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날씨 썸네일형 리스트형 2015년 9월 14일 아침 샤워는 나에게 많은 것을 준다. 일요일 회사까지 기어나가 다섯시간을 어떻게든 뭉개며 앉아있었지만 채 다섯줄도 못 쓰고, 밤이 이슥하도록 집에서 책 몇자를 들여다보다가 괜히 향초만 주르륵 켜놓고 가을밤의 정취에 젖어있다 그만 잠들지 않았던가. 이번주 목요일까지 빨리 써야하는데. 두 개나 써야하는데. 끙끙거리며 샤워를 하는데 갑자기 뭔가가 와라락 - 그러니까 두 개에 대한 아이디어가 동시에 떠올라서 - 온 방에 물방울을 뚝뚝 흘리면서 노트에 뭔가를 막 써댔다. 나는 역시 아침형 최상 인간이다. 잎이 넉넉한 민트티백을 아가리가 넓은 찻잔 손잡이에 꼭 동여메고 일하는 아침. 더보기 2015년 9월 11일 : 소중한 사람 점심을 마치고 바로 옆에 유명한 빵집이 있어 들렀다. 취재를 나갈때마다 막내가 입버릇처럼 "선물 사오세요!" 라는 말을 하는데 그 말이 걸려서일까나.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못 스쳐서일까. 둘은 취재 나가고 없으니 사무실에 있는 사람들 것만 챙겼는데, 마침 취재나갔던 둘이 돌아오고 하나는 출장은 나가버린 바람에 빵 하나가 부족하게 됐다. 나머지 사람들에게는 동글동글 포슬포슬한 빵 하나씩을 나눠주면서 현진에게는 '너는 나랑 반틈 나눠먹자.' 라며 반쪽짜리 빵을 건넸다. 그러니까 너는 이들중에 내게 가장 소중한 사람이니까. 반쪽짜리 빵 앞에서 '이것이 소중한 사람을 대하는 태도인가.' 짐짓 거창해진다. 사실 내가 가장 귀하게 대해야 할 사람은 나인데, 그리고 나의 소중한 친구인데 이 둘을 가장 푸대접하고 있으.. 더보기 2015년 9월 10일 다시 민트의 계절. 세상에서 제일 서정적인 한글날 기사를 쓰는 중. 메롱 맛. 더보기 2015년 9월 8일 △ 첫 샷 * 가을 햇살은 확실히 애틋한 맛이 있다. 좀 노르스름하고 단정한데다가, 거 뭐라고 해야하나. 아무튼. * 핸드폰을 바꿨다. 기계에 관심은 없지만 오래지닌 물건에 대한 애정은 많아서 핸드폰이 고장나지 않는한 지구끝까지 데려다니며 쓸텐데, 버튼이 눌리지 않는 대참사도 버티고 버티다 기어이 바꾸게 됐다. 사람들은 새 핸드폰이라서 좋겠다고 했지만 나는 전혀 좋지 않다. 새 핸드폰은 버튼이 잘 눌려서 만족스러운 정도. 어쨌든 이걸로 또 하나의 내 삶을 정리하게 됐다. 2년넘게 매일 만지고 매일 들여다보고 일어나서도, 자기전에도 손에서 놓지 않는 날이 많았으니까. 핸드폰은 감정의 질감 같은거라고 생각한다. 구구남친이 줬던, 이제는 낡아빠진 옷을 덮어쓰고 있는 갤럭시 노트 2도 이제는 쉴 수 있다. 기계.. 더보기 2015년 9월 4일 : 왜 ? 이번주는 왠일인지 술술술이다. 어쩌다보니 월수금이 나란히 술. 술 취재 술 취재 술. 한 주가 다 갔네. 되게 정신이 없었다. 결혼식 3일 남겨두고 대뜸 축가를 부탁하는 오라버니. 그 다음날 이르게 취재를 가는데 아침 8시부터 축가는 뭘로 정했냐, 네 순서를 맨 앞으로 해야겠다, 이런 이런 레파토리를 짰다 전화가 오고, 또 밤 열두시 넘어서 전화가 와서 너가 해야된다, 너가 안하면 안된다, 꼭 하는걸로 알고 있겠다... 바빠서 연습도 하나도 못하고 그냥 갈꺼라니까 괜찮다고, 그렇지만 우쿨렐레랑 같이 쳐달라고. 악기도 없다니까 그날 빌려준다고. 아니 무슨 연습도 하나도 안하고 그날가서 쳐요. 괜찮아 너 레파토리 많잖아. 없어요 없어. 너만 믿는다! 오늘도 일어나서 콧물을 훌쩍거렸는데 아 감기걸리면 안되는데.. 더보기 2015년 9월 3일 “글만 알면 소원이 없겠어.” 노인들을 위한 한글교실에 참가했다. 두시간을 내리 같이 수업을 듣고서 교실문을 나서는 할머니를 붙잡았다.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해 할머니가 한 말이다. 왜 그동안 한번도 글도 언어라는 생각을 못해본걸까. 소리가 묻는 것만 언어가 아닐진대. 글을 모르는데 따르는 불편은 당연히 짐작코도 남았지만, 마음의 고통은 생각 못해봤다. 내 생각이 거기까지 가닿지 못했다. 국어사전에서 '언어'라는 낱말을 뒤져보았다. 언어 : 생각, 느낌 따위를 나타내거나 전달하는 데에 쓰는 음성, 문자 따위의 수단. 또는 그 음성이나 문자 따위의 사회 관습적인 체계. 말만으로는 안되는, 그러니까 글만으로 전달할 수 있고 전달받을 수 있는 생각과 느낌, 정보 따위의 영역이 분명히 존재하는 거겠지. 그걸로 밥.. 더보기 이전 1 ··· 102 103 104 105 106 107 108 ··· 159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