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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날씨

2017년 1월 25일 반듯한 겨울볕아래 팔짱을 꼭 끼고 걸어가는 노부부가 참 다정하다. 더보기
2016년 1월 24일 나는 모자가 썩 잘 어울리는 편이다. 모자가 잘 어울리는 사람은 모자에 많은 것을 기댈 수 있는데, 감지 않은 부스스한 머리의 은닉부터 시작해 의상의 포인트, 신경쓰지 않은 듯 하면서도 은근히 세련된 분위기 연출까지 맡길 수 있다. 모자가 잘 어울리려면 다만 얼굴이 작아서도 안되고, 이목구비의 뚜렷함에만 의지해서도 안 될 노릇이며, 모자가 얼굴의 어느 정도를 가리고 남은 여백이 이목구비와 잘 맞아떨어져야 한다. 내가 이렇게 모자에 관해 일장연설을 하는 이유는 오늘 세수도 안하고, 물론 머리도 안감고 모자를 꾹 눌러쓰고 나갔기 때문만은 아니다. 어제는 종일 원고를 정리했다. 꼴랑 반나절 해놓고는 프리랜서의 고독과 혹독을 경험해버렸다. 오늘 오전은 아침부터 공들여 이력서를 쓰고 제출한 뒤 나름의 뿌듯함에 젖.. 더보기
2016년 1월 24일 : 알프스 나가자고 나를 달래기가 5천년이다. 나가서 좋아하는 책도 보고, 줄곧 보고싶어 하던 영화도 보고, 카페도 가자고 달래보아도 요지부동. 창문을 빼꼼 열었다가 훅 들어오는 찬 바람에 화들짝 놀라 닫아버렸다. 더보기
2017년 1월 22일 : 업적 △ 달랏으로 가는 비행기 안. 이력서를 쓰다가 '주요 경력 및 업적' 이라는 말에, 정확히는 '업적'이라는 말에 좀 아득해졌다. 업적이라니. 모니터 앞에 비쩍 마른 초코칩 한 상자와 함께 앉은 나는, 이순신 장군이 용감무쌍하게 학익진 전술을 이용하여 왜군을 섬멸시킨 어느 앞바다를 떠올리기도 하고 장영실 오빠의 측우기를 떠올리기도 하다가 업적이라는 위대하고 고매한 그 말 앞에 무릎을 꿇고 나동그라진다. 업적. 말 그대로 일이 쌓아올린 것일텐데, 한 달의 말미에 십만원이 훌쩍 넘게 찍히는 교통카드 금액이나 아랫입술에 연거푸 잡힌 물집, 어깨의 묵직한 통증이나 등줄기로 흘러내리던 식은땀 같은 것을 먼저 떠올리게 된다. 더보기
글을 쓴다는 것 며칠 전, 늘 웃는 얼굴의 동년배 아가씨로부터 이런 질문을 받았다. '지현씨도 화 잘 안내죠? 어떻게 풀어요?' 나는 화를 잘 안 낸다. 성격이 좋아서 그런 것이 아니라 화를 낼 줄을 모른다. 살면서 화를 '잘' 내는 것은 굉장히 중요한 일인데 - 시도때도 없이 화부터 내는 것이 좋다는 말이 아니라, 기술적으로 세련되게 낼 줄도 알아야 한다는 말 - 어렸을 때 그 부분에 대해서 올바른 교육을 받지 못했다. 받을 새가 없었다. 어렸을 때 우리집은 가정 불화가 심했다. 밥상의 반찬들이 일순간에 하늘로 솟구쳐 올라 내 입에 들어가있어야 할 김치가 천장의 형광등에 철썩 붙어있는 광경까지는 아니었어도, 밥상은 자주 뒤집어 졌고 엄마는 울었고 나는 조력자를 찾아 밤이건 낮이건 도망다녔다. 신새벽에 외할머니가 달려오.. 더보기
1년전 식구들이랑 같이 살 때는 엄마가 집앞 제과점에서 생과자를 자주 사다 주셨다. 봉지 가득 기름이 뚝뚝 배어나오는 그득한 과자 봉지를 받아들면 세상 부러울게 없었는데 (애기 때가 아닙니다. 이미 다 컸을 때임ㅋㅋ). 오늘같이 후달리는 날에는 기름 뚝뚝 흐르는 과자나 먹으면서 누워서 테레비나 보다가, 엄마가 해주는 떡볶이나 한솥먹고 자고싶다. - 2016년 1월 22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