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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날씨

2010년 10월 13일 : 찌뿌드드 '잠을 달게잤다' 고 구체적으로 감탄하며 일어난지가 벌써 2주가 지났다. 그뒤로는 줄곧 '잘게잤다'는 생각을 해본적이 없다. 2주전 수요일이었나. 정확히 12시 30분에 잠들어 6시 30분에 일어났으니 6시간을 잔 셈인데, 수면시간으로 치면 그리 많은 시간은 아니지만 꽤 집중도가 높은 수면이었다. 일어나자마자 잠의 질에 감탄하며 깨어나 어제 잠든 시각과 일어난 시각을 바로 체크해둘 정도였으니까. 나 이제부터 꼭 이때자고 이때 일어나야지! 하면서. 늘 피곤하다. 알람없이 살 사람이 나인지라, 늦은시각까지 잠자리에서 뒹굴거리지 않는다. '않는다'가 아니라 '못한다'. 술에 잔뜩 취하거나 피로에 쩔어있는 특별한 몇몇날을 제외하고는 몇시에 잠자리에 들건 잠에서 깨어나 시계를 보면 6시 23분, 혹은 6시 30.. 더보기
2010년 10월 7일 바쁘다는 것. 주위사람들에게 어쩌면 끔찍한 기분을 느끼게 하는건지도 몰라. 나도 한때 그랬던것처럼. 더보기
2010년 10월 3일 : 일요일, 화창한 햇살 삐리리리. 인터폰을 받아드니 옆집여자라며 다짜고짜 해댄다. 주차공간이 어쩌고 저쩌고. 내 집앞에 차를 댄다는데 왜 자네가 난리인가. 교양은 반찬과 함께 말아드셨나. 자꾸 똑같은 소리를 무식하게 반복하는 여자에게 모기소리로 '네.네' 라고 응수하다 그냥 인터폰을 살며시 내려놓았다. '어쩌라고 이년아!' 이소리가 내 입에서 3초후에 튀어나올 것 같아서. 더보기
2010년 9월 29일 나도 희열에 차서 출근하던 때가 있었지. 출근길. 지하에서 지상으로 오르는 계단을 향하며 이 한문장을 생각해내고는 적어두어야겠다 생각하던 찰나, 내 뒤에서 검은 그림자가 불쑥 뒤따라오다 무겁고 큰 소리로 '지각 아니예요?' 하며 나를 앞질러 빠르게 사라진다. '으오아아아아아아아아. 깜짝이야!' 엄마를 닮아 갑작스런 움직임에 유난히 깜짝깜짝 잘 놀라는 나는, 괴성비슷한 외마디 비명을 질렀다. 무겁고 큰 목소리의 주인공은 들어온지 얼마되지않은 신입 아르바이트로, 이틀전 내곁의 책상에서 휴지를 뽑아 안경으로 쓱쓱 닦는 중에 내가 '휴지로 닦으면 렌즈에 기스나요' 한마디 건넨게 전부다. 호탕하다는 표현이 썩 잘어울리는 그는, 어제도 벌레로 여직원 한명을 놀래킨걸 봐서 짓궂다 할수도 있겠지. 몇시간이 지나도 여.. 더보기
2010년 9월 27일 : 유약한 분홍 횡단보도 앞. 조그마한 단발머리 여자아이가 오도카니 서있다. 꽃처럼 환한 분홍을 입고서. 분홍. 이 세상에 내비치는 유약한 사랑. 아이는 작고 작아 하얗고 검은 횡단보도 사이로 빨려들어갈것만 같다. 하얗고 검은 사이로 스며드는 분홍. * 세상에 드러내는 유약함. 여자아이에게는 예외없이 분홍을 입힌다. 험하고 험한 세상(이라고들 한다)에서도 여자아이는 여전히 분홍이다. 여리고 어린 분홍. 강한 것은 파괴하고 싶지만, 내 앞에서 드러내놓고 고개를 숙이고 꼬리를 내리는 존재에게는 어쩌면 한없이 보드라운 것이 사람의 심리가 아니겠는가. 분홍의 여자아이. 세상이 각박해질수록, 험하고 험해질수록 아이를 감싼 분홍은 더없이 꽃같을터. 강하다. 찬란하게 드러나는 치부. 더보기
2010년 9월 25일 나를 처음만났을때 입었던 자켓을 보았다. 묘한 기분이 들었다. 빠르게 변해간다고 생각하지만, 어쩌면 나를 빼고 모든것은 여전하게 그대로인지도. 반년전에 처음보았던 자켓처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