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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lon de alone : 2호점/잠자리 연필

현대사회의 각박함

아침에 일어나니 비가 주룩주룩 오고 있다. 앗! 비오는 날씨에 제일먼저 널어놓은 빨래를 떠올리는 청춘은 주부왕에 얼마나 가까이 다가선걸까. 고지가 곧 머지않았다. 엄마가 걷었을지도 모른다는 14.3%정도의 적당한 희망을 품으며 엄마에게 물어보았다.
-옥상에 빨래 있는데!
-니가 안 걷었나. 니가 어젯밤에 비온다매.
-아니. 그래서...

결자해지란 말은 있어도, 넌자걷지-자, 빨래 넌자여. 빨래가 다 말랐으니 이제 걷지-라는 말은 없다. 엄마는 내가 빨래를 안널면 얼굴의 안면근육을 죄다 찌뿌려 온몸의 스트레스 호르몬을 죄다 방출해낸다. 그래서 보통 알아서 너는 편인데, 왜 걷는것까지 내가 걷어야함? 비가 오는데도 빨래걱정을 나 혼자 하고 있다니 이 현실에 나는 몹시도 화가 나지만, 엄마가 나에게 세금을 걷지 않는것을 감사하게 여기며 집주인에게 복종하는 수 밖에.

오랜만에 햇살이 무지하게 좋았던 날이라 빨래를 잔뜩 해다가 널었었는데, 지금 그 많은 빨래들이 대롱대롱 줄에 걸려 온몸으로 물을 뿜어내고 있었다. 나도 울고 하늘도 울고 빨래도 울고. 엉엉. 한숨을 쉬며 주위를 둘러보다가 나는 레벨7에 가까운 분노를 느꼈는데, 분명히 햇살 좋았던 이틀전만 해도 너울너울 신나게 춤추던 이웃집들의 빨래들이 하나같이 집으로 들어간지 오래였다. 아니! 비를 맞고 있는 나의 불쌍한 빨래가 가엾지도 않던가요! 이 매정한 사람들! 아, 물론 내가 일기예보를 듣고도 조금 쿨하게 넘기며 귀차니즘에 빨래를 누군가-빨래에 전혀 관심없다-가 대신 걷어줄꺼라고 생각한 점은 인정하나, 나의 빨래가 젖는걸 보고도 어떻게 아무렇지도 않을수가 있단 말인가!

조상들의 품앗이, 두레 등 이웃과 함께하는 정신을 본받아 앞으로 비가오면 빨래젖는다고 누가 좀 알려주었으면 좋겠다. 흠. 만약에 남의 집 빨래가 젖고 있으면 어떡하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