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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날씨

2014년 10월 23일 : 하늘과 땅 사이에 △ 몸살로 하루 결근한 사이에 누가 검색엔진을 줌으로 바꿔놨다. 모든 문제가 여기서부터 시작됐다(고 굳게 믿는다.) 어제 정오께부터 회사에 인터넷이 되지 않았다. 팩스며 전화기, 프린터가 돌아가며 말썽을 일으키는 자그마한 회사기에 인터넷 문제쯤이야 몇 번 껐다 켜면 고쳐지려니 했건만 어제는 문제가 좀 커졌다. AS 기사는 하루가 지나야 올 수 있었고, 대표들은 난리가 났으며, 무엇보다 문제는 내가 한 순간에 (컴퓨터 앞에서) 꽤나 쓸모없는 인간이 되어버렸다는 거다. 컴퓨터가 없으니 회사에서 할 일이 없었다. 난감했다. 2년째 묵혀둔 서류뭉치를 뒤적이며 미뤄둔 정리를 시작하다가, 메모를 좀 끄적이다가, 한숨을 쉬다가, (컴퓨터 앞에서) 나의 쓸모없음을 자각하다가 탄식했다. 아아, 컴퓨터가 없어도 내 머릿 .. 더보기
2014년 10월 22일 : 어찌어찌하면 어찌할 수 있는 상황 △ 부드럽고 매콤하고 달큰한 생강라떼의 계절. 알람이 안 울렸다는 묘한 긴장감과 함께 눈을 뜨니 여덟시 삼십분. 출근은 아홉시까지. 그러나 아직까지 포기하긴 이르다. 집은 회사에서 비교적 가까운데다 이틀동안 퍼붓던 비는 새벽 세시쯤에 그친 걸 확인했고, 나에게는 자전거가 있다. 세수만 하고 적어도 오십분에 집을 나선다면 승산이 있다. 서둘러 세수를 하고, 어제 입고 아무렇게나 내팽겨쳐두었던 옷을 그대로 입고 핸드폰 배터리며, 혹시 몰라 샴푸와 수건을 챙기고, 신을 겨를이 없는 양말도 챙긴다. 이런 오십분이 넘었다. 허둥지둥 자전거에 몸을 싣고 달린다. 어찌어찌하면 어찌할 수 있는 상황. 최선을 다해 페달을 밟는다. 그리고 '어찌할 수 있는 상황은 사람을 쏟아붓게 만드는 구석이 있다'고 줄곧 생각한다. 희.. 더보기
2014년 10월 17일 : △ Grim Je 님의 사진 명징한 날들. 아침에 일어나면 생각보다 햇살은 너무 찡하고 차가운 공기는 쨍하다. 1년 중 가장 서늘하고 맑은 공기를 품은 날들이 아닐런지. 도시 생활자 주제에 감동스런 아침 공기의 곁이라도 비비고 들어앉고 싶다. 가슴은 서늘하고 머리는 맑다. 감동스런 아침시간을 되도록 많이 확보하는 것. 내 인생의 성공 척도. 더보기
2014년 10월 8일 : 이제는 떠나보내야 할 마음들 조금 전, 회사 마당을 잠깐 서성이는데 회사에 자주 오는 고양이 한마리가 담장에 다소곳이 앉아있다. 깜짝 놀랐지만 (까만 고양이라 더 자주 놀란다. 고양이를 별로 좋아하지 않기도 하고.) 짐짓 태연한 척을 하며 "너 거기서 뭐하냐?" 말을 건네니, 꽤 높은 담장인데도 폴짝 뛰어내려와서는 나에게 다가와 살그머니 등을 부비고 사라진다. "야, 너 그러다 떨어져!" 라는 바보같은 훈수도 잊지 않았다. 혼자만의 고요를 즐기다가 그래도 아는 얼굴이라고 수고스레 내려와 인사를 해주다니. 골목길 어귀나 회사 마당에서 나를 만나 몸을 부비려 할 때마다 왠지 좀 더러워보이고 세균이 옮을 것도 같아 멀리했었는데. 괜스레 미안해진다. '이런 기분도 나쁘지 않네.' 고양이를 생각하며 서있다가 회사 우편함에 광고지가 보여 치우.. 더보기
2014년 10월 6일 : 위안 △ 어제 까페 마감시간까지 붙들고 있었던 마스다 미리의 생활을 쪼개쓰는 방식은 비슷한 것 같지만, 확실히 마음 한 켠에 빈 공간이 생겼습니다. 요즘 부쩍, 그래도 뭔가를 끄적이거나 끄적이려 하는 걸 보면요. 빈 공간에 앞날에 대한 걱정이 가득차기도 하고, '에라 모르겠다' 싶은 마음이 가득 차기도 하고 그래요. 퇴사를 3주쯤 앞두고 있습니다. 여태 별 생각 없다가 오늘 문득 다이어리를 뒤적이는데 ↘ 이렇게 첫째주에서 둘째주로 슬그머니 줄바꾸기를 하고 있는거예요. 보통 한 달이 넉 주니까. 어머나 깜짝이야 싶다가도 금새 '아 양갱 먹고싶어. 단팥죽 또 먹고 싶어.' 로 뒤바뀌긴 했지만요. 나쁜 버릇이라면 나쁜 버릇이 다시금 나오고 있어요. 개천절에 무슨 컴퓨터를 열시간 동안이나 켜놓고 하루종일 한번도 안쉬.. 더보기
2014년 10월 5일 : 가지마 △ 한밤의 단팥죽. 여유도, 의욕도 생기면 '어디 한번 글이나 써볼까' 싶은 날이 있습니다. (흔하진 않지만!) 몸 안에 그 날의 생각과 감각들이 간질간질 살아있어서 이걸 얼른 뱉어내고 싶은데, 뱉어서 오래오래 보고 싶은데 그토록 간질거리는 날이면 어김없이 노트북이 말을 듣지 않아요. 인터넷이 안된다거나, 키보드 입력이 안된다거나. 하루 묵혀 차게 먹는 카레는 맛있다고 하지만, 하루 묵힌 생각과 감각들은 자는동안 옅어지고 때로는 잃어버리기도 해서 여간 안타까운게 아니네요. 어제도 그런 날 중의 하나였는데, 아쉽게도 키보드만 벅벅 두드리다 겨우 한 줄 쓰고 끝나버렸다는. 어제 겨우 한 줄 쓴 문장은 일요일. 아침 일찍 일어나 (원래 잠이 별로 없어요. 인생에서 늦잠을 잔 날은 손에 꼽을 정도. '늘어지게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