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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를 줄게 우주를 줄게. * 어떤 이와 이야기를 하다보면 문득 우주에 가닿는 순간이 있다. 아무런 생각도, 판단도 들지 않고 온몸이 가볍게 붕 뜨는 진공의 상태. 달리 표현할 길이 없어 나는 그 순간을 '우주'라고 표현하는데, 그 우주가 대화의 중간에 문득 찾아오는 일이 가끔 있다. 진심과 진심이 완벽하게 통한, 그 찰나의 순간. 매순간이 우주일 순 없지만 우주를 만나기 위해 나는 이야기를 나눌 때, 최대한 상대의 눈을 바라보고 귀를 기울여 들으려한다. 내 맞은편의 사람이 내게 우주를 줄 수 있는 사람이기에. 나 역시 당신에게 우주를 줄 수 있는 사람이기에. 더보기
가능성의 안부 사박사박, 발끝에 닿는 낙엽소리가 귓가를 부드럽게 건드리는 계절입니다. 좋은 주말 보내셨나요? 저는 어제 남자친구와 영화 를 보고, 그가 어릴 때 살았던 동네를 탐방했어요. 북적북적 뭔가가 있는 동네가 아니라 조금 지루한 감은 있었지만, 반짝이는 눈동자로 눈에 보이지 않는 무언가를 물끄러미 응시하면서 '여기는 뭐가 있었고, 여기는 어땠어. 여기는 이렇게 변했네.' 하고 지나간 시간을 더듬거리는 그의 목소리가, 그 순간에 함께 머물러 있음이 퍽 인상적이었습니다. 우리의 발걸음이 처음 닿은 곳은 새파란, 더 정확하게 말하면 시퍼런 건물 앞이었습니다. 스머프의 피부보다도 더 시퍼런 건물 한 채가 떡하고 서 있길래 '오! 저 건물 좀 봐!' 하고 말했더니 그가 담담한 목소리로 대담했어요. '여기가 우리집이었어... 더보기
피부 성형 비만 퇴근길 붐비는 만원버스 안. 운좋게 자리 하나가 나서 창문에 코를 박고 바깥을 바라보는데 (동네가 동네인지라) 온통 성형외과 천지다. 그 중에 유독 들어오는 간판 하나. '피부 성형 비만' 바꿔말하면 '피부 얼굴 몸' 너의 피부는 희고 매끄럽지 못하고 얼굴은 아름답지 못하고 몸은 풍만하면서 날씬하지 못하다는 뜻. 나의 피부를, 얼굴을, 몸을 사랑하지 않으면 도대체 나에게 사랑할 구석이란 어디에 있단 말일까나. 당신이 사랑받을만한 자격이 충분한 사람임을 알려주기보다, 사랑받지못할 것이라는 두려움을 심어주기 위해 두 눈을 시뻘겋게 뜨고 있는 간판들. 더보기
용기 내가 가장 슬펐을 때는 오르지 않을 용기도 없고 오를 용기도 없다고 느꼈을 때. 더보기
마음을 아끼지 않는 연습 문득 편지가 쓰고 싶을 때, 그 마음이 달아나버리기 전에 후딱 카드를 꺼내어 한 줄 적습니다. 더보기
한마디 아침을 빼앗긴 사람들이 두서없이 밀려드는 출근길 지하철. 한 남자가 입구로 들이치는 사람들 때문에 곁에 선 아이 쪽으로 밀려나며 다정하게 말한다. "나도 이러고 싶어서 이러는 거 아니야." 빤히 아는 사실인데도 그 말 덕에 괜히 코끝이 간질거렸다. 이름 모를 사람들과 수없이 밀고 밀려나기를 반복하는 동안, 어쩌면 내가 가장 듣고 싶고 하고 싶던 말 아니었을까. 나도 이러고 싶은 거 아니라고. 그렇지만, 그러니, 그래서 미안하다고.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