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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날씨

2015년 6월 12일 : 갓 구워낸 더러운 기분

 

△ 쪼사버린다 진짜

 

 

 

 

담백하게 사실만 옮겨본다. 아침 출근길에 변태에게 당했다.

 

 

달리면 20분 급행을 잡을 수 있었거늘, 오늘은 왠지 달리기도 싫고 여유있고 싶어서 느적느적 걸었다. 여유있게 걸으니 지하철역에서 마스크를 나눠준다는 문구를 발견, 안내실에서 마스크도 받아끼고 룰루랄라 출근을 해보실까요. 오늘은 머리도 잘 말렸겠다 화장도 했겠다 괜찮은 출근길이다.

 

28분 급행. 평소보다 사람이 덜 붐벼서 좋구나. 에헤라디야. 그런데 뭔가 느낌이 쌔하다. 착각인가싶어 살짝 자리를 옮겨보지만 내 뒤에 이 새끼가... 어느새 자세까지 다 잡아놨네. 내 뒤에 서서, 내 좌우의 손잡이를 양손으로 잡고 아래를 내 쪽으로 치대는거다. 현대판 학익진, 혹은 가두리 양식. 나도 서울살이 4년차 아닌던가. 의도치않게 부딪치는 그 상황과 심정 이해 못하는바 아니라 왠만하면 눈감고 넘어간다. 그런데 오늘 이새끼는 시작부터 노골적이네. 빈 공간 다 놔두고 왜 내 뒤에 꼭 붙어 있는건데. 뒤를 흘끗 돌아보면서 경고의 눈빛을 쏘았는데도 불구, 또 한번 몰아쳐온다.

 

"아 지금 뭐하시는거예요!!!!!!"

 

존대를 써준게 다행인줄 알아라 개새끼야 진짜. 내 옆의 몇몇 여자들도 낌새를 눈치채고 얼른 자리를 이동한다. 변태는 황급히 가방으로 존슨을 가리면서 한마디 한다. '죄송합니다아...'. 후우.  

 

 

*

 

 

얼마전에는 이런 일이 있었다. 중국어 과외를 구하고 있었는데 한 남성이-곧바로 새끼가 됨- 과외를 하고 싶다는 뜻을 비쳤다. 죄송한데 다리를 다쳐서 움직임이 불편하다, 동네쪽으로 와주시면 안되겠냐, 밥이라도 사겠다.

 

좀 부담되는 거리이긴 했지만 안될것도 없다 싶어서 만났다. 그런데 이 새끼가 자꾸 과외얘기는 안하고 아버지가 명동에 사업을 한다는둥, 중국에도 진출할꺼라는둥, 사업을 이어받을꺼라는둥 헛소리를 줄줄 늘어놓더니 '우리집 갈래요?' 란다. '아니요' 라고 딱 잘라 말했더니 웃으면서 '무안하네. 우리집 가자는 말은 그 쪽이 맘에 든단 말이예요.' 란다. 너도 내 '아니요'를 못 알아들었구나. 정색을 하면서 다시 한 번 '아니요' 라고 말했더니 화장실 간다고 사라져서 영원히 돌아오지 않았다. 계산은 물론 내 몫이었지.

 

그 때는 너무 어이가 없어서 화도 안나고 웃음이 났다.

 

 

*

 

 

오늘 아침부터 프레쉬하게 변태와 접촉했다고 친구들에게 말했더니 다들 위로랍시고 '나도 그런적 있어' 란다. 치마 밑에 카메라 넣은 고등학생도 있고, 지하철역에서 집까지 따라온 미친 놈도 있고, 골목길에서 쫓아와 엉덩이를 만지고 간 놈도 있단다. 불쾌하다. 버스나 지하철에서 노골적으로 허벅지를 쳐다보는 아저씨들 눈빛도, 치마가 좀 짧다 싶은 날엔 뒤에서 쫓아와서 얼굴 확인하고 가는 양아치 새끼들도. 야. 왜 여자는 맨날 피해상황 나누면서 위로해야되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