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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머리

어이 자네, 다섯개만 읊어보게!

날이 무척이나 흐리다. '우리가 이렇게 흥청망청 자원을 낭비하고 지구를 훼손하다가는 언젠가 지구가 멸망할거예요' 라는, 초등학교때부터 귀가 빠지게 들어서 이제는 와닿지도 않는 값싼 진리가 눈앞에서 펼쳐지는 날들.

엄마가 집을 나서면서 짜증을 냈다. '날이 왜이래 춥노!' 지남이는 또 저 나름대로 짜증을 냈다. 알바를 구했는데, 편하긴 하지만 돈을 많이 주지 않는다는 이유. 나는 짜증내는 사람들을 보며 짜증이 난다. 물끄러미 생각해보기를, 만약에 오늘이 4월의 끝자락 '답게' 화창하고 맑고 바람이 잔잔하고 하늘에 예쁜 구름이 떠있는 날씨였다면, 엄마는 감사를 했을까? 아마 아닐것이다. 지남이는 저의 입맛대로 돈도 많이주고, 일도 편한 속칭 '꿀빠는' 알바를 구했다면 감사를 했을까?

많은 불행. 많은 부정적인 감정은 비교에서 온다. 오늘의 날씨가 맘에 들지 않는 이유는 '4월의 날씨는 이러이러해야한다'는 자신만의 기준-대부분 과거의 경험을 토대로 만들어진-을 마음속에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냥 4월은 4월이고, 오늘은 오늘이고 오늘 날씨는 춥고 바람이 많이 불고 쌀쌀할뿐인데 사람들은 그 사실을 가지고 불행할 백가지 이유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비교는 무섭다. 하면 할수록 종착역은 멀어진다. 비교의 최정점에 서있는 자는 누구일까. 우리는 누구를, 무엇을 기준으로 비교를 하는가. 과연 최정점의 절대치라는 값은 존재하는 것일까. 아니. 결코.

현자들은 늘 '순간에 살라'는 말을 한다. 아직 관념으로, 책속의 문자로 밖에 이해하지 못했다. 결코 한순간도 실천에 옮기지 못하고 끙끙거리며 안고 산다. 나라는 사람은 아직도 게으르다. 시간이 많이 남았다는 핑계를 대고 싶어한다.

한 친구가 밤늦게 나에게 전화가 와서, 허비해버린 여섯시간의 고충을 설명하면서 짜증을 냈다. 나는 그에게 말해주길 '여섯시간동안 짜증난 건 어쩔수 없지만, 니가 그 여섯시간의 짜증을 지금까지 끌고와서 일곱시간, 여덟시간으로 연장하면 니 손해다' 라고 말해주었다. (물론 나는 아직도 여섯시간의 짜증을 일주일, 일곱달만큼 질질 끌수있는 사람이다.)

굉장히 명쾌하고 간결해서, 그 자체로 삶을 담백하게 만들어주는 글귀를 읽은 적이 있는데 아직도 마음에 많이 남는다. 그녀가 말하기를 '내가 지금 할 일은 차를 마시는 것이고, 장미꽃이 지금 할 일은 피어나는 것입니다.' 정확히 기억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여태껏 살면서 얻은 어떤 진리보다도 맑아서 눈물이 글썽.

화단에 피어난 꽃들을 보며 생각한다. 감감한가 싶더니, 어두운 방에 불을 탁 켜는 양 어느날 눈부시게 피어났다. 꽃이라는 존재는 활짝 피어나서 제 몫의 순간을 살아가고 있다. 매일 나에게 아름답고 아름다운 의미를 일깨운다.

순간에 살기. 매일의 수양이 일생을 그리고 인생을 만든다. 쉬운 듯 하면서도 잡히지 않을 관념처럼 여겨지기에 쉽사리 포기해버리기가 쉬운데, 요즘 내가 하고 있는 운동을 이 글을 읽게될 몇몇 사람들도 해보셨으면 좋겠다. 바로 '지금 이 순간에 감사할 다섯가지 일은?' 이라고 자문 하는 것. 내가 만들어낸 운동이 아니고, 꽤 훌륭한 여러책에서 공통적으로 강조하고 있는 부분이니 효과는 믿어도 될 것 같다.

짜증이 나면 짜증에 휘둘리지 말고 반사적으로 '지금 이순간 감사한 다섯가지!' 라고 마음속으로 외칠 수 있는 사람. 나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좀 더 맑고 근사한 사람이 되고 싶다.


지금 이 순간 감사한 다섯가지

1. 글을 쓰고 있고, 이렇게 글을 쓸수있는 기기와 공간이 있어서 행복하다.
2. 오늘같이 흐린날 마실만한 좋은 차가 있어서 행복하다.
3. 떠올리면 기분좋은 사람이 있어서 행복하다.
4. 의욕을 잃었던 내 마음이, 다시 용기를 내고 있어서 내 스스로에게 감사하고 행복하다.
5. 밖은 몹시 춥지만, 추위를 피할 수 있는 아늑한 공간이 있어서 행복하다.


* 역시 난 글쓰는 일이 행복한걸까. 누구나 할 수 있지만, 누구든지 하지는 않는다. 미니홈피나 블로그라는 공간을 통해서 꾸준히(거의 매일매일) 글을 써왔던 것 같은데, 가벼운 끄적임이든 잡설이든 간에 뭔가를 노력없이 즐겁고 꾸준히 할 수 있다는 것은 굉장히 멋진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지금 곰곰 생각해보건데, 글을 쓰는 일은 행복하다. 정말로 나를 행복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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