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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날씨

남자팬티와 왜 자꾸 얽히는걸까

 

 

 

 

로몬은 한국에 잘 도착했다. 열두시간을 날아왔다. 시애틀에서 캘리포니아로, 캘리포니아에서 다시 한국으로. 그리고 한국에 도착해 솔로몬이 벌여놓은 이러저러한 작은 실수가 나에게 (빅)엿이 되어 돌아왔다. 그렇지만 엿과 함께 내민 립스틱 때문에 화를 낼 수도 없었다. 솔로몬에게 면세에서 립스틱 하나를 사다 달라고 브랜드와 컬러를 꼭 찍어주며 말했는데, 나를 보고 그 립스틱이 없었다고. 괜찮다며 남자에게 그런 부탁을 해서 좀 머쓱했겠다고 인사를 하니 갑자기 가방에서 주섬주섬 뭔가를 뜯어 박력있게 면세 포장을 풀어제끼고는 '뉴 라인' 이라며 다른 브랜드의 립스틱을 내민다. '샤인 러버' 라고 꾹 읽어주며 내미는데 거참. 솔로몬의 여자의 마음을 너무나 잘 안다.

 

 

솔로몬이 서울에서 보낼 이틀동안을 어찌어찌 책임졌고, 미국에서 날아온 솔로몬이 무사히 홍대에 안착해 다시 제주로 갈 수 있도록 안배했다. 오늘 오후엔 홍대에서 다시 제주로 가기 위해 공항철도를 타는 솔로몬을 배웅했다. 솔로몬은 언제나 그렇듯이 날더러 모스트 뷰티풀 프렌즈라고, 언제나 보고싶을꺼라며 허그를 했다. 땀 허그.  

 

 

뒤돌아가던 솔로몬이 갑자기 주저앉아 트렁크에서 뭔가를 꺼내 주었다. 트렁크에서 트렁크를 꺼냈다. 성조기가 그려진 남자 트렁크였다.

'왓?'

 

가지라는 은근한 눈짓을 하고 솔로몬은 뒤를 돌아 갔다. 뒷모습을 보고 있으려니 트렁크 손잡이가 부서졌고 부서진 손잡이를 잡고 솔로몬은 계속 걸어간다. 나는 성조기를 돌돌 말아쥐고 어찌해야할줄 모르다가 회사로 돌아왔다.

 

 

제주에서 만나요. 언젠가. 안녕.

 

 

 

(*) 이거 새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