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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날씨

2015년 5월 29일 : 안녕

 

△ 예쁜이가 놓고간 신발 한 짝. 곧 보자.

 

 

 

* 이 집에서 쓰는 마지막 기록.

 

* 드디어 소리들이 울린다.

 

* 몇 번이나 도어락을 틀린다. 다음 세입자를 위해 건물 입구와 똑같은 번호로 바꾸어 두었지만, 이년동안 문이 닳도록 눌러댄 번호를 손가락이 잊을리가 있나.

 

* 삼년간의 삶이 무섭게 정리되었다.

 

* 떠나는 트럭 뒤통수를 바라보면서 좀 울었다. 나도 모르게. (청승)

 

* 엄마 지갑 뒤지는 심정으로, 동전아 제발 나와라 하는중. 물을 한병씩 사다먹고 있다. 벌써 몇번째인가. 이럴줄 알았으면 그냥 짝으로 사다놓아도 될뻔.

 

* 이 집에 처음 누웠을 때 '나는 왜 이런집을 골랐을까' 라는 심정으로 눈물짓던 기억이 난다. 새벽 세 시를 넘겨서도 신나게 웃고 떠드는 옆방 남녀의 목소리 때문에. (아무리 꼼꼼 따져도 방음여부는 확인할 구석이 없지 않은가. 꼼꼼 따지는 성미도 아니고.) 일주일 정도를 참다가 폭발한 어느 날 새벽. 대뜸 옆방 문을 걷어찼던 것 같다 (같다라고 하는 이유는 인정하기 싫기 때문이겠지 낄낄). 나오라고 했더니 여자의 '무서워' 라는 소리가 들린다. 나오라고. 남자가 주섬주섬 나와서는 '죄송합니다. 오빠예요' 라고 말했다. 어느 오빠가 여동생이랑 그렇게 즐겁냐고 따져 물을려다가, 그 다음날 주인집에 읍소했던 기억. 새벽에 왠 남자가... 그 뒤로 오빠의 얼굴은 보지 못했다. 새로운 세입자의 인권찾기운동은 날이 갈수록 심해져서 어느날은 윗층의 주인집 문에 '마늘을 시간을 정해서 빻으시면 안될까요?'라고 몰래 포스트잇을 붙여놓고 도망온 적도 있다.

 

* 구 남친의 흔적. 존재조차 잊고있던 함께쓰던 일기장이 발견되었다. 내가 쓰자고 제안한 것인데 그 애가 참 열심히 썼었지. 일기를 슬쩍 들춰보니 그 애의 모 대기업 면접표가 붙어있다. 너무 걱정되고 두렵다던 그 때의 감정들. 문득 연락해서 '너 행복하니?' 라고 묻고 싶은 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