렇게 괜찮다는데 다음번엔 우래옥으로 평냉답사를 이어가야지. * 보통 냉면은 열 십(十)자로 두 번 가위질을 하는데, 평양냉면은 한 번만 한다. 무슨 냉면먹는데 가위질까지 정해져있냐고 궁금해할 분들이 있겠지만, 그런거 없다. 있을리가 있나. 그냥 내가 그렇게 먹는다. * 왜 여자들은 먹으면서 먹는 이야기를 할까. 평냉 두 그..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