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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시작하며 회사에서 죽이 잘맞는 동갑내기 동료 하나와 웹툰을 시작해보기로 했다. 컨셉과 제목, 스토리라인은 내가 쓰고 그림은 그가 담당하기로. 소박하고 선이 좋다. 좋은 글같은 느낌의 그림이다. 어떤 이의 차마 몰랐던 아름다운 면면을 이런 식으로 우연히 발견하게 되면, 한편으론 참 슬퍼진다. 각자의 천재성을 거대한 시스템 안에 그저 구겨넣고 있구나, 싶어서. 국내 굴지의 대기업을 현재에도 성실히 다니고 있는 과거의 남자친구가 이런 말을 했었다. /나는 할 줄 아는게 없어서 회사 다니는 걸 제일 잘 할 수 있어. 회사원 - 물론 저 역시 회사원이고요 - 을 결코 폄하하는 건 아니지만, 회사에 다니는 동안의 개개인이 지닌 섬세한 많은 것들이 구겨진다. 시스템을 굴러가게 하는 것은 섬세함이 아닌 세심함이니까. 자료를 세.. 더보기
세상에서 가장 쓸데없는 것 마니또님 선물포장 중에 잠깐 쓴다. * 작년에 연희동 주민들과 만원 예산에 맞춰 크리스마스 선물 교환을 했었는데, 꽤 재미도 있고 마음에 오래 남았다. 그런 소소한 선물 교환을 즐기는 모임이 많은지, 우연히 다른 모임의 선물 증정에 관한 이야기를 듣게 됐는데 너무나 웃겨서 공유. 선물의 주제는 '세상에서 가장 쓸데없는 것'. 만원 예산에 맞춰 세상 가장 쓸데없는 것 찾기가 녹록치 않겠다마는 그 모임의 한 사람이 '청사초롱'을 받았다고 한다. 거리에서 선물받은 청사초롱을 들고 우두커니 서있는 사진을 보니 눈물이 찔끔! 더보기
퇴사하는 꿈을 자꾸 꿉니다 추워요. 추운 겨울입니다. 오늘 낮에 문득, 하얼빈에서 유학하던 시절이 떠올라 그곳의 기온을 찾아보니 영하 20도쯤 되더군요. 어느 날에는 영하 30도를 밑돌기도 했었는데, 그 추운 날들을 어떻게 맨살에 얇은 청바지 한 장 달랑 입고 휘적휘적 통과했는지 모를 일입니다. 몸보다 마음의 온도가 더 낮아 몸의 추위에는 별달리 신경쓰이지 않았나 싶기도 하고요. 요즘 퇴사하는 꿈을 자주 꿉니다. 올해 생일을 맞아 입사한 회사는 이제 1년쯤 되어가니 적응할만큼 적응했고, 사람들과의 관계도 무난한 편인데 자꾸만 퇴사하는 꿈을 꿉니다. 꿈이 무의식의 반영이라면, 내 무의식이 열렬하게 퇴사를 부르짖고 있다는 뜻이겠지요. 퇴사. 퇴사 후엔 무엇을 할까. 입사를 하겠지요. 태어나면서부터 회사원이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지만,.. 더보기
잘못 살고 있는 것 같다 같다,가 이다,이면 안되는데. 더보기
오늘도 열심히 우리 가족 중 가장 뒤늦게, 그러니까 카톡이라는 것을 쓰기 시작한지 불과 반년이 채 되지 않은 - 내년 3월, 카카오톡은 출시 8주년을 앞두고 있다- 아버지의 카카오톡 알림말은 '오늘도 열심히'다. 프로필에는 카카오톡과 출생년도를 같이 하는 오래된 가족 사진이 줄곧 걸려있었다. 줄곧, 이라고 해봤자 채 몇 개월 되지 않지만. 가족사진과 '오늘도 열심히'라는 알림말은, 생을 마칠 때까지 가족을 위해 복무해야만 하는 가장의 무게를 슬그머니 대변하는 것 같아서 볼 때마다 마음이 좋지 않았다. 태생이 일중독인 게자리의 성향도 톡톡히 한 몫 했겠지. 두어달 전, 추석을 겸해 고향집에 내려간 김에 아버지의 프로필을 독사진으로 바꿨다. 오늘 문득, 모니터를 들여다보다가 아버지의 '오늘도 열심히'를 물끄러미 바라본다... 더보기
그으럼! 이번달엔 꼭 운동을 빼먹지 말아야지! 다짐에 다짐을 거듭하지만, 해가 뉘엿뉘엿 빌딩숲 뒤로 넘어가는 때면 그토록 강했던 나의 의지도 슬그머니 수그러든다. 이 추운 날씨에, 한번 집에 들어가면 다시는 나오지 않을 것을 누구보다 잘 알면서도 '집에 들어가서 가방만 두고 나올거야!' 라는 핑계를 대고, 집에 들어가서 가방을 벗어제끼고 나면 이불 속으로 - 나갈거라면서 온수매트는 왜 켜니? - 슥 기어들어가 '30분만 누워있을거야!' 라는 핑계를 또 댄다. 이런저런 핑계를 대지마, 입장 바꿔 생각을 해봐. 니가 지금 나라면 넌 웃을 수 있니. 무려 25년전 노래를 흥얼거려보며, 나도 모르게 가사 앞부분을 '이런저런'으로 바꿔 불렀다는 걸 깨닫고, 잠을 청하련다. 나의 주제가다. 주제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