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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lon de alone : 2호점/잠자리 연필

개인의 취향

어제 엄마와 편의점엘 들렀지. '물을 사겠노라'는 표면적인 편의점 입장행위의 속내를 들여다보면 '딸기맛 풍선껌을 씹겠노라'는 나의 결연한 의지를 만날수 있을거야.

나는 표면적 행위에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해서 1. 생수를 두병 집은후 2. 자연스럽게 껌 가판대로 가서 3. 풍선껌을...앗. 각본에는 없었는데 엄마가 대사를 치고 들어온다. '풍선껌은 무슨. 껌은 스피아민트가 최고지.' 나는 가판대에 잠자코 누워있는 스피아민트가 스파이민트처럼 느껴졌어. 비열한 것! 왜 거기 숨어서 나의 계획을 방해하는거냐. 너의 목적은 뭐지? 

스피아, 아니 스파이민트를 아무 망설임없이 집어 계산대로 향하는 엄마를 바라보았어. 나의 채워지지 않은 심층적 딸기맛 욕구를 이대로 방치할 순 없다. 나는 계산대 앞에서 팝-피오피.point of purchase. 나같은 소비자의 지갑을 노리는 광고전략 중 하나-중인 츄파춥스를 발견하곤 기쁨에 차 하나를 집어들고 점원에게 말했어. '이것도 같이 계산해주세요.' 그런데 엄마가 또 애드립을 치는거야. 엄마는 애드립 전문배우인가.

'안돼.' 엄마는 나의 손에서 츄파춥스를 뺏어 다시 본래의 지름 1mm의 고향으로 돌려보냈어. 뜻밖의 방해에 두번씩이나 좌절을 맛본 나의 딸기맛 욕구는 어쩔줄을 몰라했지. 나는 0.1초 울컥했네. 지름 1mm의 고향으로 돌아간 츄파춥스를 다시 소환할까 생각했지만, 기민한 나의 대뇌피질은 재빨리 다음에 이어질 영상을 보여주며 나를 다독였어. 

딸기맛 욕구야. 오늘은 잠자코 있거라. 점원은 네 또래의 남자란다. 엄마가 네 손에서 사탕을 뺏은것도 개그인데, 성인여자같은 네가 도로 사탕을 집어들고 '이거 살꺼야!' 라고 외친다면 그건 개그콘서트란다. 저 점원은 콘서트 티켓값을 지불하지 않았으니 자선공연은 여기서 그만 하려무나.

나는 연신 씁쓸해하며 물과 스파이를 손에 쥐고 나오다 '엄마 나 잠깐만!'하고는 그 다음 편의점에 재빨리 들어가서 외쳤다. '아저씨 여기 츄파춥스 없어요?'
(없었다. 오늘 백통 사먹을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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