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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lon de alone/노래의 날개 위에

꽃피는 학교 따뜻한 음악회

 

 

두어주 전이었을거다. 텅빈 마을버스를 타고 집으로 귀가하는 늦은 밤, 겨울 밤. 컴컴한 창밖으로 멍하니 시선을 던지는데 문득 창문에 붙은 전단지 하나가 눈을, 곧이어 마음을 사로 잡는다. '따뜻한 음악회'.

 

 

그리고 어젯밤. 서둘러 퇴근하고 음악회가 열리는 작은 갤러리를 찾았다. 1층은  꽃집, 지하는 홀로 운영되고 있었는데 1층의 예쁜 아주머니가 웃으며 맞아주었다. 아 꽃향기. 생활에 여유만 좀 생기면 늘 꽃을 만지며 살고 싶다는 잊고 있던 바람. 서울생활이 힘에 부칠때면 하루에도 족히 열댓번은 이제 그만둘까, 라는 생각을 하지만 곳곳에 아무렇지도 않게 널려있는 작은 음악때문에 여기를 아직은 그만둘 수가 없다. 이렇게 버스를 타도 음악이 나 여기있다며 내 발목을 붙드는 도시인데.

 

 

지하로 조심스레 내려가 계단참에 붙어 빼꼼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다들 곧 열릴 공연준비로 한창인 모습. 천장에 아름답게 늘어진 작은 알전구들과 빨갛고 포근하게 차려입은 사람들의 모습들에 다시금 아, 연말이구나 싶다. 12월의 허리를 잘라먹고 본격적으로 마지막을 향해 질주하는 이맘때면, 한 해를 보내는 아쉬움과 들뜬 마음이 알맞게 버무려진 묘한 분위기가 인다. 이 묘한 공기 속에 몸을 푹 파묻으면 마치 솜이불 덮은 마냥 도탑고 보드라운 마음이 마구 일어서 나는 아무도 몰래 어쩔줄 모르게 된다. 아는 얼굴이 없어 주위를 두리번거리니 스텝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친절하게 다가와 웃어준다. 마을버스에 붙은 전단을 보고 왔다고 하니, 눈을 반짝이며 '아 그게 정말 효과가 있었군요!' 한다. 그래요, 저도 감사합니다. 마을버스가 여기까지 나를 데려왔어요. 단발머리 아가씨가 홀 여기저기로 나를 데려다니며 잠깐 소개를 해준다. 아가씨가 말을 마치자마자 나는 공간 한쪽 구석에 마련된 테이블로 가서 샌드위치를 입에 물고 손에 들며 주린 배를 채우... 한명에 두개씩이라 써붙여진 종이도 무시하고 쿠키도 한 아홉개를...

 

 

아 아무튼, 따뜻하고 소박한 공연이었다. 솜이불 공기에 몸을 푹 묻고 오랜 시간과 마음을 들여 연습했을 소박하고 약간은 어설픈 선율 위에 나를 얹는 12월의 겨울밤 몇 자락. 공연의 마지막엔, 올해 봄 알게된 봄눈별 님이 등장해 아름답고 맑은 소리를 들려주었다. 눈을 꼭 감고 음 하나하나를 꼭꼭 들었다. 함께 간 친구가 나와 어울린다며 1층의 꽃집에서 말린 꽃다발을 사와 손에 들려준다. 이정도면 나 꽤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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