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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머리

너 이제 쓰레기같이 남자 만나지 말구

 

△ 너 임마, 맛 좀 볼래?

 

 

 

제니는 솔로몬의 여자친구다. 내가 제주에 들렀을 그맘때가 마침 솔로몬의 생일이기도 해서 파티에 초대받았는데, 한국인 한 명 없는 그 파티에서 달리 할 수 있는게 없었다. 술을 잘 마시는 것도 아니고 영어를 유창하게 하는 것도 아니니, 술취한 네이티브 스피커즈들의 대화에 간간이 고개를 끄덕이며 '으흠~' 어깨짓을 해주는 정도. 무슨 말인지 절반은 날려먹고 들었지만.

 

제니가 나에게 호의적이지 않은 건 알고 있었다. 간간이 누군가가 내게 말을 걸어 통성명을 하고 대화를 할라치면, 어디있다가도 득달같이 달려와서는 그이에게 갑자기 말을 걸며 끌고 가버렸으니까. 자기의 가장 친한 친구라며 내 앞에서 갑자기 얼싸안고 난리법석을 피울 이유는 없잖은가. 오해라기에는 같은 패턴이 서너번 반복되었으므로 이해하기로 했다. 아무튼 솔로몬의 생일에 난 좀 고독했고, 같은 테이블의 미국인이 '방금 지나간 노래 무슨 노랜지 알아?' 라며 찾아달라기에 카운터로 가서 모든 재생목록을 다 뒤져보는 수고로움을 맛보다가 끝났다.

 

지난 주말에 솔로몬과 함께 제니를 만났는데, 제니는 나를 보고도 썩 표정이 시들하다. 뭐. 물기 촉촉 수분가득 페이스를 기대하진 않았어. 나도 지루한 기다림과 짜증이 얼굴에 쓰여있는 상태였고. 시간이 좀 지나 술이 좀 들어간 나의 불길이 수그러든 것 같자, 제니는 솔로몬을 대신해 사과한다며 꾸벅 귀엽게 고개를 숙인다. 그러고는 바로 서울은 어디가 재밌느냐며 살갑게 이것저것 물어본다. 무슨 타운에 가고 싶어요. 옷도 사고 싶어요. 예쁜거 많아요?  '여우 같은 여자'의 표본이 내 눈앞에 있는 것 같다는 생각. 너 이거 물어볼려고 이제사 사과한거지. 그 셈이 빤히 보이는데도 밉지가 않아서 나는 동대문에서 명동, 명동을 거쳐 잠실까지의 이동경로와 가볼 곳을 짚어주었다. 여길가면 그 타운이 있고, 여기서 쇼핑을 하면 좋아. 거긴 좀 비싸니까. 그리고 여기서 지하철을 타면 3코스니까 이렇게 이렇게 이동하면 돼.

 

나의 친절한 안내가 맘에 들었는지, 제니가 곧바로 평화의 뻐꾸기를 날리며 화답한다. '예뻐졌어요. 피부도 좋아졌구. 전에는 이별 땜에 많이 아파서 너 엉망이야.'

 

야. 그때는 내가 맨날 누워서 방바닥을 뒹굴 때라 살이 쪘을때고, 이별은 왠 말이냐. 내가 '남자친구 없다'고 했지, 그게 왜 그렇게 해석되냐. 내 얼굴이 그렇게 엉망이었냐.

 

고 물어볼 새도 없이 '반지 너 이제 쓰레기같이 남자 만나지 말구 행복하세요' 라는 펀치가 날아온다. 컥. 서툰 한국말을 감안해 '같이'를 '같은'으로 고쳐 듣더라도 기분이 영 이상하다. 내 구남친들은 대부분 좋고 훌륭한 인격들이었노라며 성토하고 싶다. 반지 예픈 사랑하고 햄복해야해.

 

 

 

(*) 제니. 한국말 잘 하지 않을까? 고쳐들을 필요가 없는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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