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만 알면 소원이 없겠어.”
노인들을 위한 한글교실에 참가했다. 두시간을 내리 같이 수업을 듣고서 교실문을 나서는 할머니를 붙잡았다.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해 할머니가 한 말이다. 왜 그동안 한번도 글도 언어라는 생각을 못해본걸까. 소리가 묻는 것만 언어가 아닐진대. 글을 모르는데 따르는 불편은 당연히 짐작코도 남았지만, 마음의 고통은 생각 못해봤다. 내 생각이 거기까지 가닿지 못했다. 국어사전에서 '언어'라는 낱말을 뒤져보았다.
언어 : 생각, 느낌 따위를 나타내거나 전달하는 데에 쓰는 음성, 문자 따위의 수단. 또는 그 음성이나 문자 따위의 사회 관습적인 체계.
말만으로는 안되는, 그러니까 글만으로 전달할 수 있고 전달받을 수 있는 생각과 느낌, 정보 따위의 영역이 분명히 존재하는 거겠지. 그걸로 밥을 벌어먹고 살면서 그 세계에 대해서 까맣게 몰랐다니. 우습다. 할머니의 어깨를 어루만졌다. 괜찮다고 괜찮다고 괜찮다고.
*
백화점 7층 무슨 메밀국수집에서 국수 한 그릇을 시켜놓고는 얼굴을 감싸쥐고 어깨를 들썩거리다가 결국 눈물이 스커트 위로 뚝뚝 떨어져 번진다. 이럴때 맞은편에게 정말 정말 미안하다. 미안을 훌쩍 뛰어넘는 송구함이다. 영문도 모르는 저 얼굴을 어떡할껀가. 뚝뚝 뽑아 건네는 휴지의 영문도 모르는 말간 얼굴은 또 어찌할껀가. 피로하다. 마음이 괴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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