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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날씨

웃을까 책 한권과 함께 공항가는 전철 안이다. 책을 물끄러미 들여다보고 있는데, 오른쪽에서 참지 못하고 터져나오는 웃음소리가 들린다. 흘끗 돌아보니 살이 통통 올라 볼이 빨갛게 터질듯한 - 그러니까 볼빨간 사춘기 - 사내아이 세명이 한손엔 자전거를 잡고서 웃고있다. 물 속에서 숨을 참다 참다 마침내 숨을 푸하! 하고 터트리는 것처럼. 어렸을 때, 아빠는 객지 생활로 자주 집을 비웠고 대부분의 저녁은 엄마, 나, 동생과 함께였다. 어느날 밤이었나. 밥상과 동생을 마주하고 앉았는데 어찌나 웃음이 나던지. 동생도 뭐가 그렇게 웃긴지 까르르 웃었다. 엄마가 엄한 얼굴로 '웃지마라!'하고 몇 차례 으름장을 놓았지만, 다들 알다시피 하지 말라고 하면 더 하게 되는 법. 하지 않으려해도 어쩔 수 없다. 밥과 함께 웃음을 꾹.. 더보기
달리기 도시의 사람들은 정말 잘 뛰며, 특히 지하철에서 빛을 발한다. 더보기
dddd 흩날리는 눈송이들 때문에 아침부터 하늘이 붐비는 날이다. 오늘이 춘분이랬는데 봄 춘春이 꽤나 무색하리만큼 겨울에 어울리는 날씨. 어지러이 흩날리는 눈송이만큼이나 땅은 출근하려는 사람들로 발디딜 틈이 없다. 아침마다 밀고 밀리고, 넘어지고 휘청거리고를 반복한다. 지하철에서 우- 하고 쏟아져나와 맹렬한 기세로 계단을 오르는 사람들 틈에 섞여 있노라면 '이렇게 살아도 괜찮은걸까?' 라는 의문에 이어 묘한 안도감이 든달까. '분명히 이렇게 살려던 건 아니었는데 다들 이렇게 사니까 나도 뭐 남들만큼은.' 이라는 생각. 오늘 아침도 출구로 향하는 계단을 꾸역꾸역 오르는데, 할머니가 계단 한가운데서서 전단지를 나눠주고 계셨다. 당신 생각으로는 입구에게 나눠주면 사람들이 잘 받지않으니, 아예 피할 곳 없는 빽빽한 계단.. 더보기
2018년 3월 11일 나름의 일요일 아침을 보내고 있는 중 아버지의 전화. / 견적서를 5페이지에서 12페이지로 하려면 우째야되노? 예전 출판사 근무 당시 '컴퓨터로 책 주문을 어떻게 하느냐'는 전화를 자주 받았었다. 컴퓨터 켜는 법도 모르는 분들을 붙들고 몇 차례나 반복 설명을 하노라면, 상대도 지치고 나도 지치고 무한한 허공에 대고 혼자 소리를 지르는 기분이었는데 아버지의 전화를 받을 때면 늘 그렇다. 뭐가 5페이지고 12페이지인지. 내 나름의 추측으로 설명을 몇 번 시도하다가 / 그냥 메일로 보내주세요. 해드릴게요. 했는데, 전화를 끊고나니 '메일에 첨부파일 넣을 줄 아시나?' 하는 생각이 든다. 아니나 다를까, 다시 아버지와의 전화가 몇 차례 오갔고 주말까지 컴퓨터 앞에 앉기를 한사코 거부하는 삶이지만 결국 노트북 앞.. 더보기
2018년 3월 5일 아끼던 우산을 누가 훔쳐갔다. 어른은 고작 이런걸로 우울해하면 안되는걸까. 내가 아이였다면 세상을 다 잃은 것만큼 슬펐을 일. 애써 마음을 추스르는 아침. ☔ 더보기
오래걷는 봄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