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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날씨

(작업일지)

아침에 일어나 거울을 보니 엉덩이 양쪽에 피멍이 들어있었다. 고단하고 성실한 작업의 결과물이면 뿌듯하기라도 할텐데, 마땅한 책상이 없어 바닥에 아무렇게나 앉은 결과다. 보너스로 어깨도 결린다.

생활을 최대로 단순화해서 살고있다. 글쓰고 밥짓고 조금 움직이고 일주일에 한번 기타학원을 간다. 어쩌다보니 내가 제일 좋아하지 않고 관심도 없고 재주는 더더욱 없는 소설의 형식을 빌어 글을 쓸 수 밖에 없다. 그저 껌뻑이는 커서에 기대 밀고 나가는 형국이니, 스토리라인이며 캐릭터 구성 따위를 미리 해놓을 수 없어 키보드를 두드리다 말고 번번이 탄식한다. 아, 내가 이걸 왜 맡았지! 하고.

회사 다닐 땐 입버릇처럼 '회사 그만두고 글이나 쓰고 싶다'라고 했지만, 막상 해보니 다 그만두고 회사를 정말 성실히 다닐 자신이 생겼다. 무엇 하나를 제대로 지으려는 마음을 짓는 것이 무엇보다 어렵다. 재주에 기대서 시작하긴 쉽지만, 묵묵히 밀고 나가는 것은 개인의 재주도 아니고,  개인의 용감함도 아님을 비로소 알게되었다. 재주와 용맹이면 뭐든 다 된다고 굳게믿었었는데.
2주동안 에이포 딱 스무장을 썼다. 졸리면 눕고 부르면 나간 엉성한 태도의 결과물이다. 죄송한 마음으로 자정넘어 원고를 보여드렸는데 '아주 좋습니다. 따라서 계속 진행하시기 바랍니다.' 라는 답장을 아침에 받았다. 좀 울었다.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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