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머리 썸네일형 리스트형 초록 속을 걷는 이 안온한 기쁨. 오늘 몇년만에 D고에 다녀왔다. 억지춘향 격으로 마지못해 간 것이지만 버스에서 내리니 내 앞에 눈부신 초록이 펼쳐져 있었다. 와아. D고의 담장 너머로 펼쳐진 초록들이었는데, 담장을 따라 걸으면서-나중에 반대편으로 걷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지만 초록을 한번 더 끼고 걸을 수 있다는 생각에 하나도 짜증나지 않았다-오랜만에 지극히 충만한 기쁨을 맛보았던 것 같다. 바람이 싸아싸아 불고 초록들도 싸아싸아 부대끼고 내 머리칼도 햇살 속에서 부드럽게 흩날리던 그 잠깐. 축복받은 D고의 학생들. 초록이 인간이 살아가는데 있어 얼마나 큰 위안과 기쁨이 되는지 한해한해 자랄수록 좀 더 절실하게 알아가고 있다. 아아 초록! 더보기 사랑하는 사람이 되세요 최관장님. 당신 마음 잘 알아요. 사랑하는 이에게 주려고 어렵게 준비한 선물을 집어던질때의 그 마음. 당신이 집어던지기 3초전에 생각했어요. '아마 집어 던질거야. 그럴 수 밖에 없을거야.' 누군가를 사랑하는 내 마음을 내 손으로 집어던질 수 밖에 없는, 집어던진다 는 행위의 표현을 위해 당신의 얼마나 많은 것들이 껍질을 깨부수고 나와야 했는가를 알아요. 사랑. 진정한 사랑은 깨어지는 법이 없다고 하지요. 상대방에게 기대를 하지 않기 때문이라나요. 누군가는 이렇게 말하기도 했습니다. '우리는 사랑으로 사는 것이 아니라, 사랑하기 위해서 산다' 그래요. 내 사랑은 어립니다. 내가 쏟는 사랑에 이자가 가득 붙어서 되돌아 왔으면 좋겠어요. 그렇다면 나는 너무나 행복하겠지만, 사실 나는 그렇게 욕심많은 사람은.. 더보기 말을 건 그 다음은, 오랜만에 빨간책을 펼쳐들었다. 사전적으로 빨간책이니 오해는 말길. 겉표지가 아주 근사하다. 상징적 빨간책의 의미도 갖고있긴 하지만 밝고 경쾌한 빨강이라 감히 '빨강'의 범주에 끼우기도 머쓱한 귀여운 빨강. 사실 이 작가의 책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는데-뭐 고상한 인격이라고, 나는 귀여운 빨강의 냄새조차 경멸하며 싫어했던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책을 샀던 이유는 양지바른 빨강의 냄새가 너무 매혹적이었거든. 그리고 작가의 깊이있는 사고와 센스. 그래. 그냥 나도 빨강이 좋았던거야. 고상한척 해서 미안해-어젯밤 무렵부터 몹시 읽고 싶어서 오늘은 결국 책상자를 다 뒤집어서 찾아냈다. 오. 내 안에 존재하던 거부감과 경멸은 어디가고 호감과 찬탄마저 끓어오르는 걸 보면 나도 꽤 많이 변했나보군. 좋은 의미.. 더보기 어이 자네, 다섯개만 읊어보게! 날이 무척이나 흐리다. '우리가 이렇게 흥청망청 자원을 낭비하고 지구를 훼손하다가는 언젠가 지구가 멸망할거예요' 라는, 초등학교때부터 귀가 빠지게 들어서 이제는 와닿지도 않는 값싼 진리가 눈앞에서 펼쳐지는 날들. 엄마가 집을 나서면서 짜증을 냈다. '날이 왜이래 춥노!' 지남이는 또 저 나름대로 짜증을 냈다. 알바를 구했는데, 편하긴 하지만 돈을 많이 주지 않는다는 이유. 나는 짜증내는 사람들을 보며 짜증이 난다. 물끄러미 생각해보기를, 만약에 오늘이 4월의 끝자락 '답게' 화창하고 맑고 바람이 잔잔하고 하늘에 예쁜 구름이 떠있는 날씨였다면, 엄마는 감사를 했을까? 아마 아닐것이다. 지남이는 저의 입맛대로 돈도 많이주고, 일도 편한 속칭 '꿀빠는' 알바를 구했다면 감사를 했을까? 많은 불행. 많은 부정.. 더보기 오늘 아침의 교훈 줄이 꼬인 목걸이를 풀면서 또 하나 배운다. 이 목걸이는 사자마자 줄이 꼬여버려서 한번도 해보지 못하고 서랍속에 넣어뒀던 것인데, 아마 구입한지 3년도 훨씬 지났을테다. 난 평소에 꼼꼼하지 못해서, 그리고 진득하게 하나에 매달리지 못해서-라고 늘 생각했다-꼬인 줄은 잘라버리고, 그도 안되면 버린다. 3년동안 몇차례 줄을 풀어보려고 시작은 했지만, 짜증을 내면서 버리지 못하고 결국엔 다시 넣어두기의 반복. 오랜만에 다시 꺼내보니 손쓸수도 없을만큼 더 심하게 꼬여있어서 바로 쓰레기통으로 보낼까 생각을 하다가, 한번도 목에 걸어보지 못하고 버리는건 너무 아까운 것 같아서 마지막으로 마음먹고 풀어보기로 다짐을 했다. 왠걸. 하고자하는 마음과 시간을 들이면, 아무리 못한다고 생각하는 일도 결국엔 다 해낼 수 있.. 더보기 진리는 단물빠진 껌처럼 2. * 끊임없이 메세지를 받고 있다. '너 자신을 찾아라.' 나는 꽤 오랜시간, 그리고 지난 몇달간은 극도로 짜증이 치밀었던 것 같다. 내 자신이 누군지 몰라서. 그리고 살면서 결국은 해내야만하는 이 과제의 무게에 대해서. 내가 짜증이 치밀수밖에 없었던 것은 나는 늘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었고, 또 죽을때까지 그러고 싶었기 때문이다. 내 자신이 누군지 모른다고, 난 그걸 결코 알수없다고 잡아떼는 나에게 누군가가 친절하게 알려주었다. '당신이 자아를 찾게 된다면, 더이상 자아를 찾으라는 메세지는 없겠지요.' * 다들 거꾸로 가고 있다. 거꾸로 가고 있는걸 아는데, 알면서도 그 흐름을 거스를 용기는 없다. 엄마에게 웃으면서 말했다. '엄마. 참 이상하지? 다들 거꾸로 가는데, 거꾸로 가는걸 알면서도 나도 그럴수.. 더보기 이전 1 ··· 83 84 85 86 87 88 89 ··· 96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