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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lon de alone/어떤 낱말들의 모임

김영하의 <보다>_ 이제는 탐침을 찔러넣을 때 새해 선물로 내게 책을 사줬다. 뭐 별다르게 '새해 선물'이라는 타이틀을 붙이지 않아도 책은 여전히 사고 있지만, 그래도 의미있게 새해 시작에 맞춰 3권 세트의 비닐포장을 기분좋게 뜯었다. 올해는, 아 작년이구나. 지난해에는 알라딘 이라는 사이트에서 대부분의 도서를 구매했는데, 한해의 끝자락에 이르자 1년동안 구입한 책의 인사이트를 제공하고 있었다. 나는 마포구에서 상위 0.7퍼센트의 도서 구매력을 자랑하는, 그러니까 나름 상위 1%의 독자였고 구입한 책은 백권 남짓. 알라딘에서만 책을 구매한 것이 아니므로 어림잡아 130권 정도 구매했을 것이라 추산한다. 다 읽었냐고? 내 책장에 아름답게 꽂혀있다. 요즘은 책을 좀 읽는다. 직업 때문이기도 했거니와 - 내공이 후달달 딸려서 - 직업이 사라진 당분간의 지.. 더보기
배명훈 <첫숨>_ 그리고 첫 전화 며칠전부터 을 읽고있다. 그리고 처음으로 문지에 전화를 했다. 96에서 113으로 뛰는건 어쩌면 문제가 아닌데, 여기가 꽤 중요한 대목이라 하는 수 없이 전화를 했다. 퇴근 10분전. 야근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정규 퇴근 시각 10분전에 걸려오는 '민폐' 전화는 꽤 예민할터. 건조하고 예민한 목소리가 전화를 받았다. '저 제본 불량으로 전화 드렸는데요.' '어떤 책 말씀이시죠.' ' 읽고 있는데 96에서 113으로 바로 뛰네요. 출판사에서 교환 가능한걸로 알고 있습니다.' 출판사 짬밥 3년 아닌가. 내가 그동안 손으로 고이싸 보낸 책들만 해도 몇 권인데. 족히 백 권은 넘을 것이다. 안 바꿔주면 찾아갈 심산이었으나 다음주쯤에 수령가능할 것으로 예상. 이야기가 이어지지 않아 일단은 여기서 덮자. 더보기
김형경 <오늘의 남자>_ 한 남자한테 세 번 차였는데요! 겨울이면 늘 이민을 결심한다. 얼어붙겠는 얼굴을 하고서 입을 앙 다물고서 '언젠가는 겨울이 없는 나라에 가버릴꺼야!' 겨울 사이를 헤집으며 부득부득 결심한다. 그리고 이 겨울은 이민가면 영원히 못 누릴 겨울이니 이번만큼은 특별히 온몸으로 누려주마, 호기로운 척을 한다. 내년에도 이민 못 갈꺼면서. 알면서. 김형경 작가의 저서들 중 를 특히 재미있게 읽었는데, 최근에 나온 는 사실 전작만큼 깊숙하진 않은 느낌이라 내심 아쉬웠더랬다. 겨울과 남자. 이 둘 중에 무엇을 택할까. 퇴근 후에 잠시 고민하다 또 기필코 이민을 부르짖으며 차가운 밤공기를 비집고 강연장을 찾았다. 나란 여자, 남자를 택했다. 이 겨울을 무릅쓰고. 유선과 함께 와서 들었으면 좋았겠다, 라는 생각을 했다. 1. 남자의 무게 "여러분, 생각.. 더보기
김민철의 <모든 요일의 기록> _ 질투로 속이, 삶이 뒤틀릴 뻔 △ 춘천가는 기차 안. 세상에 부러운 사람 많고 부러울 이유는 차고 넘치지만, 이 책을 읽고는 질투로 속이 뒤틀렸다. 속된 말로 '배알이 꼴린다'고들 하지. 1. 남자 이름을 가진 여자 2. 카피라이터 3. 자기 이름으로 낸 책 4. 음악 가까이 있는 삶 5. 좋은 스승 6. 사는 동네 (우리집 옆동네) * 1. 김민철 나는 중성적인 이름을 좋아한다. 정확히 말하면 남자인지 여자인지 가늠할 수 없는 이름을 좋아하며, 조금 더 자세히 말하자면 남자에게 붙은 여성스러운 이름과 여자에게 붙은 지극히 남성스런 이름을 좋아한다. 늘 그런 이름을 갈망했다. 고등학교 1학년, 같은 반에 김철수 라는 아이가 있었는데 - 여고를 나왔으니 당연히 여자 - 철수라는 이름과는 도통 매치가 하나도 되지 않는, 얼굴이 하얗고 눈.. 더보기
김중혁의 <가짜 팔로 하는 포옹> _ 위로, 라는 그 공허함이 절실할 때 △ 하상 바오로 신부님이 찍으신 사진 안개 속을 거니는 것은 이상하여라. 덤불과 돌은 저마다 외롭고 나무들도 서로가 보이지 않는다. 모두가 다 혼자다. 내 인생이 아직 밝던 때는 세상은 친구로 가득했다. 하지만 지금 안개 내리니 아무도 보이지 않는다. 인간을 어쩌지도 못하게 슬그머니 떼어 놓는 어둠을 전혀 모르는 사람은 모든 면에서 진정 현명하다고 할 수 없다. 안개 속을 거니는 것은 이상하여라. 산다는 것은 외롭다. 사람은 서로를 알지 못한다. 모두가 다 혼자다. 헤르만 헤세, * 가까운 한동안 할 일이 없어서 책을 읽었다. '할 일이 없어서 책을 읽었다' 라니, 얼마나 무료하고 얼마나 멋진 말인가. 두어달 전에 사두고 바빠 몇 장 겨우 들추었던 김중혁 작가의 을 다 읽었다. 나는 원래 소설이 무슨 말.. 더보기
김중혁 <가짜 팔로 하는 포옹> 뚜껑을 돌릴 때가 참 지랄 같습니다. 딸깍 하는 소리와 함께 뚜껑의 봉인이 해제될 때, 아, 이제 이 술을 환불할 수는 없구나, 라는 생각이 들 때, 그때가 제일 괴롭습니다. 여러분들도 다들 잘 아시겠지만, 뭔가 잘못된 일을 저지르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지 않습니까? 물론 첫잔을 마시면 그런 생각은 다 휘발되어 날아가지만요. 혀와 입천장에 불을 붙이며 위스키가 식도를 타고 넘어갈 때 저는 망가질 준비가 되어 있다는 다짐을 하곤 했습니다. (p.104) 전날의 뉴스나 오늘의 뉴스나 별로 다를 게 없지만 전날의 뉴스를 보면 저건 이미 지나간 일이구나, 그런 생각이 드니까 화가 덜 납니다. 내일의 날씨를 보면서 잠이 들 때가 많습니다. 전날 뉴스에서는 내일의 날씨이지만 저는 오늘 그 날씨를 이미 겪었기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