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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하의 <보다>_ 이제는 탐침을 찔러넣을 때 새해 선물로 내게 책을 사줬다. 뭐 별다르게 '새해 선물'이라는 타이틀을 붙이지 않아도 책은 여전히 사고 있지만, 그래도 의미있게 새해 시작에 맞춰 3권 세트의 비닐포장을 기분좋게 뜯었다. 올해는, 아 작년이구나. 지난해에는 알라딘 이라는 사이트에서 대부분의 도서를 구매했는데, 한해의 끝자락에 이르자 1년동안 구입한 책의 인사이트를 제공하고 있었다. 나는 마포구에서 상위 0.7퍼센트의 도서 구매력을 자랑하는, 그러니까 나름 상위 1%의 독자였고 구입한 책은 백권 남짓. 알라딘에서만 책을 구매한 것이 아니므로 어림잡아 130권 정도 구매했을 것이라 추산한다. 다 읽었냐고? 내 책장에 아름답게 꽂혀있다. 요즘은 책을 좀 읽는다. 직업 때문이기도 했거니와 - 내공이 후달달 딸려서 - 직업이 사라진 당분간의 지.. 더보기
김형경 <오늘의 남자>_ 한 남자한테 세 번 차였는데요! 겨울이면 늘 이민을 결심한다. 얼어붙겠는 얼굴을 하고서 입을 앙 다물고서 '언젠가는 겨울이 없는 나라에 가버릴꺼야!' 겨울 사이를 헤집으며 부득부득 결심한다. 그리고 이 겨울은 이민가면 영원히 못 누릴 겨울이니 이번만큼은 특별히 온몸으로 누려주마, 호기로운 척을 한다. 내년에도 이민 못 갈꺼면서. 알면서. 김형경 작가의 저서들 중 를 특히 재미있게 읽었는데, 최근에 나온 는 사실 전작만큼 깊숙하진 않은 느낌이라 내심 아쉬웠더랬다. 겨울과 남자. 이 둘 중에 무엇을 택할까. 퇴근 후에 잠시 고민하다 또 기필코 이민을 부르짖으며 차가운 밤공기를 비집고 강연장을 찾았다. 나란 여자, 남자를 택했다. 이 겨울을 무릅쓰고. 유선과 함께 와서 들었으면 좋았겠다, 라는 생각을 했다. 1. 남자의 무게 "여러분, 생각.. 더보기
윤성근 <내가 사랑한 첫 문장>_ 어쨌든 삶은 계속된다 나는 본디 소설을 싫어한다. 드라마를 거의 보지 않는 것과 같은 맥락인데 삶에 대한 피로도 때문이다. 이미 내 삶만 하더라도 매일매일 꼬박꼬박 스물네시간을 풀로 방영하고 있는데다 - 꿈에서도 뭔가는 계속된다. 더욱 극적으로! - 피해갈 수 없는 이런저런 인간관계들의 삶까지 더해지고 있지 않은가. 작게만 봐도 회사 상사와 동료와의 이런저런 트러블, 연인과의 감정싸움, 부모와의 갈등, 일회성 술자리에서의 적당한 비위 맞추기와 뒷담화까지... 피로하다. 이미 피로도가 만땅인데 뭘 또 굳이 가상 인물들의 삶을 들여다본단 말인가. 가상 인물들도 이런저런 갈등을 겪고, 사건을 맞이하며, 괴로워하고 슬퍼하고 절망한다. 저자가 운영하는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에 대해서는 몇 년전부터 익히 알고 있었다. 아는 출판사 대.. 더보기
서민의 <서민적 글쓰기>_ 귀족적 글쓰기는 서민처럼! △ 오랜만에 지하철 책 읽기. 지하철 초록바닥을 배경으로 한 책사진이 간지인 시대가 오길 소망합니다. '조금씩, 틈틈이' 읽기로 결심한지가 언제던가. 마지막으로 올린 서평의 날짜가 무색하다. 굳이 핑계를 대보자면 그 사이에 올해 서점가를 강타한 를 읽었고, 찔끔거리며 이 책 저 책을 들추었다 정도. 그동안 제대로 완독을 마친 책이 없는데 서민 교수님의 를 오늘로 마쳤다. 내 인생의 책 세 권을 꼽으라면 가장 많이 운 책은 , 가장 빨리 읽고 가장 울림이 컸던 책 (비밀이다, 미래 배우자와만 공유할 계획!), 그리고 가장 많이 웃은 책 가 아닐까 싶다. 책을 읽으면서, 굳이 책 뿐 아니라 생활 전반에서 그토록 크게 웃은 적이 없는데 이 책은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피식 터져나오는 웃음을 감출 수가 없다. 서.. 더보기
서민의 <집 나간 책>_ 집 나간 정신이여, 돌아오소서 (2/100) △ 어릴때부터 외모 콤플렉스에 시달렸다는 서민 교수님을 위해, 조인성의 기럭지를 잠시 빌렸다. (아... 안 어울린다) 다 읽었다! 고향집 골방에서 책을 붙잡고 있는 내 모습을 보고, 남동생이 '오 문학 소녀' 라며 한마디 하고 지나간다. 어제 아침 일찍 일어나 책을 붙들고 있는 내 모습을 보고는 함께 사는 친구도 '오 지성인' 이라며 실시간 리플을 달아주지 않던가. 그러고보면 책 읽는 풍경이 참 생경하긴 생경한갑다. 하루종일 스마트폰을 붙들고 있을때는 그 누구도 '오 기계 소녀' 라던가 '오 최첨단 테크놀로지시대의 수혜자' 라고 해주지 않더니, 디지털에서 아날로그로 바꿔잡자마자 다들 한마디씩하고 지나가니 말이다. 계획없이 고향으로 내려오게 되어, 기차에서 시간때울 요량으로 스마트폰에 몇 개의 동영상을 .. 더보기
김형경의 <남자를 위하여>_ 여자들아, 정신차리자 (1/100) △ 어젯밤, 같이 사는 친구의 진두지휘 하에 처음으로 셀프 염색이라는 것을 (당)해보았다. 염색약을 바르고 걱정스런 맘으로 앉아, 내가 바른 제품의 후기를 검색했는데 '색은 숯검댕이가 되고, 결은 개털이 된다'라는 120여개의 혹평 발견. 두려움에 온 몸이 떨리기 시작했고, 패키지에 그려진 모 뷰티살롱 원장님의 살며시 올라간 입꼬리가 내게 뭔가를 말하는 듯 느껴진다. 기분 탓이겠지. '너도 결혼하면 저렇게 해 줄 수 있어?' 영화관에서 옆자리를 지키던 남자친구의 귀엣말. 함께 보고 있던 영화는 일본 영화. 기모노를 곱게 차려입은 일본 여성이 무릎을 반듯하게 꿇고 앉아 남편의 출장 가방에 옷가지를 착착 개켜넣는다. 옷 개는걸 무척 싫어하고 소질도 없는 나지만 '그으럼!' 이라 대답했다. 세글자 중에서 앞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