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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날씨

2015년 7월 16일 : 7월의 절반을 썩둑

 

△ 선배가 보내온 여행일기. 선배는 내가 아는 사람 중에 사진을 제일 잘 찍는 것 같다.

 

 

 

어제 드디어 새 집에서 첫날밤을 보냈다. 전 주인의 따뜻한 기운을 품고 있는 좋은 집이다. 퇴근 후 회사분들이 - 당연한 사실이지만, 이사 전에는 내가 어떤 모양의 일자리를 얻을줄도 몰랐고 어떤 사람들을 만나게 될 줄도 몰랐으며, 어떤 집을 얻게될 줄도 또 누군가의 도움을 받게 될 줄도 몰랐다 - 이사를 도와주었다. 그저께는 대리님 차로 대부분의 짐을 옮겼으며 어제는 과장님이 모는 BMW를 타고 나머지 잔 짐들을 옮겼다. 차에서 내려 "나 비엠떠블류 타고 이사했네." 라고 감탄사를 내뱉자 과장님과 내 옆자리 짝꿍 현진이가 깔깔거린다.

 

 

현진이가 방을 보고 참 따뜻하다고 했다.

 

 

퇴근 후, 김포까지 가는 현진이의 버스를 함께 기다렸다가 집으로 향했다. 다시 똑같은 방향으로 똑같은 길을 지나 저벅저벅 걷는 기분이 참 좋다. 나는 어쩌자고 이 동네를 이렇게나 좋아할까. 전에 살던 집에서 10분남짓 떨어진 곳에 새 집을 구했다. 밤 아홉시가 넘어 부동산을 쫓아다니고, 인터넷을 뒤지고, 출근 전 비가 쏟아지는 날 집을 보러다니던 수고스러움이 아깝지 않을만큼 훌륭하고 좋은 집이다. 번쩍번쩍하고 근사한 집은 아니지만 방을 보자마자 단박에 '아 여기 따뜻하다' 라는 생각이 들었거든. 살고 있던 사람과 공간의 느낌이 가만히 포개지는 좋은 느낌. 

 

 

안녕. 방의 구석에 인사를 하고 침대에 푹 누웠다. 설지가 않다. 

 

 

사표를 내고 무협소설에 나오는 중국의 도시로 떠나겠다했던 선배가 문득 사진을 잔뜩 보내왔다. 일정이 틀어져 실크로드를 거닐었다했다. 사진들이 참 좋았다. 선배는 내가 아는 사람 중에 제일 독특한 시선을 가진 사람이다.

 

 

점점 어른이 되어가는 것 같다. 그 과정 속에 놓여진 기분이다. 혼자 여기저기 집을 알아보고, 으르렁대는 집주인을 달래며 계약서를 쓰고, 돈을 벌기 위해 일자리를 구하고, 술에 취해 눈물을 뚝뚝 흘리는 전화를 받아주고, 코에 공기를 잔뜩 장착하고는 거래처에 읍소하며 금액을 깎고, 그리 편한지 않은 자리에서 뻐꾸기 수십마리를 날리며 농담을 하며 깔깔거리고.

 

 

어쨌든 취직과 이사와 연애 중에 취직과 이사가 완료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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