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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날씨

2015년 6월 27일 : 쿨면을 먹고싶은 정서

 

△ 겹쳐진 커튼 자락이 국수 가락 같아요. 냉면 먹고 싶드아!

 

 

 

평양냉면에 대한 나의 사랑은 지극함을 넘었다. 지난주에는 짜락짜락 하늘이 갈라지는 큰 번개가 쏟아지는데도, 빗길을 뚫고 - 엄밀히 말하면 친구의 차가 뚫었지만 - 두 시간여를 달리고 밀리며 우래옥으로 향하지 않았던가. 나는 마포의 을밀대를 갑으로 치는데, 을밀대에 주 5회 출근하던 어떤 사람이 갑자기 우래옥으로 가 봐. 궁금한가 안 궁금한가. 궁금해서 미치지.

 

 

또 우又에 올 래來. 또 발길 닿는 집이란 뜻에서 우래옥 인가본데, 냉면을 절반이나 남긴 나로써는 울래용이다. 너무 짜고 비리기도 하고, 결정적으로 직원 서비스가 형편없고. 뭐 서비스라고 별다른 것 바라겠어. 주문한 음식 제 때 잘 갖다주고, 달라는거 잊지않고 챙겨주면 감사하지. 냉면 내올때부터 툭 놓는바람에 국물 반은 상 위에 엎어버리더니 - 결정적으로 고명이 다 뭉개져서 사진도 못 찍고! - 면 자를 가위 달라는 말에 한참뒤에 가위를 가지고 와서는 직접 잘라주겠다며 퍽퍽 자르는데 국물이 사방으로 다 튄다. 면을 자르러 오셨어요 분풀이를 하러 오셨어요. 나이 지긋하신 분들이 다리를 달달떨며 힘겹게 계단을 올라 냉면 한 그릇 자시러 오던데, 그만한 가치가 있는 집인줄은 모르겠다는 말씀. 어쨌든 나는 유명세와 호기심에 된통 당했지만, 그래도 여전히 쿨면을 먹고 싶다. 맥주 한 잔 마셔놓고 숙취를 운운하기엔 제법 민망하지만, 어제처럼 술을 먹고 주인없는 침대에서 이상한 기분으로 잠들었다 금세 일어난 날엔 냉면이다! 냉면인 것이다!

 

 

여름이면 엄마가 말아주는 잔치국수가 최곤데. 육수에 얼음 동동 띄워서 채썬 오이를 소복하게 올려놓고는. 늘 묻지도 않고 당신 취향대로 다데기부터 투입하고 보려는 어머니의 손을 재빨리 제지하면서 국수를 사수하는게 관건. 그래. 지난주에 먹었던 냉우동도 맛있었고. 그러고보니 2주전쯤에는 친구와 함께 여의도에서 유명한 메밀소바를 먹었네. 메밀소바 먹으면서 친구가 '이 근처에 콩국수를 기가 멕히게 하는데가 있다' 고 했는데 거기도 곧 가볼테지.

 

 

함께 사는 친구는 내가 을밀대를 사줘야한다고 하던데, 왜 사줘야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곧 사줘야겠다. 기억의 왜곡에 꽤 탁월한 녀석이라 - 아마 본인은 인정하지 않겠지만 - 뭐 다들 얼마간 그런 면은 있으니까. 쿨면, 너의 이런면, 그런면, 저런면, 면면면. 평양냉면을 먹고 싶지만 을밀대에서는 혼자 줄을 설 엄두가 나지 않고, 홍대 근처의 냉면집은 잘 하는데가 없지 않을까. 아마도. 그러게. 그러고보니. 이번주에 옆자리 짝꿍이랑 우동도 먹었네. 홍대의 <가미우동>이란 곳인데 그 골목을 수백번은 족히 걸었을텐데도 모르다가, 짝꿍이 소개해줘서 알게된 집. 맛도 맛이겠지만 직원분들이 너무 친절해서 - 며칠전에 국립국어원에서 '너무'의 용법을 수정하면서 '너무'가 긍정문에도 쓰일 수 있게 됐다. ‘일정한 정도나 한계에 지나치게'라는 의미에서 ‘일정한 정도나 한계를 훨씬 넘어선 상태로' 수정. 아무도 몰랐겠지만 나는 '너무'를 부정문에만 갖다쓰려고 꽤 의식적으로 노력을 하는 사람이었는데, 이제는 너무를 아무데나 갖다붙일 수 있게 됐다! - 맘에 꼭 들던 집.

 

 

반쯤 줄어버린 물병을 채울 요량으로 주전자에 끓인 물이 적당히 식었겠다. 씻고 나가서 림가기를 가야겠어. 뜨끈한 쌀국수로 해장을 한 뒤, 부동산에 가서 집 쇼핑을 하고, 회사에 가서 수정과를 마셔야지. 수정과를 워낙 좋아해서 책상에 수정과 캔을 두개나 쌓아놓고 또 컵에다가 수정과를 얼음 띄워 가득 따라놨더니, 지나던 대표님이 내 책상을 보고는 빈 캔인지 아닌지 흔들어 보신다. 크흡. 하나가 빈 캔이었는데 둘 다 꽉찬 캔이었으면 정말 탐욕스러워보였겠다. 어제도 퇴근길에 '저 내일 올 수도 있어요!' 라니까 '회사에 수정과 먹으러 오냐!' 이러시던데. 네 맞습니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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