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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날씨

2015년 3월 1일 : 필스너 우르켈

 

홍대 산울림 소극장에 위치한 까페에서 '밥값하는' 파르페를 먹었다. 올레!

 

 

 

왜 모든, 기념해야겠다! 싶은 순간은 쥐도새도 모르게 다가오고 사라져버리는 것일까. 불과 3시간 전, 자그마한 아프리카 음악 공연을 보고 집에 돌아오는 길. '아! 오늘이 2월의 마지막이네요.' 거참. 3월도 여전히 춥고, 때로는 눈도 내릴 거라는걸 너무나도 잘 알면서 또 한번 달뜬 마음을 3월에 실어 내뱉고야 마는 밤.

 

집에 오는 길. 괜히 잘 하지도 못하는 맥주 생각이 간절해 편의점에 가서 이것저것 유심히 들여다 본 뒤에, 제법 길쭉하고 그리 싸지 않고 있어보이는 맥주 한 캔을 골랐다. 어둔 골목을 울리는 '칙!' 경쾌한 맥주캔 따는 소리. 크아. 2월의 마지막에 축배를! (오글오글) 그리고 다가오는 3월을 두 눈 부릅뜨고 지켜보리라, 싶었는데 맥주 한 모금 두 모금 홀짝거리다 시계를 보니 이미 12시 15분. 3월이 오는 것을 보지 못했다. 올해는 유독 새해가 오는 것을 보지 못한 것 처럼. (그렇게 벼르고 있었는데!)

 

그러니까 지금 나는 술을 좀 많이 못하는 나는 500ml짜리 수입맥주 한 캔을 마시고 얼근하게 좀 취했는데, 썩 기분이 좋다. 으흠~ 작년 12월의 어느 일기를 보면, 너무 불안하고 막막한 마음에 '눈 감았다 뿅 뜨면 3월이었으면 좋겠다'는 내용이 있다. 어떻게 보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3월이 왔다. 나 꽤 용감했어. 두 눈 부릅뜨고 내내 3월이 오기를 지켜보고 있었다고. 으하!