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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머리

난 빵 싫어합니다

나는 빵을 싫어한다. 정확히는 빵으로 끼니 때우기를 싫어한다. 스무살 무렵에는 과자, 빵만으로도 몇끼 혹은 며칠을 너끈히 버텨냈는데, 한해한해 시간이 갈수록 빵으로 끼니 때우기가 그렇게나 싫더라. 으레 그러하듯, 나도 입맛이 변하는 줄로만 알았다. 마지못해 스파게티를 포크로 어설프게 감아 넣으며 '나는 밥 먹어야 되는데' 볼멘소리를 하는 나이들처럼.

그런데, 오늘 시간에 쫓겨 편의점에서 급하게 빵을 사 엘리베이터에 서서 우겨넣는데 문득 서글픈 생각이 드는거다. 슬픈거다. 아...내가 이래서 빵을 싫어하는구나. 빵이 싫은게 아니고, 빵 먹는 정황이 싫었던 거구나. 빵먹는 정황. 그러고보면 빵으로 끼니를 때울때는 시간에 쫓겨 바쁘거나, 아니면 같이 밥 먹을 사람이 없거나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으니까. 바쁘거나 외로울때 였으니까. 지하철 역에서 빵을 먹으면서 생각한다. 되도록이면 편의점의 '바쁜 현대인을 위한 영양만점 빵' 코너에 손을 뻗는 일이 적었으면 좋겠다고. 나는 '바쁜' 현대인은 싫으니까. 시대를 선택해서 태어날순 없었기에 현대 는 어쩔수 없는거지만, 생활리듬은 어쩌면 조절할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

따끈한 흰 쌀밥에 카레가 먹고 싶다. 내가 덮어놓고 좋아하는 카레도, 빵을 싫어하는 것과 같은 맥락에 있지않나한다. (2010년 9월 10일, 포스트잍에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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