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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머리

월남스키부대

 

△ 나의 친구들은 내 이메일과 전화번호를 외운다. 입에 쩍쩍 붙거든.

 

 

친구가 준 초대권으로 <월남스키부대>라는 연극을 보러갔다. 선택할 수 있는 연극이 딱 세 편 있었는데, 셋 중에 둘은 흔해빠진 연애 이야기라 - 뭐 모든 연애가 한편으론 하나같이 흔해빠졌다만 - 월남으로 선택. 그냥 부대 이름인가보다 했지. 월남키스부대였대도 별 생각 없었을거다.

 

 

 

△ 월남스키부대가 왜 이상한지 몰랐어. 그냥 그런가보다 했지.

 

 

막이 오르고 군복입은 배우가 대사를 하는데 어째 이상하다. 왜 표준어를 쓰지? 월남이면 북에서 남으로 내려왔다는거 아닌가? 그럼 북한말을 써야되는거 아닌가, 왜 둘다 서울말을 쓰지. 이상하다. 월남이 남에서 북으로 올라가는건가? 머릿속으로 궁싯대느라 분주한 관객 일인. 극이 좀 진행되고서야 월남이 베트남인줄 알았다. 아. 그 월남. 월남쌈 월남~

 

메르스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대부분의 행사나 공연이 취소 혹은 연기되고 있기에, 당연히 극장도 한산할 줄 알았다. 식당도 더럽다고 TV에 한번 나오면 다들 안가는데, 그때야말로 공식적으로 안심하고 가도된다. 어느때보다 깨끗하게 청소되어 있는 날이다. 그날이. 대중심리를 가늠해 텅빈 극장을 기대했으나 다들 그래도 저하고 싶은건 하고 사는갑다. 마스크를 눌러쓰고도 꽉꽉 들어앉아 있었다. 

 

선택폭이 그리 넓지 않아 보게된 연극이긴 하지만, 꽤 괜찮은 공연이었다. 배우들의 눈동자도 좋았고. 어떤 내용이든 눈동자가 진짜면 관객들은 빠져들 수 밖에 없다. 내 뒤의 누군가는 끅끅 대성통곡을 하기 시작했고, 나도 덤덤하다가 마지막에는 눈물을 슬쩍 닦아냈다. 극이 끝나고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그 중 한 명이 배우였나보다. 팬이 알은 척을 하며 '오빵 연기 잘 봤어요. 오빠가 오늘 막공이래서 왔어요. 역시 도둑에는 오빠지. 저 이번이 네 번째예요!' 라며 깊은 팬심을 드러낸다. '오늘로 80번 본 애도 있어.' 라고 배우가 대꾸했고, 그 대화를 나눠듣던 사람들이 '아 공연 잘 봤습니다' 라며 다들 인사를 한다. 난 쑥스러워서 엘리베이터 문만 바라보며 서 있었다. 뒤통수에 전광판 기능을 달 수 있으면 '님 짱♡' 이라 쓰고 싶은데.

 

 

△ 월남스키부대와 쌍벽이 몽골해병대란다. 몽골에 해병대 없나요?

 

 

 

 

빨간 입술이 동동 떠있는 저녁. 이 계절은 저녁이 아름답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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