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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2015년 6월 14일 : 유월의 일요일 오후 △ 시간의 풍경 일요일 오후. 오후라는 낱말에 가장 잘 어울리는 짝꿍이 일요일이라고 끄적여둔 날이 언제였더라. 친구와 친구의 남자친구와 함께 한 공간에서 사흘을 보내고 있다. 새로산 선풍기 이름이 '쿨 가이' 더라고. 낄낄. 냉장고를 털어 무어라도 해주려 했으나 재료가 없어 반셰프 편은 다음 기회에. 배달의 민족답게 엊저녁의 보쌈에 이어 또 한번의 배달음식으로 점심을 때웠다. 친구는 느른한 단잠에 빠져있고, 나는 이제 슬슬 내 공간을 마련해야하지 않을까 싶어 두어군데 전화를 넣어보았다. 어제는 '우주의 좌표'라는 글을 썼다. 뭔가를 쓰기에 실로 악독한 상황이었지만, 글을 쓰려면(?) 어떤 상황이든 견딜 줄 알아야 한다며 차분하고 진지하게 밀고 나가려 나름의 노력을 다했다. 한 문장인가 두 문장을 쓰고는 .. 더보기
존슨 효과 (부제 : 친구야, 이빨은 괜찮은거니) △ 메르스에 좋다는 파인애플을 사왔는데, 왜 먹질 못하니. 먹질 못해. 김첨지 아저씨가 생각난다. * '왜 이렇게 안 도와주냐' 퇴근하고 한숨이 푸우욱. 딱 한대만 태우고 싶은 하늘. The love게도 예쁘네. 한평생 어떻게 지켜온 청정 폐인데 한낱 감정에 휩쓸려 옥체에 해를 가할쏘냐 싶지만 - 노 니코틴, 노 카페인, 예스 오예스 - 오늘같은 날은 행인1 담배연기라도 좀 맡고싶다 진짜. '비밀번호 알려줄테니까 집에 가 있어.' 나무 밑에 우두커니서서 맞은 편을 멍하니 바라보며 버스 몇 대를 보냈다. 아침에는 지하철 변태, 내 듣기로는 말도 안되는 논리로 감정만 앞세우는 회의, 하루종일 마음 불편한 업무, 상처되는 말과 눈빛. 하루종일 바짝 곤두선 몸과 마음의 날. 이게 다 그 변태 새끼때문이다. 어디.. 더보기
2015년 6월 11일 : 부뉴모고똥 △ 친구가 아침부터 분유를 퍼먹고 있다. 한 숟갈 잡수라는 그 말에 물에 태워 흔들어 달라고 할 뻔. 동짓달 기나긴 밤을 한허리를 버혀내어 춘풍 니불 아래 서리서리 너헛다가 어론님 오신 날 밤이뎌든 구뷔구뷔 펴리라. -, 지니지니 황지니 쀼잉- 우리 인슈타인 오빠와 용호상박은 겨뤄봐야 알겠지만, '남아도는 밤시간 짤라놨다가 오빠야 만날때 쓰고싶다'고 말한 지니언니도 참 대단한 여자다. 아무도 어찌하지 못하는 시간을 가지고 어찌해볼 생각을 어찌 했을까. 십년도 훌쩍 지났다만, 문학 교과서에 실린 이 시조를 읽자마자 훅 하고 예고도 없이 들어오는 그때의 느낌이란. 뭐야 이 여자. 어린 나도 뻥 뚫고 들어와서 깜짝 놀랐는데, 지니 손글씨 받아본 오빠 마음은 오죽 했을까. 어디에 밑줄을 치라니, 빨간 동그라미를.. 더보기
월남스키부대 △ 나의 친구들은 내 이메일과 전화번호를 외운다. 입에 쩍쩍 붙거든. 친구가 준 초대권으로 라는 연극을 보러갔다. 선택할 수 있는 연극이 딱 세 편 있었는데, 셋 중에 둘은 흔해빠진 연애 이야기라 - 뭐 모든 연애가 한편으론 하나같이 흔해빠졌다만 - 월남으로 선택. 그냥 부대 이름인가보다 했지. 월남키스부대였대도 별 생각 없었을거다. △ 월남스키부대가 왜 이상한지 몰랐어. 그냥 그런가보다 했지. 막이 오르고 군복입은 배우가 대사를 하는데 어째 이상하다. 왜 표준어를 쓰지? 월남이면 북에서 남으로 내려왔다는거 아닌가? 그럼 북한말을 써야되는거 아닌가, 왜 둘다 서울말을 쓰지. 이상하다. 월남이 남에서 북으로 올라가는건가? 머릿속으로 궁싯대느라 분주한 관객 일인. 극이 좀 진행되고서야 월남이 베트남인줄 알았.. 더보기
농식품 코디네이터 수료 △ 가릴려면 깨끗하게 가리지. 뭔가 잔뜩 지저분하기만 하네. 쩝. 오늘 갑자기 요리사진을 많이 올렸는데요, 농식품 코디네이터 수료증을 이제 받았거든요. 원래는 진작 받았어야 했는데 오늘내일 미루다 어제가서 받아왔어요. 수료증도 받은 김에 기분이다 싶어서, 요리라고 할 건 없지만 갖고 있던 사진 몇 장을 풀어보았습니다. 내가 어떤걸 먹고 사는 존재인가 새삼 궁금하기도 했고. 농식품 코디네이터는 만들어진지 얼마되지 않은 과정이라 궁금해 하실 분들이 많을텐데요. 저도 평소에 요리 좋아하고 관심있던 차에, 마침 백수고 시간도 남아서 호기심에 한 번 들어봤어요. 강의가 하루에 네시간씩 있어서 저녁 여섯시부터 열 시를 넘겨서까지 허벅지를 꼬집으며 들었지만 결과적으로는 들어보길 잘한 강의입니다. '농식품 코디네이터가.. 더보기
2015년 6월 10일 : 푸른밤 종현...아니, 지현입니다 △ 혼자사는 여자집에 깔맞춘 칫솔 두 개. 꺄아아아 ! 큼큼큼. 큼큼크흠. '니 감기 걸린거 아이라?' '아이다!!!!' 맥주를 마신 다음날엔 잔뜩 목이 잠긴다. 큼큼큼. 큼큼크흠. 시국이 시국인만큼 기침 한 번에도 괜히 민감하고 민망하다. * 여의도 공원에서 친구와 맥주 한 캔을 나눠마시며 저녁이 내리는 풍광을 목격했다. 푸른 무게가 넌지시 둘레의 공기를 짓누르며 다가오는 동안, 하늘에는 별이 살며시 돋아난다. 별총총. 태양의 몫은 지구 반대편 사람들에게 완전히 넘겨주고, 어느 틈에 별과 함께 돋아난 빌딩 숲의 반짝이는 창들을 바라보았다. 오년만 어렸으면. 뭐? 내가 저녁의 껍질에 골몰하는동안 그녀는 알맹이를 바라보고 있었나보다. 강바람을 즐기는 연인이 더러 보인다. 오년 뒤에 오년만 어렸으면- 노래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