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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작 동대구역에서 우리집을 가는 길목에 할머니집이 있다. 들러볼까, 싶다가도 번번이 귀찮음을 이기지 못하고 곧장 집으로 향했던 날들. 나는 늘 어떤 행동을 할 때 그 행동에 뒤따르는 손실까지 계산에 넣고 감내하는 편이다. 그렇지만 마음과 발걸음을 아낀 행동의 결과는 너무 가혹한 듯 하다. 할머니에게 필요한 건 고작의 마음과 발걸음이었기에. 더보기
사과 내가 생각하는 어른은 사과를 해야할 땐 사과를 하고, 사과를 받아야할 땐 사과를 요구할 줄 아는 사람. 더보기
끝이 가까워서야 끝을 아쉬워하네. 할머니는 어떤 사람일까. 어떤 사람이었을까. 어떤 사람이고 싶어 했을까. 엄마의 엄마가 아프다. 엄마는 아픈 엄마의 엄마를 보면서 아파한다. 나는 그런 엄마를 보면서 아프다. 엄마와 자식은 애당초 '아픔'으로 연결된 사이다. 시작부터가 몸을 찢는 고통과 함께이고 (둘 중 누가 먼저이든) 상대의 마음을 찢으면서 끝이 난다. 아니, 몸을 찢기 전에 이미 시작되었고 마음을 찢고 나서도 끝나지 않으니 어쩌면 시작도 끝도 없는 사이일 수도 있겠지. 할머니는 부산의 어느 병원에 마른 귤처럼 놓여있다. 물기가 하나도 없고 쪼글쪼글해진 몸으로 오도카니 누워서 잠만 잔다. 자식들을 아무도 못 알아보는데 희한하게 엄마만 알아본다고 들었다. '경이 왔나?' 하고. 엄마는 이 이야기를 하면서 엉엉 울었지. 몸을 찢어본 사람들.. 더보기
여전히 그런 나였으면. 사촌 동생이 나를 만나러 서울에 왔다. 각자의 시간을 살아가는 동안, 접점이라고는 끽해야 1년에 몇 번 있는 명절이고 그나마도 내가 제대로 간 적이 없으니 몇 년만에 한 번 정도 얼굴만 본 사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끔 핸드폰 메시지로 안부를 물어오는 살가운 동생의 '누나보러 갈게' 라는 그 말이 빈 말이라고 철썩같이 믿고 있다가, 정말로 이번 주말에 나를 보러 온다기에 부랴부랴 녀석이 좋아할만한 공연을 예매하고 식당 몇 곳을 찾아보았다. 자, 와라. 어색하면 어쩌지- 라는 염려가 없던 것은 아니었는데 이 녀석, 굉장히 편했다. 나이 들수록 외삼촌 똑 닮아 서글서글한 눈매하며 싹싹한 성격에 걸죽해진 입담까지. 같이 밥을 먹고, 웃고, 지하철을 타고, 이야기 나누며 시간을 보냈다. 아마 점심을 먹고 공연.. 더보기
허리 업! 구부정한 허리를 쫙! 펴봐요. 더보기
얼음 틀 안에 오래 살았던 물은 비로소 밖으로 나와도 당분간 얼음. 충분한 햇빛과 시간이 필요해. 괜찮아.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