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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날씨

2015년 8월 18일 : 시애틀에서 피닉스까지

 

△ 솔로몬이 공항샷을 보냈다. 미국물 많이 먹었구나. 미국물엔 젖과 꿀이 흐르지. 살이 올랐구나.

 

 

 

지난번 솔로몬과의 이태원 만남에서 장장 몇시간을 기다렸던가. 그때를 복기하며 앙심을 불러오기 해보지만 잘 안된다. 내가 제주에서 솔로몬에게 신세를 진 것도 있고해서 헤어질 때 허그를 하며 '다시 서울에 오면 꼭 연락해.' 라고 이빨 까기를 하지 않았던가. (했던가?) 아무튼 솔로몬은 그동안 미국에 두달간 머무르다가 오늘 한국으로 온다. 내가 그리워서 죽겠다는 미국산 뻐꾸기도 데리고 온다. 우리집에서 하룻밤 묵고 싶다는 그 말에 '슈어!'라고 했지만, 날짜가 점점 가까워올수록 머리만 벅벅 긁게 되는구나. 어. 그러니까 위아더 월드. 위아 굿프렌드. 괜...괜찮겠지? 아직 집 개봉도 안했는데 대뜸 들이는 첫 손님이 솔로몬일수도. 미국에서 서울까지 먼 길 온 친구를 내칠수도 없고, 그렇다고 웰컴 할 수도 없는 상황.

 

 

18일에 출발해서 18일에 도착한다는 그 이상한 말들을 몇번이나 다시 확인하고 정리하면서, 거기가 18일이면 여기는 19일이다. 도대체 언제 출발하고 언제 도착하는거냐, 미국은 하도 커서 땅덩어리마다 시간이 다르다는데 어떤데는 한국보다 하루 느리고 어떤데는 하루 빠른건가, 날짜변경선이 미국을 통과했었나, 별 생각을 다 하면서 시차를 들여다본다. 그러니까 솔로몬의 내일이 여기는 오늘이고 내일 도착한다는 말은 오늘 도착한다는 말이고...에잇 몰라.

 

 

서울에서 바로 제주도로 갈 수도 있겠지만, 굳이 내 얼굴을 볼겸해서 서울에 하룻밤 머무르는 친구에게 제대로 시간을 낼 수도 없게 되었다. 갑자기 내일 저녁 퇴근 후에 대표님과 단체 회의가 잡혀서 언제 끝날지도 모르겠다. 시애틀에서 여기까지 열한시간을 날아온 친구를 방치할 수도 없고. 솔로몬을 택시태워 우리집에 보낸다해도 우리집엔 티비도 없고 컴퓨터도 인터넷이 안되는데 뭘 할 수 있을까 혼자서. 끙. 그나저나 내가 사는 건물이름이 피닉스라고 하면 웃을려나. 시애틀에서 열시간을 날아왔는데 다시 피닉스라니. 피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