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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얼마나 여전한 인간인지 한가위다. 나와 동갑내기 남자아이의 '한가의 잘보내렴' 이라는 문자에 피식. 밖에는 비가 철철내리다 좀전에 막 그치었고, TV에서는 명절마다 반복하는 천곡 노래자랑이나 내고장 탐방따위의 프로그램이 나온다. 의문이다. 정말 재미없는 저런 프로그램들이 명절마다 꾸준히 방영되고 있으니. 과연 인기가 있는 모양이기도 한가보다. 나는 오늘도 여전히 나의 지난날들과 마찬가지로 음악을 크게 틀어놓는다. 어제 잔뜩 어지럽혀놓은 방을 치워야지. 어제는 오랜만에 잔뜩 어지럽혔거든. 카라멜을 있는대로 다 까먹고 마른 빨래를 개키지도 않고 어지러이 쌓아놓았다. 머리카락도 한몫했을터. 나의 방은 다락으로 통한다. 방 한켠에는 나무로 된 문이 하나 있고, 문을 열면 하늘로 향하는 간이 계단-계단이라고 하기에도 머쓱한-이 있다... 더보기
  기억나? 너랑 나랑 하얀 눈이 덮인 산에 갔을 때. 더보기
요즘 그 아이 생각을 많이 한다 '요즘 그 아이 생각을 많이 한다.' 이 한문장이 머릿속에서 맴맴 떠나지 않는다. 나는 이 문장으로 시작되는 글을 한편 적어야겠다고 생각한다. 어쩌면 계속 미뤄오던 일인지도 모른다. 그 아이에 대해서 쓰는 것. 요즘 그 아이 생각을 많이 한다. 사무치게 그립다거나 떠올리면 가슴아프다거나 하는 그런 종류의 것은 아니고, 그냥 그 아이가 자꾸 생각이 난다. 안부 정도라고 해두자. 요새 어떻게 지내는지, 무얼하며 지내는지, 원하던 것은 이루어 가고있는지... 한번쯤은 스칠법도 한데, 우연히 마주칠법도 한데 그 아이는 그뒤로 한번도 내눈에 나타나지 않았다. 어쩌면 그는 나를 한번쯤 멀찍이서 보았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그러하진 않았을 것이다. 일전에 홀로 연애에 대한 잡상을 끄적이면서 '연애란 누군가.. 더보기
난 빵 싫어합니다 나는 빵을 싫어한다. 정확히는 빵으로 끼니 때우기를 싫어한다. 스무살 무렵에는 과자, 빵만으로도 몇끼 혹은 며칠을 너끈히 버텨냈는데, 한해한해 시간이 갈수록 빵으로 끼니 때우기가 그렇게나 싫더라. 으레 그러하듯, 나도 입맛이 변하는 줄로만 알았다. 마지못해 스파게티를 포크로 어설프게 감아 넣으며 '나는 밥 먹어야 되는데' 볼멘소리를 하는 나이들처럼. 그런데, 오늘 시간에 쫓겨 편의점에서 급하게 빵을 사 엘리베이터에 서서 우겨넣는데 문득 서글픈 생각이 드는거다. 슬픈거다. 아...내가 이래서 빵을 싫어하는구나. 빵이 싫은게 아니고, 빵 먹는 정황이 싫었던 거구나. 빵먹는 정황. 그러고보면 빵으로 끼니를 때울때는 시간에 쫓겨 바쁘거나, 아니면 같이 밥 먹을 사람이 없거나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으니까. 바쁘.. 더보기
들키고 싶어요, 나만의 취향 취향. 개인의 취향. 개인의 취향이라는건 지극히 가까운 타인만이 알수있는 나만의 은밀한 이야기같지만, 개인과 개인간의 관계가 각박한 현대사회에서 의외로 타인의 취향을 더 잘 발견할 수 있을지도. 지하철 이야말로 개인의 모든 취향을 한데 응축시켜 놓은 장소가 아닐까 한다. 취향종합세트쯤 되려나. 엊저녁 퇴근길. 내 왼쪽의 음악적 인간은 심하게 리듬을 타며 온몸을 들썩들썩들썩이고, 나와 같은 문자적 인간은 가방에서 조용히 펜을 꺼내 무언가를 끄적이며 간간이 고개를 끄덕인다. 아무도 궁금해하지 않는 타인의 취향. 그러나 각자는 끊임없이 드러내고 있다. -이름모를 당신에게.- '난 이걸 좋아해' 하고. 더보기
여름소리 귀가 쨍! 한 매미소리- 소나기처럼 쏟아지는-. 그 속을 걷고 있으면 시원한 그 소리가 내게로 후둑후둑 쏟아져 내린다. 온몸 흠뻑 소리비를 맞으며 나는 아아 여름이구나, 하고 그제사 잊고 지내던 계절을 상기한다. 여름. 내가 지금 살고 있는 아름다운 절기. -2010년 8월 5일 木 09:18 오후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