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드럽고 매콤하고 달큰한 생강라떼의 계절.
알람이 안 울렸다는 묘한 긴장감과 함께 눈을 뜨니 여덟시 삼십분. 출근은 아홉시까지. 그러나 아직까지 포기하긴 이르다. 집은 회사에서 비교적 가까운데다 이틀동안 퍼붓던 비는 새벽 세시쯤에 그친 걸 확인했고, 나에게는 자전거가 있다. 세수만 하고 적어도 오십분에 집을 나선다면 승산이 있다. 서둘러 세수를 하고, 어제 입고 아무렇게나 내팽겨쳐두었던 옷을 그대로 입고 핸드폰 배터리며, 혹시 몰라 샴푸와 수건을 챙기고, 신을 겨를이 없는 양말도 챙긴다. 이런 오십분이 넘었다. 허둥지둥 자전거에 몸을 싣고 달린다.
어찌어찌하면 어찌할 수 있는 상황. 최선을 다해 페달을 밟는다. 그리고 '어찌할 수 있는 상황은 사람을 쏟아붓게 만드는 구석이 있다'고 줄곧 생각한다. 희망과 절망이 애매한 비율로 뒤섞인 상황. 프림 2, 설탕 1 처럼 최상의 결과를 위한 황금비율이 정확히 정해져있으면 좋겠지만, 어찌어찌하면 어찌할 수 있는 상황은 끝까지 최선을 다해봐야 그제서야 희망과 절망의 애매한 비율을 가늠할 수 있다.
최선을 다해도 희망하거나 절망할 수 있는 상황. 그러나 절망의 결과 앞에서는 최선을 다하지 않은 자신을 다그칠 수 밖에 없는 상황. 희망의 결과 앞에서도 '그저 운이 좋았어.'라며 최선의 결과를 나 아닌 누군가에게 의탁할 수 밖에 없는 상황. 어찌어찌하면 어찌할 수 있는 상황.
* '운이 좋아' 지각을 면했다. 최선을 다해 페달을 밟아준 나에게 1등 출근의 공을 함께 돌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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