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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날씨

웃을까

책 한권과 함께 공항가는 전철 안이다. 책을 물끄러미 들여다보고 있는데, 오른쪽에서 참지 못하고 터져나오는 웃음소리가 들린다. 흘끗 돌아보니 살이 통통 올라 볼이 빨갛게 터질듯한 - 그러니까 볼빨간 사춘기 - 사내아이 세명이 한손엔 자전거를 잡고서 웃고있다. 물 속에서 숨을 참다 참다 마침내 숨을 푸하! 하고 터트리는 것처럼.

어렸을 때, 아빠는 객지 생활로 자주 집을 비웠고 대부분의 저녁은 엄마, 나, 동생과 함께였다. 어느날 밤이었나. 밥상과 동생을 마주하고 앉았는데 어찌나 웃음이 나던지. 동생도 뭐가 그렇게 웃긴지 까르르 웃었다. 엄마가 엄한 얼굴로 '웃지마라!'하고 몇 차례 으름장을 놓았지만, 다들 알다시피 하지 말라고 하면 더 하게 되는 법. 하지 않으려해도 어쩔 수 없다. 밥과 함께 웃음을 꾹꾹 씹어 삼키다가 결국 터져버렸는데, 엄마도 마침내 함께 웃고 말았던 밤.

깔깔깔 잘도 웃는 아이들을 보면 무엇이 그렇게 우스운지 묻고싶다. 아무 이유 없는걸 빤히 알면서도. 어른이 된 내가 아무 이유 없이 24시간 근엄한 표정인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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