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발행

냉장고를 부탁해 : 맑은국의 여왕 △ 부탁도 안했는데 아침부터 혼자서 프로그램 찍은 느낌. 간밤에 주인도 없는 빈 집을 술취해 들어가 잘 빌려쓰고는, 침대를 정리하고 물을 끓여 식히고 오늘의 일정을 미리 정리하면서 친구에게 나가겠다 전화하려는 찰나. 안내방송이 울려퍼진다. '오늘 소독 있습니다. 각 가구는 문을 열어주세요' 그래? 집도 잘 빌려썼는데, 소독이라도 해놓고 가야되지 않겠느냐 싶어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어디야? 오늘 소독있나본데. 내가 이거 기다렸다가 싸인하고 갈게. 참. 나 티셔츠 하나만 빌리자. 어제 입었던 옷에 왠 술냄새가 진동을 한다야' 친구가 마침 올라오는 길이라며 30분내로 도착을 한단다. 그럼 기다리지 뭐. 슬슬 점심때가 다가오기도 하고, 새벽부터 대구에서 올라오는 친구가 몹시 시장할 것 같아서 기다리는동안 .. 더보기
총량의 법칙 : 읽기와 쓰기에 관하여 △ 둘의 공통점. 맛있다. '지랄총량의 법칙'을 비롯, 갖가지 유명한 총량의 법칙을 굳이 논하지 않더라도 삶의 어느 품목에 관해서는 분명히 총량이 정해져 있는 것 같다. 요즘 몸으로 느끼는 어떤 품목은 바로 읽기와 쓰기. 오늘로 '한 주에 책 두 권 읽고 또 쓰기' 2주차에 접어들었다. 운 좋게도 1주차에서 읽은 의 서평을 저자분이 보시고, 새로 펴낸 책을 싸인과 함께 보내주시기로 한 이상! 나의 독서는 영원히 계속되지는 못하더라도 당분간은 계속 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일주일에 두 권, 그러니까 삼일에 한 권은 읽고 또 써야한다는 묵직한 부담감을 가슴에 안으면서 나의 큰 줄기 두 가닥이 색을 달리하고 있다. 바로 읽기와 쓰기에 관한 것. 책을 읽어야하니 자연히 그 마약같던 웹툰을 끊게됐다. (얼마갈지는 .. 더보기
존슨 효과 (부제 : 친구야, 이빨은 괜찮은거니) △ 메르스에 좋다는 파인애플을 사왔는데, 왜 먹질 못하니. 먹질 못해. 김첨지 아저씨가 생각난다. * '왜 이렇게 안 도와주냐' 퇴근하고 한숨이 푸우욱. 딱 한대만 태우고 싶은 하늘. The love게도 예쁘네. 한평생 어떻게 지켜온 청정 폐인데 한낱 감정에 휩쓸려 옥체에 해를 가할쏘냐 싶지만 - 노 니코틴, 노 카페인, 예스 오예스 - 오늘같은 날은 행인1 담배연기라도 좀 맡고싶다 진짜. '비밀번호 알려줄테니까 집에 가 있어.' 나무 밑에 우두커니서서 맞은 편을 멍하니 바라보며 버스 몇 대를 보냈다. 아침에는 지하철 변태, 내 듣기로는 말도 안되는 논리로 감정만 앞세우는 회의, 하루종일 마음 불편한 업무, 상처되는 말과 눈빛. 하루종일 바짝 곤두선 몸과 마음의 날. 이게 다 그 변태 새끼때문이다. 어디.. 더보기
2015년 6월 11일 : 부뉴모고똥 △ 친구가 아침부터 분유를 퍼먹고 있다. 한 숟갈 잡수라는 그 말에 물에 태워 흔들어 달라고 할 뻔. 동짓달 기나긴 밤을 한허리를 버혀내어 춘풍 니불 아래 서리서리 너헛다가 어론님 오신 날 밤이뎌든 구뷔구뷔 펴리라. -, 지니지니 황지니 쀼잉- 우리 인슈타인 오빠와 용호상박은 겨뤄봐야 알겠지만, '남아도는 밤시간 짤라놨다가 오빠야 만날때 쓰고싶다'고 말한 지니언니도 참 대단한 여자다. 아무도 어찌하지 못하는 시간을 가지고 어찌해볼 생각을 어찌 했을까. 십년도 훌쩍 지났다만, 문학 교과서에 실린 이 시조를 읽자마자 훅 하고 예고도 없이 들어오는 그때의 느낌이란. 뭐야 이 여자. 어린 나도 뻥 뚫고 들어와서 깜짝 놀랐는데, 지니 손글씨 받아본 오빠 마음은 오죽 했을까. 어디에 밑줄을 치라니, 빨간 동그라미를.. 더보기
월남스키부대 △ 나의 친구들은 내 이메일과 전화번호를 외운다. 입에 쩍쩍 붙거든. 친구가 준 초대권으로 라는 연극을 보러갔다. 선택할 수 있는 연극이 딱 세 편 있었는데, 셋 중에 둘은 흔해빠진 연애 이야기라 - 뭐 모든 연애가 한편으론 하나같이 흔해빠졌다만 - 월남으로 선택. 그냥 부대 이름인가보다 했지. 월남키스부대였대도 별 생각 없었을거다. △ 월남스키부대가 왜 이상한지 몰랐어. 그냥 그런가보다 했지. 막이 오르고 군복입은 배우가 대사를 하는데 어째 이상하다. 왜 표준어를 쓰지? 월남이면 북에서 남으로 내려왔다는거 아닌가? 그럼 북한말을 써야되는거 아닌가, 왜 둘다 서울말을 쓰지. 이상하다. 월남이 남에서 북으로 올라가는건가? 머릿속으로 궁싯대느라 분주한 관객 일인. 극이 좀 진행되고서야 월남이 베트남인줄 알았.. 더보기
너 이제 쓰레기같이 남자 만나지 말구 △ 너 임마, 맛 좀 볼래? 제니는 솔로몬의 여자친구다. 내가 제주에 들렀을 그맘때가 마침 솔로몬의 생일이기도 해서 파티에 초대받았는데, 한국인 한 명 없는 그 파티에서 달리 할 수 있는게 없었다. 술을 잘 마시는 것도 아니고 영어를 유창하게 하는 것도 아니니, 술취한 네이티브 스피커즈들의 대화에 간간이 고개를 끄덕이며 '으흠~' 어깨짓을 해주는 정도. 무슨 말인지 절반은 날려먹고 들었지만. 제니가 나에게 호의적이지 않은 건 알고 있었다. 간간이 누군가가 내게 말을 걸어 통성명을 하고 대화를 할라치면, 어디있다가도 득달같이 달려와서는 그이에게 갑자기 말을 걸며 끌고 가버렸으니까. 자기의 가장 친한 친구라며 내 앞에서 갑자기 얼싸안고 난리법석을 피울 이유는 없잖은가. 오해라기에는 같은 패턴이 서너번 반복되..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