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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2015년 7월 16일 : 7월의 절반을 썩둑 △ 선배가 보내온 여행일기. 선배는 내가 아는 사람 중에 사진을 제일 잘 찍는 것 같다. 어제 드디어 새 집에서 첫날밤을 보냈다. 전 주인의 따뜻한 기운을 품고 있는 좋은 집이다. 퇴근 후 회사분들이 - 당연한 사실이지만, 이사 전에는 내가 어떤 모양의 일자리를 얻을줄도 몰랐고 어떤 사람들을 만나게 될 줄도 몰랐으며, 어떤 집을 얻게될 줄도 또 누군가의 도움을 받게 될 줄도 몰랐다 - 이사를 도와주었다. 그저께는 대리님 차로 대부분의 짐을 옮겼으며 어제는 과장님이 모는 BMW를 타고 나머지 잔 짐들을 옮겼다. 차에서 내려 "나 비엠떠블류 타고 이사했네." 라고 감탄사를 내뱉자 과장님과 내 옆자리 짝꿍 현진이가 깔깔거린다. 현진이가 방을 보고 참 따뜻하다고 했다. 퇴근 후, 김포까지 가는 현진이의 버스를 .. 더보기
2015년 5월 27일 : 행복하기란 얼마나 쉬운가 △ 정신적인 면역 기능이 필요해요. 나는요. 견디기위해 한 줄 쓴다. 면접에서 떨어진 것 같다. '같다'는 정신방어용이니 떨어졌다. 오늘까지 연락이었는데, 조금전인 네 시까지는 어쩔줄 모르면서 무심한 척 하다가 네시 반 께에는 처연한 마음이 되었고 다섯시가 넘어서는 드디어 초연해졌다. 이번에는 뭐가 모자랐던가. 차라리 '귀하의 자질은 이래서 구리다' 라고 말이라도 속시원히 해주면 좋을텐데, 인권침해에 대한 소송과 이미지 타격을 걱정한 기업들은 항상 '넌 존나게 멋진 친구지만 함께 못해서 아쉽다'라고 얼버무린다. 헤어짐 앞에서 종종 '내가 어떤 부분이 부족했는지 말해줄 수 있어? 다음번 연애는 잘 해보고 싶어서' 라고 자기 발전에의 의지를 피력한 구남친들이 더러 있었는데, 뭔 개코방구같은 소리냐! 라는 대.. 더보기
2015년 5월 22일 : 이게 다 전기장판 때문이다 △ 내 안에도 불이 번쩍 장판 감기에 단단히 걸렸다. 한겨울에도 기침 한 번 안했던 내가. 이리 맥없이 무너지다니. 이게 다 전기장판 때문이다! 전기장판이 고장났는데, 전기 장판을 틀지 못한 그날부터 밤에 추워 자주 깨고 이불을 뒤척이며 결국 아침에 덜덜 떨며 일어나게 되었다. 보일러를 틀어보지만, 보일러는 이미 장판의 최고온도에 최적화 된 나를 만족시킬 수 없으렷다. 작년 봄에도 전기장판이 고장나서 '아유 이제 봄인데 뭘' 이라는 생각에 새로운 장판 마련을 차일피일 미루다 몸살에 된통 걸리고야 샀던 기억이 있는데, 올해도 벌써 5월인데 싶어 장판 구입을 미루다가 이 무슨 꼴이더냐. 그러고보니 한 해에 장판 하나씩은 꼭 해먹는 것 같다. 늘 최고 온도를 고집하기 때문인가 어쩐가. 그립다 너의 살결. 장판.. 더보기
2015년 5월 19일 : 인생은 알 수가 없어 △ 2년 꼬박 살던 방을 새 주인에게 넘겼다. 밤 열시 삼십분. 그 등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그러니까 오늘 아침. 집 근처 한방병원에서 엎드려 침을 맞는데 진동이 북북 울렸다. 두 번은 문자다. 잠깐의 침묵. 실눈을 가만히 떴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귀하의 자질은 겁나 높지만 안타깝게도...'라는 문자였다. '다행이다'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고 '이제 어떡하지?'라는 생각이 재빨리 따라붙는다. 최종면접에서 느낌이 좋았다. 오라는 말도 없었는데 '가네 마네'를 놓고 가족들과도 분분했으며 내 안에서도 분연했다. 일주일 내내 머리가 아파 잠도 이루지 못했었더랬다. 이게 바로 떡줄 놈은 생각도 안하는데 김치국부터 마신다는 속담의 좋은 예. 그러니까 이미 될 꺼니까 방을 내놨다. 새로운 세입자를 찾는 일.. 더보기
2015년 5월 17일 : 내가 얼마나 너를 좋아하는지 아무도 꿈에도 모를거야 △ 내가 우리 동네를 얼마만큼 좋아하느냐. 비행기 작은 창으로 내다보이는 하늘의 풍경만큼 좋아한다. (인터넷에) 방을 내놨다. 하루만에, 아니 일분만에 결정한 일이다. 관심도 없던 집이며 땅 따위를 갑자기 몹시도 갖고 싶다고 이 동네에 정을 붙이면서 줄곧 생각했었다. 내리 삼년을 살았는데도 이 곳이 안고 있는 풍경이 좋아서, 그리고 이 곳에 묻어있는 내 모습이 좋아서 이 동네에 내 집 하나 있었으면 소망한 적이 적지 않다. 갑자기 많은 낯선 번호들이 내 핸드폰을 울렸고- 이력서를 쓰는 중이었다면 낯선 번호가 울릴 때마다 심장이 뛰어 진즉에 미쳤을 것이다. 한동안 면접을 보러 다닐 때는 울리는 모든 전화에 일단 심쿵했고, 받을 때 공손을 넘어 읍소 했던 것 같다. 눼이눼이-, 아침부터 낯선 얼굴들이 내 방.. 더보기
2015년 5월 12일 : 구남친 클럽 △ 님이라는 글자에 점 하나만 찍으면 남이 되고, 세상에 둘도 없는 그녀 품에 '니은' 하나만 갖다 안기면 세상에 둘도 없는 그년이 된다. 화들짝 놀라 꿈에서 깨어나서는 이맛살을 찌푸리고 한참을 앉아있었다. 꿈 꾸느라 진을 다 뺐다. 어제의 힘들고 울적한 기분을 이미지로 치환하면 그런 장면인 것인가, 그도 아니면 어제 잠깐 만난 선배와 들렀던 까페가 공교롭게도 작년 이맘때 구남친을 처음 만났던 그 까페라 나도 모르게 무의식을 건드렸던 것일까. 구남친 시키가 꿈에 나왔다. 발단 전개 절정 위기는 다 건너뛰고라도 결말만 좋으면 되는 우리들 세상이 아니던가. 엔딩이 구리면 해피 발단, 해피 절정은 온데간데 없다. 어쨌든 구남친 시키와의 엔딩장면이 꽤 마음에 상처가 됐던터라 늘 미움의 칼날을 갈고 있었다. 서걱..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