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샤워는 나에게 많은 것을 준다. 일요일 회사까지 기어나가 다섯시간을 어떻게든 뭉개며 앉아있었지만 채 다섯줄도 못 쓰고, 밤이 이슥하도록 집에서 책 몇자를 들여다보다가 괜히 향초만 주르륵 켜놓고 가을밤의 정취에 젖어있다 그만 잠들지 않았던가. 이번주 목요일까지 빨리 써야하는데. 두 개나 써야하는데. 끙끙거리며 샤워를 하는데 갑자기 뭔가가 와라락 - 그러니까 두 개에 대한 아이디어가 동시에 떠올라서 - 온 방에 물방울을 뚝뚝 흘리면서 노트에 뭔가를 막 써댔다. 나는 역시 아침형 최상 인간이다.
잎이 넉넉한 민트티백을 아가리가 넓은 찻잔 손잡이에 꼭 동여메고 일하는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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