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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날씨

2015년 6월 10일 : 푸른밤 종현...아니, 지현입니다

△ 혼자사는 여자집에 깔맞춘 칫솔 두 개. 꺄아아아 !

 

 

 

큼큼큼. 큼큼크흠.

'니 감기 걸린거 아이라?'

'아이다!!!!'

 

맥주를 마신 다음날엔 잔뜩 목이 잠긴다. 큼큼큼. 큼큼크흠.

시국이 시국인만큼 기침 한 번에도 괜히 민감하고 민망하다.

 

 

 

*

 

 

 

여의도 공원에서 친구와 맥주 한 캔을 나눠마시며 저녁이 내리는 풍광을 목격했다. 푸른 무게가 넌지시 둘레의 공기를 짓누르며 다가오는 동안, 하늘에는 별이 살며시 돋아난다. 별총총. 태양의 몫은 지구 반대편 사람들에게 완전히 넘겨주고, 어느 틈에 별과 함께 돋아난 빌딩 숲의 반짝이는 창들을 바라보았다. 

 

오년만 어렸으면.

뭐?

 

내가 저녁의 껍질에 골몰하는동안 그녀는 알맹이를 바라보고 있었나보다. 강바람을 즐기는 연인이 더러 보인다.

 

오년 뒤에 오년만 어렸으면- 노래 부르지말고 지금 해. 지금.

지금 내 주변에 누가 있나아! 반. 니도 외국남자 사겨라.

내 맨날 노래 불렀잖아. 외국남자랑 결혼하고 싶다고. 아예 멀리 나가살게.

결혼은 좀 그렇고 연애까지만.

내가 멋있는 놈 하나 물면 니도 소개해줄게. 낄낄.

 

실없는 소리를 하면서 음악 몇 곡을 나눠듣다가 멀지않은 곳에서 들려오는 김동률의 노래에 개처럼 달려나갔다. 오빠. 사랑해요. 이십대 중반의 남자애 두 명이 반주곡 틀어놓고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저녁 공기에 썩 잘 묻어나는 매력적인 음색이라 적지 않은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앉았다. 성시경 노래를 불러줄 때 나는 오열했고, 몇 곡을 더 이어듣다 공기가 쌀쌀해져 친구의 집으로 향했다. 자고 가면 내일 아침 출근때도 태워준다는데. 얼마전에 자랑하던 맛있는 딸기 맥주도 고이 모셔져 있다는데. 

 

김동률 정도면 마흔 넘어도 개안타.

 

차를 몰던 그녀의 한 문장. 이건 또 무슨 소리. 어제 서래마을 일대를 같이 돌던 친구녀석은, 내가 청한 신승훈 노래를 부르다 문득 '승훈 오빠 놓아줘야지. 오빠 안녀어어엉~' 이라며 혼자 이별통보를 하더니. 여긴 미리 프로포즈 접수 오케이네. 하긴 나도 아직도, 가끔, 여전히 테니스 선수와 결혼한 윤종신을 원망한다. 열일곱의 내 사랑이여. (못 나갈때도 사랑했어요. 종신오빠. 내가 최연소 팬이라 당연히 나랑 결혼할 줄 알았지, 말년운이 좋을 줄이야.)

 

 

 

*

 

 

 

새벽부터 누워서 핸드폰을 들여다보고 있는 나를 봤는지, 친구가 일어나면서 와이파이를 켜준다. 시...실컷 하라는건가. 메르스 大창궐로 요 며칠부터 서울의 도로가 한산하다. 믿을 수 없게도. 그 많은 차를 어딘가에 쉬게 할 공간이 있단 말이야? 붉은 꼬리등이 끝없이 흐르는 서울의 도로는 마치 혈관같다고 늘 생각해왔다. 붉은 자동차가 끊임없이 이 도시 구석구석을 흐르고 흐르는게다. 이 도시가 생을 마칠때까지.  

 

여기가 이래 텅텅 빌수 있단 말이가. 도대체 아침마다 쓸데없이 차 끌고 나오는 놈들이 몇이라는거고. 하이고~

 

친구는 운전을 하며 눈 앞의 텅빈 도로를 믿지 못하는 듯, 연신 감탄인지 비탄인지 모를 말들을 내뱉는다. 출근시간을 20분이나 남겨 도착하는 바람에 까페에 들러 빈속에 유산균을 촤아 들이키고 잠시 노닥거렸다.

 

니 들어가봐야 되는거 아니라?

오분만!!

 

 

△ 별이 반짝

 

 

△ 둘 중 하나가 이별한지 얼마 안됐단다. 어쩐지 셋리스트가 죄다 눈물짜더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