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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날씨

2015년 5월 28일 : 뚝뚝뚝

 

△ 오늘 이별하는 여자처럼 눈물 닦느라 휴지 한 통을 다 뽑아썼다. 맥주든 물이든 마시면 죄다 눈으로 나오는 느낌.

 

 

 

이삿짐을 싸느라 고개를 숙이기만 했는데 박스 위로 눈물이 뚝뚝 떨어진다. 힘드신게구만. 어찌할 바 없어서 묵묵히 짐을 계속 싸는데 조립식 책꽂이를 분해하는 과정에서 손목을 다쳐 피가 났고, 스며나오는 피를 보고 있자니 눈물샘이 폭발했다. (이 무슨 청승의 대 향연!)

 

아. 이 놈의 선배는 촉이 좋다. 어쩔줄도 모르고 뚝뚝 울고 있는데 술먹으러 나오라며 수화기 너머로 취기를 뿜어댄다. 꼴이 말이 아닌데다 폭격맞은 것처럼 엉망진창인 방과 마음 상태 때문에 거절을 했더니, 나오라고 끊어버렸다. 너 배 안고프냐? 어어어? 어어어?

 

테이블에 앉아서 선배가 자고 있었다. 앉자마자 맥주를 벌컥벌컥. 선배가 몇 마디 하지도 않았는데 아까의 그 눈물이 이어져 쏟아진다. 누구 앞에서 이렇게 눈물을 보인적이 없어서 스스로도 몹시 어쩔줄 몰랐지만, 다행히 이 분은 다음날은 기억 못하는 훌륭한 분이 아니던가. 선배는 니가 이렇게 눈물이 많은 애인줄 몰랐다며, 중얼중얼 나를 놀리다가 잠이 들었다가 다시 뭔가를 집어먹다가 인생에 대한 가르침을 좀 하사하다가.

 

선배의 이야기를 들으며 계속 눈물을 닦고 있는데다가 꼴이 말이 아니었기 때문에, 십중팔구는 오늘 이별하는 여자인 줄 알았을테다. 이별하는 여자치고 안주를 참 열심히 집어먹긴 했지만. 선배랑 나름 많은 이야기를 했는데, 취하도록 마신 것도 아닌데 기억이 잘 안난다. 술자리에 앉자마자 선배가 위로차원인지 뭔지 들려준 한 마디는 딱 기억나는데.

 

넌 참 매력이 많은 애야. 그걸 왜 니 스스로 모르니. 근데 웃긴건 니가 모르는게 매력이야. 넌 그걸 알 수가 없지. 으하하하하하.

 

 

 

(*) 추워죽겠는데 선배에게 아이스크림을 사달래서 골목 어디에 걸터앉아서 먹었다. 무슨 얘기를 또 열심히 했는데 하나도 기억이 안난다. 그 와중에도 투 플러스 원을 챙기느라, 내 양손엔 아이스크림이 하나씩. 학교 다닐 때 좋아하던 선배들이랑 시간만 나면 대학원동 뒷벤치에 모여서 밀키스를 마시던 기억이 났다.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순간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