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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날씨

2015년 6월 11일 : 부뉴모고똥

 

친구가 아침부터 분유를 퍼먹고 있다. 한 숟갈 잡수라는 그 말에 물에 태워 흔들어 달라고 할 뻔.

 

 

 

동짓달 기나긴 밤을 한허리를 버혀내어 춘풍 니불 아래 서리서리 너헛다가 어론님 오신 날 밤이뎌든 구뷔구뷔 펴리라.

-<동짓달 기나긴 밤을>, 지니지니 황지니 쀼잉-

 

 

 

우리 인슈타인 오빠와 용호상박은 겨뤄봐야 알겠지만, '남아도는 밤시간 짤라놨다가 오빠야 만날때 쓰고싶다'고 말한 지니언니도 참 대단한 여자다. 아무도 어찌하지 못하는 시간을 가지고 어찌해볼 생각을 어찌 했을까. 십년도 훌쩍 지났다만, 문학 교과서에 실린 이 시조를 읽자마자 훅 하고 예고도 없이 들어오는 그때의 느낌이란. 뭐야 이 여자. 어린 나도 뻥 뚫고 들어와서 깜짝 놀랐는데, 지니 손글씨 받아본 오빠 마음은 오죽 했을까. 어디에 밑줄을 치라니, 빨간 동그라미를 그리라니 선생님 말은 하나도 안 들어오고, 이 시에 홀딱 반해버렸다. 이 여자. 사랑꾼인데다가 시인인데다가 랩퍼다. 라임보소. 게다가 세 개다 제대로 한다. 옛 기생은 그냥 기생 아니라더니. 난 다시 태어나도 기생축에도 못 끼겠구나.

 

 

... 화장을 안 하고 머리만 빗을 따름이었으나 광채가 나 다른 기생들을 압도했다... ← 개기름 부자가 아니었을까? 지니언니?

 

 

남아도는 어제 시간 짤라놨다가 오늘 아침 출근에 태울껄. 오늘도 머리에 물기만 짜내고 나가야하는거니. 머리에 물을 뚝뚝 흘리는 나를 보고 친구가

 

'근데 남자들은 아침에 머리 덜 말린 여자들 보면...'

'뭐. 자기관리 안된다고?'

'어. 게을러보인대.'

'내가 아침에 얼마나 바쁜지 영상이라도 뿌릴까보다 콱'

 

잘보이고 싶은 한 명한테만 잘보이면 되지, 바쁜 아침시간에 불특정 다수에게 부지런한 여자로 보이고 싶을만큼 욕심있는 사람은 아니...라고 믿었건만 정말로 아랑곳의 주소를 알아내야 한다. 동동동동동동. 나의 긴머리를 맘에 안들어하는 친구는, 아침마다 그러지말고 단발로 싹뚝 자르고 머리카락은 기부하라며 '넌 단발이 예뻐'라고 주장한다. 나도 아는데 할일이 있단 말이다. 생머리 청순미녀의 스코어를 찍고 금세 자르려고 했단 말이다. 그런데 머리카락 자라는 속도랑 살 빠지는 속도랑 안 맞는걸 어쩌란 말이냐. 근 5년째 안 맞고 있는건 맞출 생각이 없다는거겠지만. 쿨럭. 

 

오늘은 왠일인지, 황진이 언니가 내 출근시간까지 뭉텅 썰어갔는지 평소보다 시간이 더 모지랜다. 오후의 비소식에 양손에 양산과 우산을 다 들고 치마를 펄럭거리며 후다다다뛰는 모지리. 내 모지리. 친구가 날이 갈수록 얼굴살이 쑥쑥 빠진다는 말을 하는데, 너 아침 공복에 최선을 다해 뛰고 뛰고 또 뛰어봐라. 오늘은 버스에서 17분에 내렸는데 20분 급행에 몸을 싣는 쾌거를 이루어냈다. 내 스퍼트는 날이 갈수록 최고라고. Blood was spurting from her nose. 스퍼트의 좋은 예. 코피가 스풜팅! 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